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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모던기생] '백호랑이' 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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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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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점은 독립하기 5년 전 시점

* 모던과 기생은 속인 나이가 아니라 원래 나이로 함 (모던이 연하)

* 기생은 독립군, 모던은 백호랑이

* Sad 주의

 

-

 

공개수배가 되었던 한 사람이 잡혔다.

 

"백호랑이가 잡혔대."

 

"백호랑이? 성별도 다 감추던 사람 아니었나?"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들은 기생은 불안한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모던살롱. 그 곳은 평소와는 달리 텅 비어 있었다. 모던을 아무리 기다려봐도 모던은 돌아오지 않았다. 모던이 잡힌 건 1940년의 어느 봄날이었다.

 

-

 

종로경찰서 안에서는 드디어 백호랑이를 잡았다는 축제를 자기들끼리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고문 형사들이 백호랑이는 대체 누구인지 얼굴을 보기 위해 뛰어내려갔다.

 

"백호랑이가 누구지?"

 

"지금 잡은 저 놈입니다."

 

"가면 벗겨."

 

수갑을 찬 채로 잡혀온 모던의 가면을 거칠게 벗겨내는 한 형사. 그리고 근처에서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1차로 놀라고, 가녀린 체형에 2차로 놀랐다. 하지만 그들의 놀라움도 잠시.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이름?"

 

"......."

 

"여기에 쓰여 있어! 어서 말 해!"

 

"......."

 

"하... 이 새끼가.."

 

모던은 형사의 기본적인 신상 질문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노한 형사들은 모던을 고문 형틀에 묶어두고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입고 있던 하얀 색 수트에는 채찍으로 인한 피가 묻기 시작했다.

 

"어이. 빨리 불어. 빨리 대답 안 해?"

 

"내가... 당신들에게 무슨 대답을.. 해야 하지.."

 

"기본적인 신상 다시 묻겠다. 이름?"

 

"......."

 

"이름?"

 

"......"

 

"어쭈. 이게."

 

모던은 형사의 매서운 취조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분노한 형사들은 모던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기 시작했다. 피를 흘리면서도 모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같은 시간. 기생은 모던이 상주하고 있는 모던샬롱으로 갔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싸늘한 분위기. 기생은 방금 전 동네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말을 기억했다.

 

'백호랑이 잡혀갔다던데.'

 

"설마.."

 

기생은 망설임 없이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다.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로 달려갔다. 애인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기생의 마음은 너무나 급했다.

 

"주모던.. 모던.."

 

애인의 이름만을 부르며 기생은 어딘가로 달려갔다. 종로경찰서 앞에 도착한 기생은 망설임 없이 어딘가로 들어갔다. 형사들의 제재도 통하지 않았다. 형사들이 가로막으려고 해도 기생은 계속 어딘가로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모던아.."

 

"기..생.. 언니.."

 

모던은 이미 모진 고문을 당했는지 군데군데 상처가 가득했다. 기생은 힘겨워하는 모던을 보고서 생각했다. '내가 저 아이를 구해야 한다.' 고.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

 

모던을 만나고 난 다음 날. 기생은 자신이 몰래 익명으로 지원하고 있던 독립군 동료에게 연락을 취했다. 애인이자 또 다른 독립군인 주모던이 잡혀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그리고 기생의 동료는 그 소식을 듣고 모던을 구출하기 위해 독립군 몇 명이 만주에서 조선으로 왔다.

 

"기생 씨.."

 

"아.. 오셨습니까.."

 

"주모던 씨는 어디 있죠?"

 

"모던이는 지금 종로경찰서에서 고문당하고 있을 거에요..."

 

"......."

 

기생의 말에 독립군 동료는 모던을 구출하러 갈 날짜와 시간을 잡았다. 바로 그날 밤이었다. 기생도 같이 가기로 했다. 사실 박기생. 그녀도 독립군이었다.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자금을 조달하는 사람이었을 뿐.

 

주모던에게 나이를 스물 셋이라고 속인 것 역시 자신이 독립군임이 발각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이를 속였던 것을.

