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흥행에 ‘기대’
식당가 현실은 “체감 못해”
고물가와 얇아진 지갑 탓에
일부 출연 셰프 식당 빼고는
빈 테이블 많은 등 운영 허덕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요식업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인기가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요식업·자영업자들에게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절벽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향신문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난 서울 도심의 요식업·자영업자들은 <흑백요리사> 흥행에 따른 영향에 대해 “체감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 목록·위치가 공유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이 일고 있다. 이렇게 주목받은 한 식당의 평균 예약률은 148% 증가하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흑백요리사 인기가 요식업을 살린다’ ‘외식업계 활력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 등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온기와 활력은 극소수의 차지였다.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의 식당이 많이 있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는 지난 주말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한산했다. 김모씨(40)의 레스토랑은 한때 주말 저녁 예약이 꽉 찼지만, 이날은 테이블 15개 중 2개에만 손님이 있었다. 김씨는 “소비자가 원하는 건 <흑백요리사>에 나온 식당을 찾아가는 특별한 경험 자체”라며 “나머지 식당에선 매출 증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거리에서는 폐업한 업장, 임대 안내 글이 붙은 매장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식당 주인들은 요식업 위축의 원인으로 중산층 소비자의 ‘얇아진 지갑’을 꼽았다. <흑백요리사>가 불을 붙인 건 ‘고급요리·파인다이닝’에 대한 관심이다. 일상 소비는 ‘가성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소갈비집을 하는 방모씨(38)는 <흑백요리사> 출연 업장과 자신의 업장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잘되는 곳은 더 잘되고, 평범한 곳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오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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