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이 재미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沼
2020/05/21 22:22
(미리 말해두지만 이 문장은 굉장히 깁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읽을 마음이 없어질 겁니다. 글이란 대체로 그렇겠지만, 어디까지나 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쓴 글이라는 것을 양해 바랍니다.그래서 '사랑의 불시착'을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스포일러도 넘쳐나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겠다고 선택한 것에 대해 감사하며 이 작품을 보면서 끝이 좋은 드라마와 영화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작품은 넷플릭스 제작의 스트레인저 씽스,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 그레타 거윅이 감독한 레이디 버드정도다.
코로나 사태로 일을 쉬게 되고 친정에 머물면서 새벽 3시쯤에 "사랑의 불시착" 7화를 보고 있었을 때 나는 바로 그렇게 생각했다. 내 인생에 영향을 준 드라마나 영화는 많이 있지만 사랑의 불시착을 보면서 세상을 보는 방법이 바뀌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연애나 일이라든지 여러가지 노력하는 25세 독신 여성의 나의 세상"인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 제작에 종사하는 조감독으로서의 나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너무 재미가 커서 그 정도가 심상치 않았다.
우선 비교대상으로 일본에서 지금까지 사회현상이 된 드라마와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다고 생각한 드라마들이다.
별점 평가는 별의 평가가 아니라 전체 평가자의 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롭게도 고른 작픔들이 멋지게 4.0에서 4.2 사이에 머물렀다. 참고로 결혼할 수 없는 남자는 4.0이지만, 내가 참여한 ‘아직 결혼할 수 없는 남자’는 3.6이었다.내가 지금까지 해본 일중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3.6이다.
영화를 말한다면, Filmarks 평가가 4.0을 넘으면 상당히 높다고 봐도 좋다. 4.2 이상이 나오면 무조건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사랑의 불시착"의 평가를 보자.
참고로 틈만 나면 Filmarks를 보고 있는 나도,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리뷰 하는데 별점 4.6이 붙어 있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처음 사랑의 불시착을 보았을 때 이 드라마의 재미를 언어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뭔가 멋진 요소들이 너무나 섞여서, 나 따위가 이러쿵저러쿵 할 자격이 없고 .90분 전후 전 16화를 숨 돌릴 틈도 없이 보았고 1주일 넘게 사랑의 불시착 생각이 머리에서 1초도 떨어지지 않고 감상에 젖어 일도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엊그제 드디어 2바퀴째 사랑의 불시착 감상을 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눈코 뜰 새 없이 16회를 본 후, 이 드라마는 의외로 언어화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느꼈다. 그건 이 드라마가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게, 논리적으로 작성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제작진의 열의에 의해 입증된 것이어서 보고 난 뒤 너무 대단하다는 감정을 시청자에게 안겨준다.
내 생각에 이 작품의 제작진은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겠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한국 드라마에 거부감,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어서 지금까지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도 알 수 있을 집대성 같은 느낌은. 지금까지 오로지 일직선으로 "한국 드라마"를 만들어 온 한국 업계 사람들이 여기까지 도달해 버린 느낌이다
우선 각본이 훌륭하다. 통상적인 한국 드라마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본의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각본가가 촬영과 병행하며 각본을 쓴다. 원작물이 아닌 한, 3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 6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스탭도 배우도 모르고, 뭣하면 7화를 방송하고 있는 날에 8화를 촬영하는 것도 얼마든지 있다. 내가 보기엔 (이건 느낌인데) 그런다고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 사랑의 불시착은 정말 치밀하다. 선배 조감독은 등장인물과 촬영장소, 소품이 많은 드라마는 졸작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사랑의 불시착은 등장인물도 촬영장소도 꽤 많이 나온다. 그러나 등장인물 중에 불필요한 사람이 없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두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고, 뭘 먹고 살며, 이야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이 치밀하고 성실히 계산된 결과라고 본다.
사랑의 불시착을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얕잡아보지 마라. .이 드라마는 리정혁과 윤세리의 압도적 '러브스토리'라는 측면과 두 사람과 얽힌 모든 사람의 삶을 그린 인간 드라마라는 측면을 기막힌 비율로 다루고 있다. 한국의 달콤한 러브스토리일 것이라는 이유로 꺼린다면 정말로 아깝다.
