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모차르트 환상곡 K.397
내가 비바람을 뚫고 와서 그런가
마치 태풍을 연상시키는 도입부
들으면서도 거기 앉아있는 게 실감이 안났는데
조성진 특유의 그 예쁘장한 마무리를 듣고는
아 여기에 바로 이 소리를 들으러 왔지!
모차르트 소나타 3번
예 제가 조성진 트릴성애자입니다
트릴 범벅인 이 곡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소냐
오른손 트릴 감탄한지 오랜데 또 감탄 볼 때마다 감탄
가벼우면서 날라가지 않고, 빠르면서 뭉그러지지 않고 선명함
결정적으로 소리가 어쩜 그렇게 달콤하고 예쁜지
그런데 이번에 3악장 왼손 트릴할 때 뭔가 약간 헛웃음나왔다
그래 조성진은 왼손이건 오른손이건 다 잘해
노래부르듯 연주하는 데 도가 튼 연주자이니
이 곡은 뭐 두명의 남녀 오페라가수가 노래하듯 연주하는데
그냥 끝났다고 봐도 무방
마지막 두음이 레코딩보다 가볍고 경쾌하고 장난스러운 듯 끝남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이건 정말이지 끝나자마자 아악!!!!소리 절로 나옴
오른손은 물론이고 왼손이 바쳐주지 않으면 소화불량 걸릴 곡
사실 이런 연주는 멍때리고 듣게 되는 듯
눈 앞에 뭔가를 펼쳐주는 연주랄까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울컥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난 안산에서도 그렇고 왜 이 곡은 이렇게 슬픈지
사실 2악장 아다지오에서 슬프기보다
1악장과 3악장에서 향수를 느끼게 되는 자장가 같이 고요한 그 부분만 나오면
그리고 다시 꿈을 깨듯 역동적으로 변할 때 더 무너지는 듯
그리고 마지막 4악장 휘몰아치듯 끝날 땐 내 인생도 악소리와 함께 마감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도입 마치 재즈곡인양
조성진 분명 재즈도 잘할 듯
할 생각은 1도 없겠지만
에스프레시보를 무시하면 굉장히 난해? 아무 멋없는 연주가 될 수도 있지만
조성진은 감정을 싣는데 인색한 연주자가 아님
내가 좋아라하는 이유이기도
여기서 바로 리피소로 연결해서 연주했는데
관객들이 찰떡같이 숨죽여줌 굳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왜 두 곡을 한 곡 처럼 이어서 했을까
아첼레란도, 리타르단도. 아님 어떤 감정으로 두 곡이 유사하게 생각됐나
아무튼
이 연주도 방랑자처럼 이런 거 저런 거 다 지우고 들었다
뭔가 온 마음을 다해 연주한 게 너무 와닿아서 눈물이 글썽
진심은 언제나 전해지는 법
건반 쾅쾅 내려칠 때마다 감정이 너무 심하게 밀려와서
뭐가 그렇게 슬픈지 격해졌는지 궁금할 틈도 없이 내가 다 힘듬
그 와중에 연주가 펼쳐내는 이미지들은 시공을 초월하듯 우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
마지막은 죽음으로의 끝이 아닌 완전연소 혹은 휘발하듯 소멸하여 사라지는 느낌
마치 별이 우주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듯
꼭 연주자 본인이 그렇게 사라지고 없는 듯 한동안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 보는 나도 움직일 수 없었음
박수조차 머뭇거려 나왔는데 그마저도 좀 더 기다려주지 아쉬움
암튼 잠시간 꿈쩍도 않고 없는 듯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그때서야 나도 입틀막하고 박수쳤다
감탄으로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황송한 연주
다 쏟아낸 연주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암튼 숨막히는 리피소 후 앵콜이
쇼소2의 3악장 장송행진곡이라니요
가뜩이나 내 안의 감상에서
마치 콩트같게도 이미 연주자는 사라졌는데
눈물이 안나올 수가 없는 상황
리피소에 이어진 감정을 채 추스리기 전에 연주해서
훨씬 더 울컥한 감정을 전달받음
눈물 닦으며 박수 쳤다
두번째 앵콜 모피소12번 2악장
너무 울컥해진 감정을 좀 추스리고 나가라는 배려로 느껴짐
그러나 그 아름다운 살랑거리는 연주도
안녕안녕 손 흔드는 것처럼 느껴져서 계속 슬픔
[ 돌아와서 본공연을 가만히 되짚어 보는데
놀랍게도 내가 연주자의 한 생애를 듣고 온 듯
찬란한 재능 - 모차르트의 두곡
현재 - 방랑자
미래 - 베르크
종말 - 리스트
이건 뭐 개인적 추측이자 바람인 감상일 뿐 ]
일요일
모피협20번
시작하자마자 아니 이게 뭐야!
