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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북극성, 괴남녀 이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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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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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돌연히 요란스럽게 우는 전화종 소리에 반은 졸고 앉았던 숙직의 채플린 경부(수염이 채플린 같아서 얻은 별명)가 신문을 내던지고 전화통을 쥐어 들어 수화기를 귀에 대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 주사야요?”

뜻밖에 어여쁜 여자의 목소리에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응, 응, 김이야.” 하고 김가인 체해 버렸다.

“아이, 다행하여라. 나는 혹시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으면 어쩌나? 하고 걸기는 걸면서도 염려를 하였지……. 나야요, 나! 알겠소? 응? 알겠지……. 벌써 아까부터 자꾸 걸어도 어떻게 된 셈인지 자꾸 다른 곳에다 걸어 주어서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우.”

어여쁜 목소리는 전화통 속에서 몹시도 아양을 부리는데 경부는 김가가 아닌 것은 물론이요 대체 그 목소리의 임자가 어떤 여자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옳?지, 이것은 아마 어느 기생이 정든 남자에게 거는 전화를 교환수가 잘못 대어서 당치도 않게 이 경찰서로 오게 된 것인가 보다. 좀, 잘하는 짓은 못 되지만 오늘같이 숙직이나 하고 있는 밤에는 심심치 않은 일이다 생각하고 경부는 그냥 계속해 듣기 시작하였다.

“왜, 여보세요. 왜 오늘은 그렇게 말도 잘 안 해요. 옆에 또 어떤 여자를 데리고 있나 보구려. 그렇길래 말대답도 잘 안 하고 우물쭈물하고 섰지……. 나 모르게 그렇게 딴 여자를 집적거리면 안 될 걸.”

“아?니야, 아니야, 딴 여자는 무슨 딴 여자.” 하고 경부는 능청스럽게 장단을 맞춰 주었다.

“아니라면 용서해 주지요, 하하하하. 그런데요, 여보, 여보, 여보세요, 긴급히 할 말이 있어서요. (하고는 갑자기 낮은 소리로) 저? 단장이 그러는데 내일 밤에 그곳으로 일을 하러 갈 터인데 당신을 데리고 갈까 보다고요.”

“하?…….” 경부는 침을 바짝 삼키고 나서 “그것 고마운 일이로군.” 해 놓고 전화통을 바짝 당겨 들었다.

“그런데 단장이 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아주 엄청난 짓이야요. 너무 위험하니 단장이 당신보고 같이 가자 하거든 이번에는 당신은 핑계를 하고 고만두는 것이 좋겠어요. 내가 마음이 안 놓이니까요, 예! 내 말을 알아듣겠소? 응?”

“응, 응, 알았어.” 하고 경부는 무슨 큰 사건을 이렇게 혼자 알아서 큰 공로를 세우게 될 호기심과 공명심이 뛰노는 것을 억지로 누르면서…… 딴 사람이 아닌 것이 탄로되지 않도록 나직한 소리로 능청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그곳이라니 어디 말이오.”

“아이고, 왜 모르오. 전부터 벼르던 ○○에 있는 ×× 회사 말이야요. 거기 요사이 중요한 물건이 온 것이 있다는데 내일 밤 아홉 시에 그 회사에서 사무를 마치고 문을 닫을 때쯤 하여 단장이 지배인실에 들어가서 숨어 있다가 지배인이 그 문서 상자를 금고에 넣으려 할 때에 달려들어 홱! 채 가지고 냅다 뛴다는구려. 그러면 당신은 미리 자동차를 가지고 그 들창 밖에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도망을 할 터이래요. 그러니 위험하지 않소?”

“좀 위험한 계획인걸…….”

“그러기에 당신은 이번에는 딴 핑계를 하고 가지 말란 말이야요. 그러고…….” 여자는 무슨 말인지 하려다가 뚝 그치고 “아이고, 큰일 났소. 벌써 단장이 돌아온 모양이니 이따가 다시 전화하리다. 어쨌든 꼭 내 말대로 하시우.”

딸깍!! 전화는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 * *


그놈이다! 요사이 괴상한 인물이 시내에 횡행하는 흔적이 있다는 것이 아마 분명히 그놈인가 보다.

분명히 그렇다. 단장이란 놈의 첩이나 정부(情婦)가 단장의 눈을 속여 가면서 제가 사랑하는 부하 놈에게 내통을 해 주는 전화다.

어쨌든지 내가 그 비밀을 중간에서 알게 된 것은 큰 요행이다. 큰 공로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채플린 경부는 춤을 출 듯이 기뻐 날뛰었다.


* * *


문제의 밤! 그 이튿날 밤이 되어 채플린 경부는 초저녁부터 부하 경관을 사복을 시켜서 다수히 데리고 ×× 회사에 와서 요소요소를 지키게 해 놓고 그리고 지배인실에 들어왔다.