잡설이 길었다. 이제, 항목별로 왜 사랑의 불시착이 훌륭한지를 풀어 보자
1. 애정의 깊이를 표현하는데 모든 것을 쏟았다
사랑의 불시착과 설정이 가까운 일본 드라마로 내가 떠올린 것이 바로 "꽃보다 남자"다.
주인공·마키노 츠쿠시는, 부유층이 모이는 유명 사립·히데노리 학원에 다니는 고교생이지만, 사실 부모의 허세로 입학했을 뿐 너무나 가난하다. 히데노리에 다니는 도묘지 재벌의 아들인 도묘지는 자신에게 아첨하지 않고 옳지않는 걸 거부하는 강한 여자 츠쿠시에게 반한다. 말하자면 압도적 격차 연애로, 부모를 비롯해 주위의 이해를 받지 못하지만, 나는 츠쿠시를 좋아하니까, 주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츠쿠시가 나쁜 놈에게 당할 뻔했을 때 도묘지는 얻어맞아서라도 츠쿠시를 지킨다. 츠쿠시도 처음엔 도묘지를 미워하고, 도묘지도 츠쿠시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지만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점차 끌린다.
당시 보고 있던 나는 그런 도묘지에 두근두근했었고 나 이외에도 츤데레라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고, 중학생이었던 나는 그런 도묘지를 사랑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25살이 된 나는 새침한 걸 원하지 않는다. 새침한 건 필요없다.
리정혁은 애정의 깊이를 숨기지 않는다. 일하는 중에 세리에게서 전화가 오면 아무리 쓸데없는 용무라도 계속 받는다. 샴푸도 바디워시도 양초도 속옷도 사온다. 병원에서 세리와 키스해 버린 다음 날에는 그대로 약혼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부모님 앞에서도 세리와 손을 잡는다. 둘이서 우산을 쓰고 있을 때는 자신의 어깨가 젖어 있다.
"나쁜 놈에 잡힌 마키노를 구한다" 같은 큰 이벤트가 아닌 세세한 부분에서 사랑의 표현을 쌓아올린다. 시청자는 리정혁으로부터 세리에 대한 애정을 계속 주입받는데 이건 사랑한다는 대사보다 몇 배나 더 무게감이 있고 이를 제작진은 계산하고 있다.
아래에 정말 훌륭한 각본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몇개 발췌했다
● 9화 남방 한계선을 넘기 직전의 장면
○바깥길
세리와 정혁이 남방한계선까지 가고 있다.
○ 중대원들이 있는 오두막 집
표치수가 남방한계선까지 가는 방법을 중대원들에게 설명한다
○ 세리와 정혁이 강을 건너 걷고 있는 묘사가 나온다
○ 중대원들이 있는 오두막 집
치수: 그 길 따라가면 남방한계선 나와
은동: 멀지 않네요
치수: 그래, 왕복해도 한 두시간이면..
주먹: "...하지만 벌써 시간이..."
광범: "이제 아침인데..."
치수: '왜 안 와?'
은동: "길을 잃은 거 아닌가요?"
치수: 그럴 리가 없어
○ 남방한계선 부근의 길
세리와 정혁이 걷고 있다. (여기서부터 OST가 촉촉히 흐른다)
정혁이 멈춰선다.
세리 "뭐에요?"
정혁 "여기가 아니야"
세리 "또? 자꾸 아니라고"
길 끝을 내려다보는 세리의 시야를 정혁이 막는다.
세리: "아까 본 것 같은데..."
정혁: "여기는 길이 비슷해서..."
세리: 솔직히 말해요?
정혁 "뭘 말이오?"
세리 "길치"죠?
정혁: ...
치수(목소리): 중대장은 우리 중에서 제일 밤눈이 밝고 방향감각이 좋아.
정혁이 미소 짓는다
정혁: "아아"
세리' (한숨)''
정혁 "내가 밤눈이 어둡고 방향감각도 없어서. 미안하오
○ 중대원들이 있는 오두막 집
치수: "그러니까 이 시간까지 돌아 오지 않는 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났거나..."
