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youtu.be/tbDu6MzRgJY
스킨 인연 이야기에 더빙된거고, 참고로 나레이션 해주시는 분은 어둠마녀 쿠키 성우님이심!
명계의 지배자 블랙펄 쿠키는 늘 자신의 크고 검은 낫을 휘둘러대는 것을 즐겼지만, 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깊은 물 같이 어둡고 축축한 지하세계를 바라보면서. 금방이라도 그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듯이... 물론 그것도 잠깐,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더욱 무시무시한 재앙을 일으켰으니 다들 블랙펄 쿠키의 여느 변덕이라고만 여겼지요.
그런 블랙펄 쿠키를 종종 찾아오는 존재가 있었어요.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가볍게 넘나드는 소르베맛 쿠키입니다. 이 황금빛 전령은 돌돌 말린 소식을 가져오기도 하고, 망각의 강 근처를 헤매던 영혼을 안내해 데려오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하를 드나들었죠. 블랙펄 쿠키는 의외로 전령의 방문을 내버려 두었답니다. 단순한 쿠키가 아니라 화를 내지 않는 걸까요? 혹은, 소르베맛 쿠키가 가져오는 소식 중에 기다리는 것이 있는 걸까요? 원하는 소식이 있으시냐는 질문에 블랙펄 쿠키는 따분한 얼굴로 손을 휘휘 내저었어요.
"그는 내가 직접 데려와야 해. ...하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닌걸?"
소르베맛 쿠키는 블랙펄 쿠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답니다. 즐거운 봄의 귀환, 금빛으로 물든 작은 새...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아니었어요.
어느 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명계의 그저 그런 날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블랙펄 쿠키가 처음으로 소르베맛 쿠키에게 먼저 질문을 꺼냈어요. 새카만 어둠이 일렁거리며 금빛의 작은 불을 곧장 삼킬 것만 같았답니다.
"끝없이 쏟아내도 끝없이 흘러넘치는 것이 뭘까?"
"답은 용기입니다."
"아니, 저주란다."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낼 수 없는 것은 뭐게?"
"그건 희망이에요."
"아니, 후회야!"
"찰나를 곱씹으며 영원히 살고 또 살게 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니?"
"이 답만은 자신 있어요...! 사랑이에요!"
"......"
"블랙펄 쿠키 님?"
"아하하, 바보 같은 전령 같으니. 틀렸어! 답은 증오야."
블랙펄 쿠키는 늘 하찮게 여기던 작고 평범한 쿠키처럼 취한 것 같기도 했어요. 냉혹하고 잔인한 지배자의 눈동자에 깃든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시간과 세상 곳곳을 누비던 신들의 전령도 그건 알 수 없었답니다.
"내가 원하던 이가 드디어 지하로 내려왔어."
창백하고 푸른 얼굴과 빛을 잃은 눈동자... 중얼거리는 블랙펄 쿠키에게 소르베맛 쿠키가 되물었어요.
"그 쿠키가 다시 태어나거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이 행복해질까요?"
"행복? 하하하! 내 분노와 원한은 이미 방향을 잃었고,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어!"
소르베맛 쿠키가 보아온 블랙펄 쿠키의 마음에는 거친 파도와 부서진 감정, 모든 것들이 뒤엉킨 소용돌이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고요한 것 같기도 했어요. 현명한 소르베맛 쿠키는 그것을 비탄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소르베맛 쿠키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수많은 소식을 전했던 전령의 신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때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어둠에 남겨진 금빛 발자국의 색이 평소보다 조금 더 짙게 반짝였습니다.
얼마 후, 소르베맛 쿠키는 블랙펄 쿠키가 전에 없이 커다란 재앙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파편으로 더 높이 쌓아 올린 왕좌 위에 고독하게 앉아 있을 블랙펄 쿠키를 떠올리며, 황금빛 전령은 하늘 위로 떠올랐습니다. 휘몰아치는 어둠을 내려보면서. 유일하게 자신의 방문에도 기뻐하지 않는, 어느 쿠키의 원망과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는 소식이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