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길게 쉬는 날 오늘 해먹은거 사진 찍다가 그냥 문득 오고 싶었어.
항상 오고는 있었는데 그냥 나 아직 잘 살고 있어요 하고 싶어서 잘 찍지도 못하는 사진을 참 많이도 들고 왔다.
나 오늘 자리 펴고 수다 좀 떨고 갈게ㅋㅋㅋ
작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 무명이는 퇴사를 했다.
그 지난해에 퇴사 하려던걸 아부지를 입원시키느라 못하고 미루다가 그러고도 반년을 더 일하고 결국 퇴사를 지름.
여기서 한번 안쉬어가면 내가 죽겠구나 싶을 때는 퇴사가 답이더라고.
그러고 집에서 뒹굴뒹굴 놀다가 몇년만에 처음으로 2박 3일, 친구들 보러 가면서 일을 저질렀지.
햇마늘쫑 2키로 장아찌를 담갔거든 ㅋㅋㅋ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하게 된 생강청 대신 이번에는 마늘쫑 장아찌 나누미로 변신함.
마늘쫑 2키로 손질하고 씻고 털고 물기 싹싹 닦아서 물, 간장, 설탕, 식초 넣고 끓인거 부어서 하루만 두면 여름에는 금세 맛이 든다.

처음엔 친구들+내것까지 네통으로 나누려 했으나 요즘 친해진 동네 편의점 사장님한테 내몫 살짝 덜어서 나눠드림.
편의점 사장님인듯 친구인듯. 타이밍 안맞아서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인듯 반가운 그런 동네 친구가 됐거든.
친구들건 1리터짜리 밀폐용기에 곱게 담아서 이거 세통이랑 2박 3일 짐을 짊어지고 먼길 나들이를 했었다..
그게 벌써 반년 전이네 허허헣

반찬하기 귀찮았던 날은 시판 동그랑땡 구워서 쌈장만 후딱 만들어서 쌈싸먹기도 하고
근데 귀찮았던거 너무 티 내면서 동그랑땡은 한면은 너무 태웠고 ㅠ

위에 만들었던 마늘쫑 장아찌 맛 들었던 거랑 연어 굽고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문어 넣고 미역국 끓여먹은 날.
문어 넣고 새우젓으로 간 해서 미역국 끓이면 의외로 국물이 달큰하니 맛있어.
저 마늘쫑은 불과 며칠전까지 내 좋은 반찬이 됐었다.
장아찌 국물에 양파랑 마늘쫑을 계속 보충해서 넣었었거든...😁

옙, 문어 넣었다고 티 내는 사진 좀 찍어봤는데 초점 너무 집 나갔고...

알배추 좋아해?
응 ,여전히 너무 좋아해.
노브랜드 냉동 목살에 알배추, 소금, 후추, 청하 솔솔 해서 뚝배기 뚜껑 닫고 아주 약한 불에 올려서
밥 딱 취사 돌 동안만 돌리면 간단하고 맛있는 한끼 반찬이 된다.

이런 날은 다른 반찬 필요 없고 간장에 겨자 풀고 그냥 현미밥 하나만 있으면 돼.

굴라쉬 만들어서 얼려두면 좋은 이유.
그거 한봉 녹이고 물 살짝 부어서 카레 좀 풀어 넣으면 별거 안해도 맛있는 카레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가 굴라쉬는 만든 첫날은 부지런히 먹고 그 이후엔 거의 카레 용도로 먹게 되는거 같음.

좀 귀찮고 더울 때는 확실히 한그릇 음식을 많이 해먹었는데
냉동 목살 소금 슬쩍, 후추 솔솔 해서 달달 볶다가 간장, 설탕, 술, 다진 마늘 간 한 다음에
꽈리 고추 한줌 넣어서 센불에 휘리릭 볶아 참기름으로 마무리 해서 덮밥처럼 많이 먹었어.

이건 같은데가 애호박만 추가한거.
애호박 하나를 다 소진하기가 쉽지 않아서 용도별로 썰어서 얼려두는데
얼렸다 볶은 애호박은 쫄깃한 식감이 생각보다 맛있다.

이건 또 같은데다 고춧가루 추가한거.
나 도대체 얼마나 덥고 귀찮았던 걸까...
같은 재료 길어야 이틀 땡인 인간이 이걸 얼마나 해먹은 건지
아님 이것만 제대로 찍어둬서 사진이 쌓인 건지 모르겠네...

날 더울 땐 쌈이 최고라서 목살 두장 굽고
알배추랑 깻잎 씻어서 쌈 싸서 또 한끼.
알배추 너무 좋아!!! 깻잎도 좋아!!!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마늘쫑....