중대원들: 예?
지수: 아니면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겠지
너무 좋고 구성도 잘 되어 있다.
거짓말을 이렇게 잘 전달하는 방법이 있었나 하고 감동했다. 세리에게 정혁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아 미소짓게 되는데 오히려 정혁이 가진 사랑의 깊이를 전달하는데 적합하다. 사랑은 보상같은거 요구하지 않으니까
● 7화 병원 밖 씬
병실에서 정혁한테 혼나고 밖에 나와 울고 있는 세리.
세리: "이럴 땐 어디 가야하는데 차도 없고 갈 곳도 없네... 구질구질해"
세리, 뒤돌아보니 정혁이 링거대를 들고 서 있다.
세리: "제 정신이야?! 움직이면 안 된다구"
정혁: "감기 걸리고 싶소"
세리: "지금 남 걱정할때야? 오늘 총에 맞은 사람이."
세리, 정혁에게 접근해서 팔을 잡고 병실로 돌아가자고 한다.
정혁: “아까는 진심이 아니었소. 미안하오, 말이 지나쳤소.
세리: 알았어요.
정혁, "..."
세리: "알았다구요, 사과를 받겠다고,. 죽지 않아서 기뻐서. 그러니 빨리 돌아가요.
(여기서 OST가 흘러나온다.)
정혁: "..."
움직이지도 않고 세리를 바라본다
세리: "왜요"
정혁: " 그렇게 가고 싶어 했으면서..왜 남았소 "
세리: "나도 가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다구요: 한번 정도는 당신을 지켜줘야 했다고"
정혁"..."
세리: "그렇게 그윽하게 보지 말아요"
정혁: "오해가 있나본데 그냥 본 거요"
세리" 아닌데,, 잠깐이었지만 그윽했는데"
정혁: "..."
세리: 봐, 지금도 그윽하게 보잖아 "
그리고 정혁이 키스를 한다................
이 장면의 핵심은 키스 자체가 아니다. 물론 키스도, 정혁이 세리를 바라보는 눈도 너무 로맨틱하지만 포인트는 거기가 아니다
첫머리에 '제 정신이야? 움직이면 안 된다구'라는 대사. 그리고 다음 '감기 걸리고 싶소'라는 정혁의 대사가 핵심이다
이 드라마의 특징이라고 생각한 것이 세리와 정혁이 계속 서로의 걱정만 한다는 점이다. "다친데는 없소?" 라던지 "이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 라던지, 아무리 자신이 힘들 때도 정말로 계속 상대방 걱정만 하고 있다. 넘을 수 없는 군사분계선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데도 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넘을 수가 있고 지금 당장 수갑을 채운데도 뛰지 말라며 군사분계선을 넘는 걸 볼 때, "정말로 좋아하면 이렇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세리가 정혁을 좋아한다고 확신한 순간은, 집에 숙박검열이 있은 후, 정혁이 세리에게 "다친데는 없소?"라고 말했을 때일 것이고, 이 대사를 했을 때 정혁 역시도 세리를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의 장면은 전체적으로 이 두 사람의 관계성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죽지 않아서 기쁘니까 그 정도는 용서해 줄게요’ 솔직해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세리의 대사. 그리고 좋아한다고 완벽히 자각한 정혁이, 세리를 물끄러미 보는 느낌.. 아주 리얼하고 사실적이며 감동했다.
● 12화 집에서 둘이서 술 마시는 장면
세리: "취했어 "
정혁: "취했소?"
세리: "완전히"
정혁: "다행이군"
세리: "다행이라구?"
정혁: "취했으면 한마디 하고 싶어서"
세리: "뭘 말하려고? "나 예쁘다고?"
정혁: "아니오 "
세리: "왜 이렇게 단호해, 그럼 뭐야?"
정혁: "가기 싫다고"
세리: "..."
정혁: "돌아가기 싫다고"
세리: "..."
정혁: "당신이랑 여기 함께 있고 싶다고"
세리: "술 깨려고 해"
정혁: "그럼 안 되는데"
세리: "(마시며) 안 깼어, 계속해"
정혁: "..."
