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항공사마저 생존 기로
月6천억 여객부문 수입 증발
LA·하와이호텔 매각 검토
코로나 여름까지 지속땐
손실규모 兆단위 달할듯
유상증자로 자금조달 난항
◆ 위기의 주력산업 / 항공 ◆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들의 국내·국제선 운항이 대부분 중단된 가운데 지난 2일 인천공항 2터미널에 운항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여객기들이 즐비하다. [김재훈 기자]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외교갈등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잇따른 '악재'에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송현동 용지 매각 등 1차 자구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자산을 추가 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동시에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보유 자산을 추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력 매각 후보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와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을 꼽고 있다. 두 곳은 올해 초 한진그룹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사업성을 재검토한다고 발표한 자산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과 제주 KAL호텔·서귀포 KAL호텔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앞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지난 2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용지(약 3만7000㎡)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용지(약 6만5000㎡) 매각을 결정했다.
이처럼 한진그룹이 추가로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코로나19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핵심 사업인 여객 매출은 지난해 국제선 7조2813억원, 국내선 4862억원을 기록했다. 월평균으로 보면 국제선 6068억원, 국내선 405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월 이후 여객 매출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하락했다. 주력인 국제선 수는 5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대한항공 영업손실이 949억원, 당기순손실이 397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대한항공의 회사채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연내 차환하거나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총 4조5000억원이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달 60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확정했지만, 이것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고,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은 추가 자산 매각과 같은 고강도 자구책을 꺼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이날 항공사 지원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기업 지원에 대해선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과 가용 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차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구 노력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담화문을 통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겠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한 점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조 회장은 자본 확충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여름 성수기 때까지 이어진다면 대한항공이 입는 손실 규모는 조 단위로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자산 매각을 추진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결국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상증자를 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데, 자금 여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군 역할을 해줄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우군 역할을 해온 미국 델타항공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3자 연합'이 올해 들어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