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과 감염이 겹쳐질 경우 증상성 질병에 대한 보호효과가 6~8개월 동안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달 31일《랜싯》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나란히 게재된 브라질, 스웨덴, 영국 연구진의 3편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네이처》가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들 연구는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기 전에 수집된 것이어서 현재도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유효하다면 코로나19 백신정책 수립과 백신여권 책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백신접종이 필요 없다는 세간의 속설을 타파하는 데 도 도움을 줄 것이다.
실제 브라질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 연구진의 연구는 이러한 속설 때문에 연구에 착수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전력이 있기에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크루즈재단의 역학자인 훌리오 크로다와 동료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2020년 2월~ 2021년 11월 기간 코로나19에 감염된 전력이 있지만 백신을 1회 접종한 사람들이 코로나19 재감염의 위험을 45% 피했음을 발견했다. 2회 접종자의 경우엔 65%가 재감염되지 않았고 80%이상이 위중증을 예방했다. 해당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시노박, 얀센 등이었다.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콘서트장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 백신패스의 기준을 백신접종 여부로만 정하는 경우도 있고 감염이력까지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스웨덴 우메오대의 피터 노드스트룀 교수(역학) 연구진은 그 기준의 적절성을 살펴보기 위해 2020년 3월~2021년 10월 스웨덴 보건청이 수집한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재감염될 위험이 95%나 줄어들었다. 그 보호력은 감염 후 3개월까지 계속 증가했으며 최소 20개월 동안 지속됐다. 여기에 백신 1회 접종을 받으면 감염 위험이 추가로 약 50% 줄어들었고 2회 접종을 받으면 6개월간 안정적 추가보호를 제공했다
비록 감염 이후 백신 접종이 보호를 강화하긴 하지만 감염에 의해 생긴 면역력에도 백신에 의한 면역력과 동등한 효과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노드스트룀 교수는 밝혔다. 그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것처럼 이전에 감염된 적이 있음이 확인된다면 면역성이 있어 질병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적다고 봐야한다"면서 "따라서 백신패스보다는 '면연력패스'개념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A)의 전염병학자 빅토리아 홀과 동료 연구진은 2020년 3월~2021년 9월 수천 명의 의료 종사자들의 감염을 추적해 세 번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이전 감염이 코로나19를 80% 이상을 예방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1년 후엔 예방효과가 약 70%로 감소했다. 감염 이후 화이자 백신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회 접종한 사람은 최소 6~8개월 동안 100%에 가까운 보호를 받았다. 홀은 《네이처》에 보낸 이메일에서 "감염 이후와 백신접종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호는 감소했지만 '혼합' 면역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그 효과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 T H 찬 공중보건대학원의 미겔 에르난 교수(역학)은 이 연구들이 백신접종 완료가 거의 보편적인 이점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에게 백신접종을 1회만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는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선 정당화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댄 바로치 바이러스학·백신연구센터장은 "감염 후 백신 접종이나 백신접종 후 돌파감염은 특히 강력한 항체반응을 일으킨다"는 이전 연구와 궤를 같이한다고 밝혔다. 다만 3연구가 모두 오미크론 변이 이전에 이뤄진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댄 켈리 교수(역학) 역시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 변이와 너무 달라서 백신 접종 후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3개 논문은 각각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 논문(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inf/article/PIIS1473-3099(22)00140-2/fulltext), 스웨덴 논문(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inf/article/PIIS1473-3099(22)00143-8/fulltext), 영국 논문(https://www.nejm.org/doi/10.1056/NEJMoa2118691)이다.
https://news.nate.com/view/20220408n24152?mid=n0608&isq=9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