세리: 너무 취해서 분명 다 잊어버릴 것 같으니까- 계속해서 다 말해봐
정혁: "...여기서--당신과 결혼해서 닮은 아이도 갖고 싶어"
세리: "난 딸이 좋아"
정혁: "나는 쌍둥이가 좋은데 "
세리: "쌍둥이? 또 술이 깨려고 해"
정혁: "안 깼으면 좋겠는데"
세리: "알았어 계속해 또 하고 싶은 건?"
정혁: "다시 할거야, 피아노 "
세리: "그래 해야지, 내가 콘서트 열어 주면 되겠다, 당신 실력이면 큰 극장에서도.. .차라리 극장을 다 사버릴까? 살 수 있을것 같아 "
정혁: "많이 취했군"
세리: "취했어요, 영원히 깨지 않을정도로 "
정혁: "보고 싶소"
세리: "?"
정혁: "당신 흰머리 나는 거 주름 생기는 거 늙어 가는 모습 "
세리: "..."
정혁: "그때도 예쁘겠지"
세리: "...당연하죠 난 아주 천천히 나이를 먹을 예정이니까 그거 보려면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야겠다"
정혁: "그래야겠군"
세리: "리정혁 씨"
정혁"..."
세리: "옆에 있는 건 있는 거고 앞으로 밖에서는 술은 마시지 말아야겠다"
정혁: "?"
세리: "취하니까 더 내 스타일이야"
정혁: "..."
세리: "다른 여자가 보면 불안해서 밤에 잠을 못 자니까 앞으로는 집에서만 마셔요
.
정혁: "알겠소"
세리: "약속했어요"
그리고 서로 손가락을 건다.
펑펑 울었다
이 장면, 언뜻보면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말 대단한 점이 많다.
우선. 회화 첫머리에 "무슨 말하고 싶어?" 나 예쁘다고"?"라는 말에 " 아니오 "라고 부정해놓고 회화의 후반부에 "흰머리가 나고 주름도 생기고, 늙어 가는 모습"을" 예쁘겠지"라고 미소 지으며 중얼거리는 정혁. 사랑이 매우 깊은데 얼마나 아름다운 말로 돌리겠는가.. 이건 시원시원하고 진지한 화술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정혁이 피아노에 대한 지금의 상념을 누군가에게 고한 건 이 장면뿐이다. 성실한 남자 정혁이 불쑥 진짜 생각을 토로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렇다. 성실한 북한군인이 절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말하지 않을 것, 그것을 세리에게 알리는 것은 무척이나 무거운 의미를 지니는데 그건 지금까지 정혁의 캐릭터를 정성스럽게 그려왔기에 이 대사가 사는 거다
또 하나. 그러려면 계속 옆에 있어줘야 한다는 대사에 대한 정혁의 대답이 '그래야겠군'이라는 것. 나는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그건 무리요"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고 상상했다. 정혁의 성실한 캐릭터라면 지금까지라면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했을 텐데 여기서 정혁은 '그래야겠군' 이라며고 긍정한다.
이 "그래야겠군"은 어떻게도 생각할 수 있는 "그렇다"이다. 같이 있고 싶어인지, 아니면 같이 있을 수 없으니 무리라는 건지. 전자의 경우, 세리가 이전에 말한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으니까 미래를 생각해 봐요"라고 하는 취지의 대사를, 긍정하는 것이 된다.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피아노를 치는 이야기만 해도 그렇지만, 정혁이 세리의 말처럼 이뤄지지 않아도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가슴에 와 닿는다. 게다가 그것이 여전히 취했을 때만 말할 수 있다는 데서 정혁이 안고 있는 무게가 보인다. 후자의 경우는 불필요하다.
한마디로 확실한 연출이 뒷받침 된 안타까움이 절정인 씬이며 그냥 러브러브한 씬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직 많이 있지만 전부 쓰면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건초염에 걸릴 것 같아서 여기에서 그만두려한다
사랑의 불시착은, 작품속에서 몇번이나 "한국 드라마"를 오마주 한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자주 기억상실이 된다거나 부유층이 자식의 연인에게 물을 끼얹거나 돈을 주고 헤어지라고 한다거나. 그리고 또 결정적인 장면에서 눈이 내린다. 겨울연가냐!!(보지않았지만) 이를테면 한드의 셀프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압도적 사랑, 압도적 경의를 느낀다. 정혁의 세리에 대한 애정 표현과, 수많은 연애 요소의 배경에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쌓아 온 한국 드라마의 연애 묘사가 느껴진다. 첫머리에서 말한 "한국 드라마의 집대성"이란 말은 거기에서 비롯된다. 철저히 순애보를 추구하던 한국 드라마의 역사가 이곳에 승화됐다고 할 수 있겠다..