지배인은 차차 아홉 시가 가까워 오는 고로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얼굴살을 펴지 못하고 어리둥절하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인젠 아?무 염려 마시오. 이 회사 안에는 형사를 열 사람을 데려다가 제각각 지키고 있게 하였으니까요. 이럴 줄 모르고 그놈들이 들어오기만 하면 곧 체포할 것입니다. 차차 아홉 시로군요. 조금 있으면 그놈들이 오겠지요. 자아, 지배인께서는 댁으로 가시는 체하고 숙직실 같은 곳에 숨어 계십시오. 사원들에게 눈치 알리지 말고 다 돌아가게 하고요. 사원들이 눈치를 채면 일이 소란해지고 낭패되니까요. 그러고 귀중한 물건은 오늘 밤 같은 때는 금고에 넣지 말고 숙직실에 두고 당신 자신이 지키고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예, 그럼 그렇게 하지요.” 하고 지배인은 물건 상자를 감추어 들고 집으로 가는 체하고 숙직실로 들어갔다.

아홉 시를 쳤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당장 무서운 전쟁이 날 듯 날 듯한 불안한 무서운 시간이 일 분 일 분 가슴을 졸이고 지난다.

오 분, 십 분, 십오 분. 그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원들은 다? 돌아갔고 회사 정문은 철벽같이 무겁게 잠기고 그리고 죽은 듯이 고요한 회사 큰 집 안에 형사들만 혹은 문 뒤에 혹은 층계 밑에 쥐를 노리는 고양이와 같이 눈을 홉뜨고 있을 뿐.

십팔 분, 십구 분, 이십 분. 그때에 별안간에 숙직실 문이 덜컥 열리더니 지배인이 급한 걸음으로 뛰어나와서 경부에게로 와서 근심스런 떨리는 소리로
“내가 겁결에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지배인실로 올라올 수 있는 비밀 층계가 뒤꼍 창고 속에 있습니다. 혹시 그놈들이 그것을 알고 그리로 오지나 않을는지요.” 

이때까지 지킬 만한 곳은 다? 지키고 있는 줄 알고 있던 경부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창고에서 지배인실로 올라오는 비밀 층계요? 탈 났습니다그려. 그런 비밀 통로가 있으면 진작 미리 말씀을 해 주셔야지요?. 그럼 지금이라도 가서 조사해 보십시다.”
하고 벌벌 떠는 지배인과 같이 회중전등을 켜 들고 지배인실 뒤에 있는 층계로 내려갔다.

그런 지 한 칠팔 분쯤 된 후에 경부는 못마땅한 얼굴로 투덜투덜하면서 도로 올라왔다.

“에엥, 소위 지배인이란 인물이 그렇게 어리석고 겁쟁이람! 공연히 겁만 집어먹고 어리둥절하면서 그까짓 아무 염려도 없는 창고에까지 끌고 가다니, 그런, 원?.”
하고 투덜거릴 때에 그때에 이번에도 아무도 없을 숙직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형사 한 사람이 쿵쾅쿵쾅 뛰어나와서
“큰일 났습니다. 숙직실에서 끼룩끼룩하는 소리가 나기에 곧 뛰어 들어가 보니까 지배인이 웃옷은 다 빼앗기고 속바지 하나만 입은 채로 입과 두 팔 두 다리를 묶여서 쓰러져 있어요. 그러고 들창으로 내다보니까 한길 옆에 자동차 하나가 있고 어여쁜 여자가 타고 앉아 있어요.”

“무엇? 그러면 아까 지배인인 체하고 나를 꼬여 데리고 창고에까지 데리고 갔던 그놈이, 그놈이 딴 놈이구나. 아직도 그놈이 지배인 탈을 쓰고 창고에 있으니 그리로 다 쫓아가거랏. 나는 들창으로 나가서 자동차 위의 여자를 체포하마!”
하고 경부는 부르짖으면서 자기는 들창으로 급히 뛰어나갔다.

형사들이 경부의 명령대로 우르르 몰려서 층계로 내려가서 창고에까지 가니까 창고 바닥에는 지배인의 옷을 벗어 버린 채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참말 채플린 경부가 옷을 다 빼앗기고 속옷만 입은 채로 온몸을 꽁꽁 묶여 있었다.

와락 달려들어서 경부의 묶인 것을 끌러 주니까 정말 경부는 발을 구르면서
“그놈이 지배인실에서 지배인의 옷을 빼앗아 입고 나와서 나를 속여서 창고 속까지 끌고 와 가지고 내 옷을 빼앗아 입고 저 혼자 나갔다!”고 부르짖는다.

“그러면 지금 저 위층 복도에서 경부인 체하고 우리들더러 이리로 가라 하던 그놈입니다!”

“옳다! 그놈이다. 빨리 그놈을 쫓아가 잡아라, 빨리빨리.”

형사들은 또다시 우르르르 몰려 올라가서 들창 밖에까지 쫓아 나왔으나 그러나 벌써 늦었다. 애초에 여자를 시켜서 일부러 잘못 걸린 전화처럼 하여 경부를 꼬여 내고, 오늘 숙직실에서 지배인을 결박하고 물건을 뺏은 후에 지배인으로 변장하고 나와서, 경부를 꼬여서 창고에 데리고 가고 경부를 결박하고, 경부로 변장한 단장이란 인물은 들창 밖으로 뛰어나가 기다리고 있던 여자와 함께 자동차를 몰아간 지가 오래된 후였다.

<끝>





소파 방정환 1927年 作




방정환이 북극성이란 예명으로 썼던 단편인데 

네이버에 캐스트 가면 이런거 많은거 덬들은 이미 알겠지만

최근에 홍길동 보고 오니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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