그릇을 좀 다르게 담긴 했는데 위에 그거 맞아..
나 작년 여름 반성 좀 해야할듯..
근데 간이 좀 쎄게 되는 바람에 노른자 한알 까서 올리긴 했음.
이게 중화가 되면서 은근히 맛이 있더라.
하지만 너무 기운이 넘쳤던 노른자는 가운데로 두번이나 밀어올렸으나 지 혼자 옆으로 굴러버렸지...
한번 더 올리다간 터트릴거 같아서 그냥 사진 찍었었던 기억.

고추장 제육 볶음이었는데 설거지감 하나라도 줄이고 싶어서 그냥 한그릇에 담았어.
그래도 그것만 안먹고 알배추 쌈싸서 채소는 챙겼다.
오히려 직장 다닐때보다 쉴 때가 설거지가 더 귀찮더라..
요즘엔 그래도 그릇은 좀 구별하고 구분해서 챙겨 쓰는 중.

마늘쫑 장아찌 한통 더 보충 한 날인거 같음.
맛 들고 익은거 인증 겸.
뒤로 아련하게 보이는건 아마도 제육 볶음???

참 자주 해먹은 굴라쉬는 도왔을 뿐인 카레.
이거랑 한통 얻은 백김치랑 열심히 먹었었어.
이때쯤 아마 재취업 했던가..
두달 반 딱 놀았었으니...

편의점 사장님 협찬 떡볶이.
하지만 양념이 내 취향이 아니라 집에서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새로 투입하고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만두랑 알배추도 넣고 거의 새로 만들었음.
우리집 냉장고 이제 크지도 않은데 뭐가 그렇게 굴러다니는지...

새로 출근하는 곳은 바로 앞이 시장이라 새벽에 번개장이 선다.
아침에 퇴근할때 노점에서 무나 파, 감자 같은걸 사오곤 하는데 그래서 지갑에 현금을 챙겨서 다니기 시작했어.
대파 한단 이천원, 무 한개 천원, 감자 열개 오천원 이러고 사오는 재미가 생겼다.
그렇게 퇴근하면서 샀던 무의 무청이 너무 싱싱해서 따로 데쳐서 된장에 조물조물 해서 얼려놨다가
한참 새우 맛있을 때 사서 손질해서 얼려놨던 새우 몇마리 넣고 시래기국 해먹었어.
새우도 새운데 무청이 너무 달고 맛있었음.
거기에 직장 동료가 준 김치 2종이랑 명란젓이면 완전 진수성찬이지.

맛있는건 한번 더.
말린 시래기가 아니라 너무 건장하고 기운 넘치긴 하나 그래서 더 달았을지도..

점심은 주로 안먹고 거의 저녁 이후에 끼니를 해결하는데
그래서 밤근무를 할때는 거의 도시락을 싸간다.
급하게 먹는거 싫어서. 느긋하게 먹고 싶어서.
내가 한게 더 좋아서?!
추석 선물로 받은 참치 선물세트가 처치 곤란이라
그거 한캔 기름 짜고, 두부 반모 물기 짜서 으깨고, 꽈리고추 몇개 다져넣고 만든 동그랑땡이 내 단골 도시락 반찬.
식어도 맛있고 만들기 편하고..

도시락 반찬으로 챙기고 남은 동그랑땡이랑 애호박 넣은 수제비.
이거 해먹을려고 새벽 같이 밀가루 반죽해놓고 출근 했었어.
역시 먹는데 한정 부지런인가...

한참 열심히 해먹었던 소고기 무국.
제철 무에다 국거리용 소고기 한줌이면 말해 뭐해.
시장 동네의 장점은 고기 도매집도 있다는 거라서
국거리용 한우 한팩 만원 하는거 사오면 혼자서 네번 정도는 해먹는다.
한팩씩 사다 소분해서 얼려두면 쏠쏠하게 해먹는다는.

새해 첫날 떡국은 해먹어야지.
새직장 동료들이 혼자 산다고 김치며 떡국떡이며 뭘 자꾸 챙겨줘서 챙겨주신거 다 잘해먹어요 하느라 사진도 찍게 됨.
소고기 반줌 물 찔끔찔끔 넣어가면서 여러번 끓이면 육수가 진하게 우러나는데
거기다 떡국떡 대파 넣고 끓여먹은거.
국물이 좀 너무한가 싶을 정도로 진해서 속이 엄청 든든했어.

에프가 생겼다.
몇년 전인가 하나 잠깐 있었던게 너무 작아서 거의 사용을 안했었는데
마늘쫑 나눔했던 친구들 중 언니가 오븐을 새로 샀다고 본인이 쓰던 에프를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심.
그걸로 처음 해먹었던 군고구마.
엄청 달고 맛있더라.
요즘엔 더 요령이 생겨서 아주 꿀이 줄줄 흐르는 군고구마 해먹는중.
그래서 살도 찌는 중 😅

사진이 너무 그지 같이 찍혔지만 굽네 치킨도 해먹었어.
영계에다 다진 소금, 후추, 다진 마늘, 술 해서 양념해놨다가 에프 돌림.
아직 조작 미숙으로 마늘이 붙어있던 자리가 좀 타버리기 했지만 앞으로 굽네는 안시켜먹어도 될거 같더라.
지가 한거 너무 맛있어 하는 나도 참 웃긴 인간이여...