2. 북한이라는 "이질적인 곳"을 사실적으로 만들었다
북한이란 장소를 선택한 시점에서 이 이야기는 이겼다.
한국 드라마는 특히나 눈물 나는 드라마에서 가장 나이브한 점은 사람이 죽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쉽게 사람이 죽지 않는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는 사람이 죽는다. 젊은 나이에 병으로, 사고로 죽는 사람이 근처에 데굴데굴 굴러 넘친다
나는 눈물성 드라마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냥 깬다. 만들어진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으니까. 인간은 그렇게 쉽게 병에 걸리지 않으며, 뱀에게 물리지도 않을 것이다. "○○안하면 가족을 죽인다"라고 나쁜 놈에게 협박당하는 씬을 보면 절대 있을 수 없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다르다. 북한에서는 진짜 사람이 죽는다. 정혁이 세리를 숨겼던 일이 들켰다간 죽는 것이고, 세리도 보위부에게 들키면 죽을 것이고, 귀때기 아들도 영애 동지의 남편도 구승준도 다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보통이라면 쉽게 사람이 죽지 않지만 극 후반 한국에서도 북한에서 온 조철강 때문에 세리도 정혁도 진짜로 죽을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가장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죽음", "이별"이라는 주제에 압도적인 리얼리티를 갖게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정혁의 형 무혁이 살해당한 것도 리얼리티가 있다. 살해당한다고 해도 속수무책인 북한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기에 정혁의 슬픔이 짙게 전해지는 거다
귀때기도 그렇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거운 삶을 안고 살아간다. "나의 유일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살인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무혁을 생각하며 우는 장면은 눈물 없이는 보지 못 했다. 엄마때문에 겁을 먹는 것도, 무혁이 간호사를 데려다 주는 것도 그곳이 북한이라서 최대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귀때기의 에피소드는 정말로 정중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좋았다. 일본의 1화 50분 10개 연속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귀때기에 대해 그렇게 자세하게 할애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죽음이 이웃해 있기에 세리와 정혁은 늘 서로를 걱정한다. 만약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선생님과 학생'도 그렇다. 그냥 먼 타국에서 연애라면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하지만, "남한과 북한"은 정말로 절대 안되지 않은가. 이건 전 세계인들이 안다, 진짜 절대 안 되는 사이다, 그 정도로 절대 안되는 두 사람이 서로 끌려서 어떻게든 함께 있을수 있는 길이 없을까 하고 고민한다. 이렇게 설득력 있는 연애의 장애물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매력은 그 밖에도.표지수가 흔히 말하는 작전을 수행했다라는 대사 (그런데 실제는 어이없는 내용이 나온다 수도관 공사라든가....너무 재미있고 매력적인 대사다. 표치수가 하는 재미있는 대사는 대개 북한 소재라는 사실. 한국에 왔을 때 지수의 대사 중에 우리가 올 줄 알고 차를 이렇게 많이 깔았놨나? 물론 북한 마을 체조라든지 평양에 도착했을 때 나오는 곡이라든지 다양한 것들이 아주 재미있다, 은동의 게임 계정 이름이 "피타는 노력" 이라는 네이밍센스는 정말로 배탈이 날정도로 웃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엄마로 나온 단이 어머니의 북한 TV 흉내만 해도 그랬지만 북한 재료는 전 세계 공통적으로 웃긴다. 웃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웃긴다,
3. 시대적 물질적 그리움과 현대적인 주제
북한 사람들의 화장, 복장, 생활 모두 어딘가 그립다. 정혁이 세리한테 국수를 삶아주는 것. 정혁이 세리에게 커피를 타주는 것, 순서를 잘라서 정중하게 묘사하니까 왠지 그냥 커피 타는 것 뿐인데 울컥한다. 시대물을 보는 듯한 그리운 기분이 든다
넷플릭스 제작의 섹스 에듀케이션을 보고 생각한 것이 지금의 일본 TV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성적인 묘사가 문제라든지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일본의 미디어의 능력에서는 이런 "선진적"인 이야기는 만들 수 없다는 능력적인 문제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사랑의 불시착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집착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태도가 느껴지는데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제시한다는 의미에서는 새롭다고 생각했다.