지휘한다고는 했지만 그런 정도의 지휘는 아닐거라고 분명 그랬는데!
진짜 안왔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
1악장부터 그렇게 충격의 도가니 속에서 시작
너무 확신에 찬 지휘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는데
해석에 대한 당황이 아닌 평소 알던 그 연주자가 아닌 것 같아서 그 모습에 당황
지휘하는 뒷모습을 봤기에 망정이지
합창석쪽에 앉았으면 연주자 지휘 표정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을 듯
조성진의 모피협 20번은 전반적으로 현악의 주고 받는 조화를 주요 포인트로 잡은 듯
2악장 장인이 늘 그러하듯 서정적인 연주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기도
3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연주자의 예전 연주보다 좀 더 빠르다고 느낌
쇼피협1번 3악장도 마찬가지여서 조금 놀랐는데
흥분했다기보다 이렇게 연주하고 싶었구나 생각
20대 한창 펄떡거리는 연주자의 빠르기는 이거였구나
환상적이었던 모피협 마무리
쇼피협1번
이걸 조성진의 지휘와 연주로 내가 듣는 날이 오는구나
1악장 이렇게 박진감과 리듬감있는 다이내믹한 3박자로 시작되다니 살짝 벙찜
뭐랄까 여기서 조성진의 리듬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데
리듬악기의 대표적인 드럼 장르 중 최고봉은 대다수가 재즈로 침
조성진은 본능적으로 의식하지 않는데 이게 있음 재즈리듬감
당연하겠지 본인이 재즈연주자도 아니고 될 생각도 없는데
그럼에도 레코딩한 드뷔시 곡들과 이번 리싸이틀 레파토리 중 하나인 베르크 소나타에
재즈적인 요소가 분명 있는데 연주하는 그 리듬이 아주 기가막힘
이 리듬감은 타고난 거
다시 돌아와서 마저 감탄해보자면
본인이 연주만 할 때는 지휘에 맞춰서 박자를 아주 살짝 밀기도 당기기도 하면서
(주로 밀지만) 연주에 긴장감을 주는데
지휘를 하면서는 과연 동시에 그게 가능한가 했는데
완전 다른 방식으로 가능하더라고
1악장과 3악장에서 주로 들은 거 같은데
본인이 생각한 어느 부분의 오케를
진짜 못알아챌 정도로 살짝 빠르게 뮤트시키고
그러니까 마치 쉼표를 살짝 당기듯이 만든 후
본인 연주를 시작하면서 긴장을 유도하는데
와 씨 이거 사기캐 아닌가
이거 흥분이 아니라 100% 의도였다고 생각
의도가 아니었으면 그냥 이건 본능적 리듬감
그렇게 당긴 후 박자가 무너지지 않았으니
2악장에서 살짝 눈물이 고였는데
사실 늘 그러긴 함 2악장 할 때마다 눈물바람
어쩜 소리가 그러냐 지휘하면서도 연주가 흐트러짐이 없음
얄짤 없이 최고임 다해먹었다
여기서 바순연주자님 잠시 칭찬
둘 호흡 내가 듣기엔 너무 좋았다
3악장
문득 지휘하면서 연주하는 그 뒷모습이 너무 자유로워보였음
아 이걸 들려주고 싶었던 거구나
그동안 얼마나 이렇게 들려주고 싶었을까
이 두 곡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설렜을까
팬으로서 엄청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끔 너무 천재적으로 연주할 때
아 저 사람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지 할때가 있는데
오늘은 그냥 그가 보여주는대로 들려주는대로 그대로 받아들였음
진짜 안끝났으면 좋겠어서 주문외우다가 장엄한 뚜띠로 내 심장도 뚜-뚜-뚜---
할 뻔 했는데
앵콜
아 브람스 118-2
이제 이 곡은 내 눈물버튼이 될 것
먹구름사이를 유유히 가르고 사라지는 새처럼
말로 풀어낼 수 없는 이미지와 솟아오르는 감정 때문에
여기서 말도 안되게 스압인 이 감상문은 끝
공연 총 감상
1. 여운 쩐다 2. 태풍 뚫고 통영 잘왔다 3. 조성진 ㅁㅊ 천재
+혹시 목,금 다녀온 덬들 있으면 짧게라도 써줘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