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900석 규모 공연장의 한 달분 티켓이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된 것도, 추가로 풀린 시야제한석 티켓마저 2분 만에 다 팔린 것도, 이유는 하나였다. 조승우.
조승우가 배우로 데뷔한 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그가 타이틀 롤을 맡은 예술의전당 기획 연극 '햄릿'(연출 신유청). 셰익스피어의 방대한 원전 대사를 충실히 살리면서도 대사를 구어체로 쉽게 풀어낸 연출 방식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리지만, 그의 압도적 연기력엔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이 쏟아졌다. 시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해 지루할 수 있는 작품인데도 "185분의 공연 시간(인터미션 20분 포함)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반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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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침묵이 대사로… 오필리아의 장례식
우연히 보게 된 누군가의 장례식. 햄릿은 그 주인공이 사랑하는 오필리아라는 것을 알게 되자 오필리아에게서 돌려받은 편지를 죽은 오필리아 손에 쥐여 주고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린다.
조승우는 움직임만으로 대사 없이 복잡한 심경을 객석까지 충실히 전한다. 일그러진 얼굴 표정, 오필리아에게 편지를 쥐여 주고 꽃을 올려 놓는 손끝의 동작에서 처절한 슬픔이 드러난다. 관객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햄릿의 감정에 몰입한다. 클래식 음악회에서처럼, 장면이 전환되고 나야 객석에서 기침 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연극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 공연평론가인 현수정 중앙대 연극학과 겸임교수는 "조승우의 햄릿은 드라마와 영화 연기에서 그가 보여줬던 것처럼 분노를 표현할 때 소리를 지르지 않고 오히려 침묵과 표정, 동작으로 꽉 찬 감정을 전한다"고 평했다. 오페라글라스를 준비하면 굵은 눈물을 떨구며 침묵으로 연기하는 조승우의 햄릿을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사원문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83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