실제 세리와 단은 결혼하지 않는다. 세리와 정혁은 스위스에서 정기적으로 함께 지내는 관계를 선택했다. 결혼이라는 형태를 ‘취하지 않았다’기보다 ‘취하지 못했다’는 뜻이긴 하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둘은 행복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단은 정혁과의 결혼이라는 형태를 고집하며 계속 주위 지인들로부터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구승준에게 받은 반지를 끼고 혼자 멋지게 앞을 향해 살아간다.
그럼 극중 많이 나오는 부부의 모습은 어떨까?
세리의 부모는 20년째 침실이 따로 있고 서로 마음이 엇갈리는 것 같았지만 세리가 총에 맞은 뒤에는 함께 병원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남 부부는 비교적 좋은 부부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것 같고.
둘째 오빠 부부는 말할 필요도 없이 끝났다. 얘네들 이야기를 하면 짜증만 나니까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정혁의 부모도 잘 안맞는듯 했지만 총정치 국장인 아버지가 정혁을 지킨겠다고 나선 이후 부부 관계가 나아진 것 처럼 보였다.
가장 좋은 관계인 부부는 귀때귀 부부로 서로 애정하는 좋은 부부였다.
영애 동지 부부도 좋았다.
즉, 이 드라마는 결혼을 부정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랑으로 맺어져 있지만 결혼하지 않은 세리와 정혁, 결혼했지만 사랑이 전혀 없는 둘째 오빠 부부와의 대비가 있을 뿐이다. 결혼에 구애 받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사랑하면 되잖아? 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4. 등장 인물 모두가 사랑스럽다
특히 5중대 멤버, 귀때기, 마을 아줌마들, 단, 구승준, 단의 엄마, 보험사 직원
이야기가 조금 빗나가지만 액션이 정말 멋졌다.
세리의 병실 앞에서 둘째 오빠가 데려온 보디 가드를 정혁이 순식간에 해치우는 장면. 일본의 드라마라면 저쪽 벽에 부딪치고 이쪽의 벽에 부딪치고 옥신각신하며 난리가 날텐데. 정혁은 정말로 2,3초만에 한 손으로 던진다. 컷 분할도 좋아서 북한 군인의 진짠 강함이 전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드라마 전체에서 제일 볼거리라고 해도 멋진 액션 장면은 13화, 조철강과의 대결 씬이 있는 일련의 흐름이다. 차에서 내려 싸우는 5중대의 모습은 진지했고, 너무 멋있어서 손이 다 떨렸다. 왜 그렇게 멋있었을까.
액션의 레벨도 그렇지만, 어쨌든 그 때까지 일관되게 표치수를 시작으로 중대 멤버를 정중하게 그려왔기에.정혁을 찾는데 실패하는 것도, 수도에서 온수가 나오는 걸 감동하며 호들갑을 떠는 귀여움도. 표치수는 계속 세리랑 말다툼을 하고, 주먹이는 귀여운 비니를 쓰고 최지우를 만나서 울고, 은동이는 귀에서 펄럭거리는 모자를 사는 것도 다 좋았다.
그런 중대원이 한국에서 깡패를 상대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압승하니까 손이 떨릴 정도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촌스러운 표치수가 무척 강하고 (그는 몸의 사용법이 좋다. 정말 난투 장면이 좋은 사람이다). 항상 말다툼만 하던 사람이 세리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 사우나 팔찌 시스템도 모르는 광범이 "바람이 차갑습니다'며 문 닫으라고 말하거나 세리에게 여유 있게 말을 걸면서 적을 내리치고 최지우를 만나서 이제 여한이 없다며 울었던 주먹이 "이래봬도, 특수 부대원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여유있게 처리한다. 온수가 나오지 않고 자주 정전도 되는 나라의 군인들이 한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자본주의 나라의 양아치들을 여유 있게 무너뜨리기 때문에 정말 멋있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장면으로 진심으로 설렜다. 중대원들 캐릭터에 대한 제작진의 사랑이 느껴졌다.