 

-

 

같은 시간, 모던은 고문 형틀에 묶여 계속 채찍에 맞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기절했고, 기절한 모던을 노려보던 형사 한 명은 모던에게 물을 끼얹었다.

 

"으.. 으.."

 

"네가 이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네 이름을 알고 있다. 주모던."

 

"......."

 

"대못상자에 집어 넣어!"

 

그 형사의 명령에 다른 형사 두 명이 묶여 있던 모던을 형틀에서 풀더니 바로 옆의 대못상자에 넣었다. 두 손은 앞으로 묶인 채로, 꿇어앉혀진 채로, 이미 피투성이 된 모던은 또 다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끄으.. 으.."

 

"멈춰."

 

"네."

 

모던을 고문하던 형사가 고문을 멈추자 그녀는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모던에게 심문하던 형사는 모던이 죽인 친일파의 사진을 한 명, 한 명씩 보여주었다.

 

"박매국."

 

"......."

 

"김친일."

 

"......."

 

"엄석진."

 

"......."

 

"고수뇌."

 

"......."

 

"신동생."

 

"......."

 

대못상자에서 계속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모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백호랑이로서 한 활동은 일본 순사들에게 발각되고 난 후였지만 모던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자신의 애인이자 동료인 기생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두 시간 후, 모던은 다시 형틀에 묶였다. 혼절한 상태로. 그런 모던에게 다시 물을 끼얹은 형사들은 그동안 한 활동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모던의 입은 요지부동이었다.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말한다면 자신의 독립군 동지들과 기생이 피해를 입을 것을 알기 때문에 끝까지 입을 다물었던 모던이었다.

 

"들어 가!"

 

지칠 대로 지친 형사들은 모던의 두 손에 수갑을 채우고 그녀를 벽관에 가둬두었다. 만신창이가 된 데다가 좁디좁은 곳에 갇혀 있으니 모던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친일파를 살해하고 숙청한 백호랑이라지만, 모던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

 

그날 밤. 드디어 주모던 구출 작전을 실행할 시간이 왔다. 기생과 독립군들은 모던을 구출할 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준비했다. 밤의 종로경찰서는 여전히 근무 중이었고, 여전히 취조 중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경찰서 안에 연막탄을 던졌다.

 

"뭐야?"

 

한 형사가 다가가려고 했으나 연막탄 때문에 시야가 차단된 사이, 기생과 독립군 다섯 명은 형사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제압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취조실로 왔다. 벽관에 갇혀 있는 모던에게 기생은 마음으로 '잠시만 기다려.. 모던아..' 라고 하며 모던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갇혀있던 모던도 그런 기생을 본 듯 만신창이 상태에서도 기생에게 웃어보였다.

 

"뭐야?"

 

또 다른 탄이 고문실 안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모던을 고문하던 형사들과 독립군이 싸우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 형사들이 제압되고, 기생의 동지들은 모던을 구출했다. 수갑 열쇠를 제압된 형사의 주머니에서 빼내고, 벽관 열쇠도 빼냈다. 그렇게 모던을 풀어준 그들은 기생과 함께 나갔다. 모던은 기생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미리 알고 있던 후문으로.

 

-

 

모던은 침대에 눕혀있었고, 혼절한 채로 링거를 맞고 있었다. 기생은 그런 모던을 바라보며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이내 모던의 친구인 맹신과 뚝딱이 왔다. 입원한 병원의 장의사도 모던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네.."

 

몇 시간 후, 모던이 천천히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기에 기생이 그런 모던을 부축해 앉혀주고 허리에 베개를 받쳐주었다. 그런 기생을 바라보는 모던의 눈빛은 애틋했다.

 

"모던아.. 너 기억은 나?"