마트에서 큰맘 먹고 전복을 샀었는데 삼계탕 해먹고 몇마리가 남았었어.
그래서 미역국을 끓여먹었다.
반모 먹고 애매하게 남은 순두부도 반봉 넣었더니 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속이 든든했어.
뒤로 아련하게 보이는건 알배추 겉절이.

알배추 아직도 너무 좋아해.
그래서 잊을만하면 자꾸 나와.
사실은 사진 찍은 것 보다 더 많이, 자주 해먹었어 ㅋㅋㅋ
이건 아마 간장 불고기 해먹은 날 해먹은 알배추 겉절이일거야.
내 냉장고에서 절대로 안떨어지는 것 - 알배추, 두부

생선은 구우면 거의 미리 살을 발라놓고 먹는다.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편이기도 하고 미리 발라놓는게 먹기 편하기도 하고.
이거는 임연수 구이.

위에 말한 고깃집에서는 돼지고기도 찌개용 한팩 오천원 짜리를 파는데
사와서 손질하다 보니 이건 무조건 구이용이다 싶은 부분이 있었어.
그래서 허브솔트 뿌려 에프를 돌려버렸지.
내눈은 틀리지 않았다. 꼬들꼬들하니 너무 맛있어서 떡국 한그릇이랑 순식간에 먹어치움.
양파 장아찌랑 환상의 궁합이더라.

별로 깔끔하지 않은 떡국은 새 김치 씻어서 끓인거라 그래요...
익지 않은 새김치 양념은 씻어내면 소금간 된 배추에 살짝 들어있는 약간 매운듯한 양념맛이 있는데 그 맛을 좋아해.
시워하고 깔끔하고 시지 않거든.
그 상태의 씻은 김치에 쌈을 싸먹는 것도 묵은지에 싸먹는거랑은 색다른 맛이 있다.
이날은 떡국을 좀 가볍게 먹고 싶어서 멸치 육수에 씻은 김치 넣고 끓여먹었음.
계란을 풀까말까 하다가 냉장고 속 계란이 너무 오래 돼서 먹어치울 겸 풀었더니 국물이 안깔끔하고..
그래도 맛은 괜찮았으니 다행.

아.. 길었다.
여기까지 읽어준 무명이가 있다면 너무 고맙고.
드디어 마지막이야.
오늘 저녁에 해먹은 굴국.
굴 한봉지 사다 반은 굴전 부치고 반은 굴국 끓여먹었어.
무 한토막 나박나박 끓여서 육수 내다가 액젓으로 슬쩍 간하고
냉장고에서 오늘 내일 하던 두부 한토막이랑 굴 한줌 넣고 호로록 끓이면 끝.
뚝배기에 끓이니 다 먹을때까지 안식어서 너무 좋더라.
어쨌거나 제철 음식은 먹고 살자 싶어서 요즘 가끔 장 볼때 사치도 좀 부려보고 그런다.

진짜 끝인 굴전.
이건 밀가루 계란이면 끝이야.
굴 자체가 너무 맛있으니 소금 간만 슬쩍해도 호로록 호로록 잘 넘어가더라.
뭐 여전히 이쁘게 곱게 만드는 재주는 없고...

아, 하나가 더 있었구나..
요즘 날 살찌우는 군고구마.
에프 160도에 30분, 180도에 30분 하니 딱이더라.
고구마 때문에 살 찐다는 강쥐늘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 요즘이야..🤣

하나 올리고 나니 하나가 더 보여서.
날 살찌운 주범2
군고구마 잘라서 에프에 160도 15분 돌리면 고구마 말랭이인듯 군고구마인듯 한 상태가 되더라.
겉은 쫄깃 바삭. 속은 부드럽고 단맛의 극대화랄까..
이것도 너무 맛있어서 열심히 해먹고 있어.

여기까지 쓰고 사진 보면서 든 생각은 역시 내 사진은 답이 없다..
무명이는 워낙에 악필이라 평소에 세종대왕님한테 석고대죄하란 소리를 자주 듣는데
사진이 이지경이면 갤럭시 울트라 개발자들한테 석고대죄 해야 할지도..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반가운 친구인듯한 요리방은 더쿠의 내 고향일지도..
늦었지만 먹방덬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고 오늘 보다 내일 더 행복하기를
올해도 열심히 먹고 살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