이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한 곳을 하나 꼽는다.
● 12화 영애 동지의 세대주가 잡힌 후
○ 마을 빨래터 같은 곳
영애 동지의 세대주가 잡혀가고 영애 동지가 집에 틀어박혀서 음식과 장작이 떨어져서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인민 반장 아줌마가 "보위부가 알면 난리나기 때문에 집에 찾아간 게 걸리더라도 감싸줄 수 없으니까 가지말라"고 모두에게 충고한다.
○ 영애 동지의 집
영애 동지가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영애 동지는 아들에게 앉아 있으라며 조심조심 밖으로 나간다.
영애: "누구요?"
명숙: "영애 동지,"
귀때기 부인 명숙이 있다.
영애: "왜왔어"
명숙: "드세요"
그러면서 감자가 담긴 바구니를 내민다.
영애: " :먹을 거 있어서 괜찮으니까 가져가라"
명숙: "그래도..."
또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옥금:: "영애 동지,"
영애 놀라서 다시 문을 연다.
옥금: "술빵, 좋아하시지요? 괜찮다면..."
옥금, 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명숙을 알아차린다.
옥금: "언제 왔어?"
명숙: "방금..."
영애: "겁이 없구나, 들키면 큰일이라구, 어서들 돌아가!"
옥금과 명숙이 영애의 손을 잡고,
명숙: "잘 먹고 힘내시라요"
옥금: "맞습니다 "
영애 동지, 손을 뿌리치고
영애: "못 들었어?! 어서들 돌아가라고! 빨리 돌아가!"
문을 열면 리어카 가득 장작을 태운 인민 반장이 온다.
인민 반장: "영애 동지! 마침 나오시는군요"
영애: "..."
인민 반장: "영애 동지, 장작이 없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우선 방이 따뜻해야 몸도..."
그리고 명숙과 옥금이 있는 걸 알아차린다.
돌이켜보면 다른 마을 사람들 3명이 식량을 가지고 온다.
인민 반장: "다들 더럽게 말을 안듣는구나"
영애: "여기에 오면 위험하다구, 그러니까 모두 돌아가라고"
그러면서 울음을 터트린다.
옥금: "영애 동지,"
영애 동지, 쭈그리고 앉아 운다.
명숙: " 힘내시라요"
인민 반장: "영애 동지, 울지 마시라요"
"울지 마시라요"
세명이 달려가서 영애 동지를 달랜다.
왠지 모르지만 이 장면이 너무 좋다. 그동안 남편의 승진을 위해서 영애 동지(남편이 높은 사람)에게 조공을 하던 마을 사람들이 영애 동지의 남편이 붙잡혀갔는대도 온다는 것, 언제나 고압적이고 자존심이 높은 영애 동지가 강한 어조로 모두를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모두의 집이 말려드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인민 반장도 모두에게는 오지 말라고 해놓고 자신은 찾아온다는 것,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가슴에 다가오는데 평범하지 않은 이것도 북한이라는 불온함이 설득력을 더하고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식량이나 장작을 가지고 온다는, 게다가 남편의 승진 때문에 자전거를 타면서 발전했던 사람들이! 그래서 감동적인 것이다.
5. 드라마 후 스톱 모션 뒤의 몇분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이야기의 마지막 컷이 갑자기 스톱모션 되어, 약간 회화 터치로 이펙트가 걸리고, 그 화의 좋은 씬이 슬라이드 쇼처럼 흘러나오는 시간이 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그 후 본편에서 묘사된 사건들 뒤에서 사실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에필로그가 3, 4분 정도로 그려진다.
이 부분이 아주 좋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세리와 정혁이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거나 본편 밖의 시간축에서도 세리와 정혁이 함께 있는 것 같은 설득력이 더해진다. 괜히 감동이 왔다.
