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지식은 딱 학교 음악 시간에 배운 정도인데 일할 때 브금으로 연주 영상을 자주 틀어놔서 그냥 개인적으로 즐겨 듣는 곡들이 있는 수준이야ㅋㅋ연주자별 차이도 모르고 용어도 모르는 막귀 알못임
어느 날 유튜브에서 노동요 찾다가 우연찮게 라벨 피아노 협주곡 영상을 틀게 됐어 원래 아는 곡들 위주로 보는데 이 곡은 아무 정보도 없으면서 라벨 이름만 보고 그냥 틀어봤지(볼레로 좋아함ㅎ)
영상 보기 전에 댓글을 살짝 봤는데 2악장이 너무 아름답다는 거야 음 그렇구나 하고 재생만 시켜 놓고 다시 일을 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어? 뭐지? 싶은 진짜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리더라구 그래서 영상 봤더니 댓글에서 말한 그 2악장이더라ㅋㅋㅋ
이거구나 싶었어 너무 좋아서 끝난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보고 자기 전에 또 생각나서 또 보고 나서
내가 사는 지역에도 오케스트라가 있어서 가까운 데서 공연 있으면 보러 가볼까 싶어서 찾아봤지 근데 웬걸...당장 3일 뒤에 하는 공연 프로그램에 내가 방금까지 듣고 또 들은 그 곡이 있는 거야ㅋㅋㅋ
이건 걍 가라는 뜻 아니겠어? 그래서 그 늦은 시간에 허둥지둥 가입하고 예매도 해버렸지 자리도 취소표인지 앞쪽에 빈 자리 한 곳 있길래 바로ㄱㄱ
(근데 막상 가서 보니 나 같은 알못은 차라리 좀 더 뒤쪽으로 가서 전체적인 구도로? 보는 게 더 좋을 거 같더라. 앞줄에 계신 연주자분들만 잘 보여서 좀 아쉽...그래도 후회는 없다)
당일이 돼서 두근두근하며 공연장 입장했는데 와...클래식 공연장은 거의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고 분위기도 새롭더라. 뭔가 나무 냄새 나는 거 같고? 주변에 관객분들은 다른 클래식 공연장이나 전에 본 공연 감상 얘기하고 계시고ㅋㅋㅋ너무 낯선 환경이라 오히려 리프레시되는 느낌이었달까
그러다가 공연 시작했는데 와 또 놀랐어 연주 소리가 진짜 좋은 의미로 영상으로 듣던 거랑 똑같이 너무 깔끔하게 들리는 거야 나는 뭔가 그 생소리? 같은 느낌일 줄 알았거든. 가수로 예를 들면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부르는 걸 듣는 것 같은 느낌? 근데 엄청 정제된 느낌의 고운 소리라서 놀랐어...일단 거기서 한번 압도됐고ㅋㅋㅋ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안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듣는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설레더라 연주 시작되니까 나 혼자 벅참ㅠㅠㅋㅋㅋㅋ엄청 몰입해서 들었어
집에서 영상으로 볼 때 그 2악장에 관악기 들어오는 부분에서 왜 그런지 몰라도 혼자 되게 슬프고 아련해했는데ㅋㅋ실제로 가서 들으니까 와...진짜 눈물 고일 뻔했어 그냥 너무너무너무 좋더라 확실히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건 다르다고 느꼈어
그날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박수 엄청 치고 앵콜 연주도 여러 번 하시고ㅋㅋㅋ다들 웃으면서 되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서 좋았어 이것도 직접 가봐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더라ㅋㅋ
힘들었던 점이라면...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꾹 참고 누르는 게 넘 힘들더라...걍 주먹 꽉 쥐고 이악물고 참았어...ㅋㅋㅋㅋㅋ
첫 관람이 너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서 앞으로도 기회 되면 한번씩 보러 갈 수 있을 거 같아 지역 오케스트라 인프라를 이제서야 누리게 되네...ㅋㅋ어디 얘기할 데가 없어서 클래식방에다 남겨 본다 어쩌다 보니 길어졌는데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