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진지하고 필력 없으니, 오글거리는 거 못참는 덬들 스킵해!>>
쌍옌과 원이판은 서로에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치 않게 몸에 새겨진 흉터처럼 절대 안 잊히는 사람인 것 같아.
그러니까 어두운 불빛 아래서 눈이 마주친 그 찰나의 순간에도, 서로를 단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심장이 먼저 덜컥 내려앉았을 테니까
근데 그렇게 닳도록 그리워하던 첫사랑을 몇 년 만에 마주해 놓고,
"오랜만이야"라는 말 대신, 쌍옌이 고작 뱉어낸 말이 "여기 사장 쌍이입니다"라니
진짜 이건 쌍옌답게 서툴고 날 선 오기 아니야?
겉으로는 차가운 척 폼 잡고 있지만, 실은 '날 그렇게 떠나놓고 넌 아무렇지 않아?' 하는서러운 원망 반,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났구나' 하는 안도 반이 뒤섞인 투정인 거지
하지만 그 가면이 어디 오래가겠어. 옷 젖은 원이판 챙겨주겠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 무심하게 툭 던져준 외투부터 시작하더니,
원이판이 잃어버린 팔찌를 찾겠다고 바텐더에게 넘기려던
종이 코스터를 낚아채는 그 거침없는 손길 좀 봐
차갑게 세워둔 자존심은 이미 제 손으로 다 무너뜨렸고,
쌍옌은 이때 벌써 그녀한테 다시 직진하기로 마음먹은거 같아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그리고 1화 마지막, 혹시라도 마주칠까 봐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숨죽여 지나가는 원이판을 단번에 알아채고 스치듯 툭 던진 한마디, "신녠콰이러"라니...
네가 아무리 숨어보려 애써도 내 세상에서는 널 놓칠 방법이 없다는 듯이
그 무심한 듯 다정한 새해 인사를 듣는데 딱 알겠더라.
이 남자는 온몸의 세포가 여전히 원이판 한 사람만을 향해 있구나, 하고
그 애뜻한 시선은 2화에서 더 증폭해
원이판을 집에 데려다주자마자 그녀가 위험에 처하니까,
쌍옌은 제 몸 사릴 틈도 없이 뛰어들어 혼자 세 명을 상대하잖아
얼굴에 상처까지 입어가며 구해놓고는 치료받을 때 둘 사이에 흐르던 그 숨 막히는 텐션
얼굴이 코앞까지 닿은 채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데,
겉은 차갑게 굳어있어도 속은 불이 난 것처럼 뜨거운 게 화면 밖까지 전해지더라고
그 후에 원이판 짐 옮겨주면서 쿨한 척 "누구라도 도와줬을 거다"라며 선 긋는 쌍옌에게,
원이판이 "상처가 남아도 넌 멋질 거야"라고 툭 내뱉는 장면
아마도 원이판은 어색함을 깨려고 던진 말일텐데,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그 진심을 들었을 때 쌍옌의 심장은 또 얼마나 요동쳤을까
게다가 2화의 백미였던 에필로그. 원이판이 차에 두고 내린 열쇠로 굳이 예전집 찾아가서는
그 파렴치한 놈들이 '몰카' 운운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눈 돌아가는 쌍옌이라니...
자기가 다치는 것 따위는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듯 죄다 패버리는데,
원이판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그 순정이 대단하다 생각했어
3화에서 서로가 룸메이트인 줄도 모르고 마주쳤다가,
원이판이 툭 던진 "오늘 밤은 나랑 잘래?"라는 말에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말실수한 거야, 본심이 새어나온 거야?" 하고 받아치는 쌍옌
원이판이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닫힌 문을 보며 아쉬운 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그 표정은 진짜 킬포였어
동거가 시작되자마자 쌍옌의 하찮고 귀여운 핑계 퍼레이드도 폭발해(그리고 곧 들킬 거짓말은 왤케 해대는 거야 ㅎㅎㅎ)
입으로는 계속해서 툴툴대고 틱틱거리면서 손과 발은
오직 원이판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지. 쌍옌의 그 무심한 다정함이란...♥
하지만 1~10화 전체를 관통하며 가슴을 가장 시리게 만든 건,
바로 원이판의 몽유병과 그걸 지켜내는 쌍옌의 밤이었어
과거의 끔찍한 상처와 트라우마로 힘든 원이판이,
무의식의 밑바닥에서는 '세상에서 나를 온전히 지켜줄 유일한 피난처'로 쌍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나에겐 너무 절절하고 마음 아팠어 (뒤에서 연애 시작하면 나 혼자 진짜 가슴 터질듯!!)
그리고 쌍옌이 잠결에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원이판의 뒤를
소리 없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잖아
혹시라도 부딪혀 다칠까 봐, 날카로운 가구 모서리마다 제 큰 손을 먼저 턱, 턱 대어주며
인간 완충재가 되어주는 온전한 아낌없는 사랑
10화까지 달려오며 결국 확신하게 된 건 하나뿐이야
이 둘은 아무리 밀어내고 돌아가도,
결국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내 필력으로 이 감정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
그저 둘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고 아릿해져서,
뒤늦게 시작한 난홍이 올겨울까지 통째로 집어삼키겠구나 싶네
밤을 새워서라도 달리고 싶지만 현생이 있으니 그렇게까진 못하겠고,
10화씩 끊어보며 내 멋대로 과몰입 후기나 남기러 와야겠다
이런 마약 같은 드라마를 이제야 열어본 나 자신... 깊이 반성해야지.
20화까지 보고 다시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