 

아직은 얼굴에 상처가 많이 난 모던이 기생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모던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몽둥이로 머리를 맞고 끌려간 이후로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일주일 간의 잔혹한 고문이 모던의 몸에는 새겨져 있으나, 모던의 머리에는 새겨져 있지 않았다.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기생은 그런 모던에게 미소지어주며 말했다. 모던이 힘겨운 듯 다시 눕혀달라고 부탁하자 기생은 그런 모던을 눕혀주었다. 그렇게 모던은 기생의 독립군 아지트에서 서서히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모던의 백호랑이 가면은 구출 작전 당시 기생이 가지고 나왔다. 아무런 생채기도 없었던 백호랑이 가면을 바라보며 모던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

 

몇 달이 지나고, 모던이 다시 몸을 회복했다. 그녀는 어김없이 백호랑이 가면을 쓰고 한 연회장으로 갔다. 조용했기에 아무도 그녀가 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누군가를 향해 매서운 눈빛을 보이고 있던 모던. 그 자는 바로 선선교의 교주인 신교주였다. 조용히 신교주를 암살하려고 했지만 주변에 경호원이 많아서 쉽지 않았다.

 

같은 시간, 기생도 자신의 동료들과 그 곳에 와 있었다. 모던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서 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던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모진 고문으로 인한 상처가 낫지 않은 모던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기생은 조용히 모던에게로 다가갔다.

 

"냉정해져야 해. 모던아."

 

모던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모던을 눈치챈 기생이 모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백호랑이!"

 

모던의 정체를 눈치채고 만 경호원 중 한 명이 모던을 뒤쫓고 있었다. 모던은 뛰고 있었다. 빠르게. 하지만 덜 회복된 몸이 문제였다. 이내 모던은 넘어졌고,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

 

-

 

신교주 암살 실패. 주모던이 처음으로 실패한 암살이었다. 다시 끌려간 모던은 전처럼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아니 전보다 더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5시간이 지나고, 모진 고문을 당한 모던은 또 다시 벽관에 갇혔다. 벽관 앞에서는 더 많은 순사들이 모던을 감시하고 있었다. 몽둥이를 들고 모던이 갇혀 있는 벽관을 지키고 있었다. 그 전에 기생과 독립군들이 모던을 구출해간 작전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방심하지 않고 냉정하게 모던이 있는 곳을 지키고 있었다.

 

"개같은 새끼."

 

한 순사가 모던에게 욕설을 하며 갇혀있던 모던을 다시 끌고 나와서 내팽개쳤다. 그러더니 모던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구타에 실신한 모던을 바라보던 순사는 다시 모던을 형틀에 묶었다. 형틀에 묶인 모던의 숨이 약했다. 주모던은 죽어가고 있었다.

 

친일파를 처단하던 '백호랑이'

조선인들에게는 영웅으로 이야기되던 사람.

 

그런 주모던이 죽어가고 있었다.

 

"이 새끼 끈질기네. 도저히 이야기를 하지 않아. 신교주를 왜 죽이려고 했는지도. 그동안 살해한 사람들을 왜 죽였는지도."

 

"......."

 

"어이. 이제 얘기하고 싶지 않아?"

 

"......."

 

한 순사가 모던을 고문하려다 멈췄다. 심장 박동이 점점 약해지는 모던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대로 죽게끔 방치하자는 것이었다. 그 것에는 다른 순사들 모두가 동의했다. 자신들의 혹독한 고문으로 죽어가는 모던을 그들은 감방으로 끌고 가서 내팽개쳤다.

 

"기생 언니.. 박기생.. 그대여.. 부디.. 행복하시오.."

 

감방에 방치된 지 3시간.

 

그렇게 조선의 영웅은 세상을 떠났다.

'백호랑이' 라고 불리며 친일파에게는 공포를

조선인들에게는 환호를 불러왔던 조선의 영웅

 

주모던이 죽었다.

 

기생은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모던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보지 않은 이상은 믿지 못했다.

기생은 종로 경찰서로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연인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주모던은 화장처리되었다."

 

"......."

 

기생은 흐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온기도 느끼지 못한 채 모던이 죽어가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그렇게 모던을 보냈다.

화장된 모던의 재가 담겨있는 항아리를 기생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자신과 모던의 추억이 되었던 그 곳에서

기생은 모던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박기생은......

 

"모던아.. 그 곳에서 만나자..."

 

모던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그렇게 사라졌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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