그 몇 분간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스위스 편이나, 세리의 어린 시절 바다, 무혁에 대한 장면 등 회상 씬을 다루는 방법이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1화마다가 아니고 16화를 둘러보며 모든 복선이 살아있도록 훌륭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있을 수 없어보이는 스위스의 운명적인 만남도 납득이 되고, 무혁의 시계나 세리의 바다, 등 초반 회부터 군데군데 뿌려서 후반에 연결될 때의 설득력이 대단하다.
일본드라마는 전체 흐름이 교차하지 않는 것이 많기 때문에, 흑막의 이름이라던가 존재가 조금씩 나오고, 최종회의 대본이 완성될때까지도 배우나 감독이 그 흑막이 무엇을 하고 주인공과 어떤 관계인지 캐스팅도 정해지지 않은 적도 있다 (그래도 시청률 평균 10%를 찍었지만, 최종회의 방송에서 흑막을 알게되어 엄청 두들겨 맞기도 했다).
역시 문제는 설득력인데 세리의 바다 장면이 있으니까, 세리 마음의 어둠을 알게 되고, 고압적인 세리의 모습도 관객이 사랑하게 된다.
일본 드라마의 복선은 근처에서 회수되기 쉽상이다. 코사와 료타의 대본을 좋아하지만, 그런 "복선 회수를 위한 복선"이 아니라 이런 "설득력을 위한 복선"이 아름답다. 최지우와 식사 같은, 복선 회수를 위한 복선도 뛰어나다. 다 훌륭하다. 전체적 배분을 포함하고 깊이 생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6. 얼굴 천재 현빈
이건 정말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빈의 아름다움 때문에 성립하는 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정혁이 정장으로 갈아입는 장면은 정말 정말 정말로 고맙습니다라는 말 밖에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현빈이 나온 과거작을 견학한 결과, 현빈은 물론 좋지만, 우리가 이렇게도 사랑해 마지않는 것은 리정혁라는 것을 재확인 했다. 역시 리정혁이 사랑꾼이어서 우리는 이렇게 푹 빠졌다. 그리고 사랑꾼은 일본어 자막으로 "장난스러운 남자"로 번역되어 있었지만, 아마도 뉘앙스가 분명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어에는 사랑꾼에 대응하는 단어가 없다. 한국에는 사랑꾼 같은 남자가 제법 있는 걸까. 일본 드라마에도 더 사랑꾼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역시 엄지손가락이 피곤하기 때문에, 아직 더 쓰고 싶은 것이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자. 굳이 다 아는 명장면은 묘사하지 않았다 .맨 마지막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이라든가, 세리가 병원에 들어간 것이라든가, 이미 전 세계 누가 봐도 감동할 것이고, 더 보탤 말이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렇게 명장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1화부터 쌓아온 캐릭터에 대한 사랑 덕분이라는 걸 거듭 전달하고 싶다
'웃고 울 수 있다”면 훌륭하다. 학창시절 나는 사람에게 쉽게 이해 되고 싶지 않아서, 아는 사람만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원하는 것들도 함께한 사람이 별 세 개를 달아도 좋으니, 누구 하나라도 별 다섯 개를 달아줘서 평생 마음에 새겨줄 수 있는 문학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모두에게 별 네 개를 달 수 있는 통속 드라마를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방법을 알게 되면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하고 느끼는 것은 전자를 만드는 것이 후자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과 모두가 별 5개를 붙여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봐도, 갸루가 봐도, 우리 엄마가 봐도 25세 독신녀가 봐도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것. 그런 드라마라야 아마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평생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일본 드라마의 말단 조감독으로 생각한 것은 지금의 일본 방송국에선 이를 넘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무엇이든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일본 드라마는 점점 재미 없게 될것이다. 그러니까 힘내자. 그렇게 나의 세상이 달라졌다.
삶에 분투하는 25세 독신 여성으로서는 사랑의 불시착을 본 이후로 무척이나 운동을 싫어했던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고 워크아웃하고 다이어트 하려고 하고, 한국 코스메틱을 사들여서 치열을 교정하려고 한다.. 언젠가 현빈을 만났을 때 최대한 최고의 상태가 되고 싶어서.......
나의 세계가 너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