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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알희 막방이라 대욱 소감글 올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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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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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티도움받고 좀 다듬었음!

dxatJR
몇 년 전 팬분들께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 여운이 가장 많이 남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많은 분이 ‘웨이위타이(魏宇泰)-흑색등탑’을 꼽아주셨죠. 그의 안하무인하고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때로는 미친 듯한 그 느낌을 좋아해 주셨습니다. 그 기억이 마음 한구석에 늘 미련처럼, 하나의 염원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묘적수,우여령 감독님을 만나 페이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가슴 속 그 염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번에는 어쩌면 함께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서로 끌리는 지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감독님이 절 선택해 주실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전 묘적수 감독님의 작품을 봐왔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방식과 감정, 디테일을 잡아내는 감각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을 정말 아름답게 담아내 주시는 분이죠. 사실 그때 사심도 조금 있었어요. ‘꽃이 다 지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기록해두자’ 하는 마음이었죠. 하하하. 그렇게 마음속이 담아두었던 염원과 감독님을 향한 설렘을 안고, 저는 페이전과 만났습니다.


​창작의 과정은 늘 고되었습니다. 수차례의 분장 테스트와 의상 피팅을 거치며 우리는 페이전이 어떤 모습일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쓰리피스, 포피스 수트, 반지, 안경... 소품들이 하나둘 몸에 갖춰지면서 마침내 우리는 페이전의 첫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묘적수 감독님이었기에, 이번에 저는 저 자신을 완전히 깨뜨리기로 했습니다. 예전의 경험들은 잊고 온전히 저를 감독님께 맡겼죠. 페이전의 캐릭터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그의 출신, 가정사, 성격, 그리고 극 중 모든 인물과의 관계 설정까지-우여령감독님을 비롯한 작가님들과 함께 수차례 토론하며 가장 정확하고도 극적인 표현 방식을 찾아 나갔습니다.


​이 인물을 창조하며 저는 그의 기저에 흐르는 색감을 '회색'으로 잡고 싶었습니다.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살아있는 입체적인 사람으로 보여지길 원했죠. 그의 성격은 가족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잔혹함과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죠. 평생 비교당하며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채, 억눌린 교육 환경에서 자라난 재벌2세로써의 그의 삶은 단조롭고 억압적이며 질식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이었죠.


​그러다 후슈를 만납니다. 후슈는 진실하고 솔직하며, 독립적이고 영리합니다. 겉은 부드럽지만 내면은 강인한 여성이죠. 그녀는 페이전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꿰뚫어 보며 말합니다. "생각이 지반보다 중요하다"라고요. 사람은 변할 수 있고, 중요한 건 변하고자 하는 의지라는 걸 알려준 거죠. 그녀의 존재는 태양 같아서, 회색이던 그를 점점 흰색으로 물들였습니다. 그녀와 함께할 때마다 그는 자신에게도 조금씩 온기가 스며드는 걸 느꼈죠. 하지만 그녀를 너무나 간절히 붙잡고 싶었던 나머지, 후반부에 그는 극단으로 치달으며 다시 검은색으로 변해갑니다.


​후반부의 페이전을 만들어나가면서 저는 그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에 반창고를 버리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페이전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것들은 내려놓았지만 후슈는 (반창고라는 흔적으로)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가질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잊지 않는 것이니까요. 이로써 그는 회색에서 다시 흰색으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크랭크업 때 묘적수 감독님이 문자를 보내셨던 게 기억나네요. 페이전이 떠난 뒤의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직접 찍어볼 수 있겠냐고 물으셨죠. 한참을 고민했지만, 어떤 후일담이 그를 행복하게 하고 빠르게 치유해 줄 수 있을지 끝내 답을 찾지 못해 결국 찍지 못했습니다...


​페이전을 아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보내주신 비판과 격려도 모두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제가 설정한 세세한 디테일들을 시청자분들께서는 전부 알아봐주셨습니다. 배우로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거예요.

​팬분들의 기다림, 감독님과 제작자님의 기대, 그리고 모든 스태프의 노고가 담겨 페이전이라는 인물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가 우리 앞에서서 그에게 준 사랑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있으니 서로의 마음이 맞닿은 기분입니다.

​작품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본래 정해진 모습이 없으나 또한 만 가지 모습이니, 

내가 어떤 모습인지는 너의 마음에 달려 있다

(我本无相,亦有万相,我是何相,取决于你)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https://video.weibo.com/show?fid=1034:5258961797185576

공작실에서 올려준 제작 비하인드 같은데 같이보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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