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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중소년이 본 10월의 중드 목록,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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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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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중드 입문 5개월차 중소년이 돌아왔어.

모두 알찬 10월 보냈어?

 

이번 달에 드디어 리뷰 100개를 돌파했어! (완주는 10월 말 기준 109개). 처음에 중드 볼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이 보게 될 줄 몰랐는데 신기할 따름이야.

 

요새는 차방에서 언급이 적은 드라마들을 찾아 보는 중이야. 언급이 많이 되는 드라마는 대게 내 취향이 아니었어 ㅠㅠ

그래서 일단 눌러보고 1화 괜찮으면 계속 보고 아니면 하차를 반복 중인데, 의도치 않았을 때 종종 더 큰 재미가 있는거 같아.

  

그럼 이번 달 후기도 시작해볼게.

 

 

<10월 동안 본 드라마 목록>

 

92. 몰유공작적일년: 서른 둘, 스물 둘의 일년

처음엔 단순히 회사의 갑질에 맞서는 당찬 여성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본인의 삶을 찾아가는 드라마였어. 모두가 동경하던 도시에 와서 성공을 꿈꾸지만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 이 드라마는 독특하게 후자의 상황을 보여줘서 색달랐어. 꼭 돈과 능력이 많아야만 행복한 게 아니듯 각자의 기준에 맞는 행복을 찾는다는게 이 드라마가 주는 메세지인거 같아. 특히 여주의 심경변화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이 사회는 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했고, 능력의 한계라고 여겨 더 나아가지 못했고, 열등감에 한없이 작아지던 모습들이 남 일같이 느껴지지 않더라. 주인공들이 연줄에 밀리고, 갑질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반면교사삼아 성장하기도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단단해지고,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잘 그려진거 같아.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너무 다이내믹해서 보는 사람이 진이 빠지긴 해. 정말 화나는 부분도 많았고 욕을 계속 했던 부분도 많았어. 성차별적 발언부터 가정을 위해 여자가 희생을 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생각, 결혼을 효도 수단으로 삼으려는 생각까지 이해가 1도 안됐는데 실제로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밥 먹듯 당하는 현실이라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 집에서 애 키우는 가정주부는 쉬운지 아나, 어이가 없어서 정말. 맨날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하다고들 하지만 이 드라마도 만만치 않았어. 광총이 커플은 무조건 결혼을 해서 행복한 모습을 보이라고 주문을 하는건지 모든 드라마마다 기승전결혼으로 이어지는 결말이 정말 싫었거든. 결혼이 곧 행복이라는 식의 전개도 정말 싫고. 매번 공장형으로 비슷한 내용과 결말만 뽑아내는 중드보면서 감 떨어졌으니 드라마 접으라고 외쳤는데 이 드라만 그런 결말 아니어서 다행이었어. 주인공들 모두 매력적이고 연기도 잘해서 한번쯤 볼만해. 여주, 남주 둘 다 처음 보는데 꽤 인상적이었어.

 

93. 진봉십삼재

13년 전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오가면서 진행되는 수사물이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를 중국이 참 좋아하나봐. 이런 수사물 진짜 많은듯해. 사건도 인상적이긴 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등장인물이었어. 1997년의 신입과 베테랑이 2010년의 베테랑과 은퇴한 경찰로 나오는데 위치의 변화에 따른 행동과 미묘한 감정 변화들이 잘 나타나서 좋았어. 의욕 충만했던 신입은 잘 성장해서 예민한 베테랑이 되었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었던 베테랑은 침착하고 노련한 은퇴한 경찰이 돼. 두개의 시점에서 변하는 주인공들의 성격을 보는게 재밌고, 두 주인공의 연기합이 좋아서 온전히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어. 시점을 계속 오가긴 하는데 하단에 년도 표기해주고, 분장도 젊었을 때, 나이 들었을 때를 확실히 구분되게 잘해서 헷갈리지 않아. 전개 중에 좋았던게 범인의 정체를 끝까지 궁금해 하도록 후반까지 잘 끌고간거야. 수 많은 용의자들이 등장하지만 '저사람이 범인이군' 이라고 특정할 수 없게 이야기가 이어져서 끝까지 긴장감을 갖고 보기 좋았어. 사건 자체를 가볍게 볼 순 없지만 너무 무겁게 가지 않으려고 중간중간 재미요소도 넣어줘서 괜찮았어.

 

94. 진상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흑백까진 아니지만 채도를 많이 빼서 약간 우중충해. 그래서 처음엔 시점이 현대가 아니고 과거인가 싶을 정도였어. 수사물이라 일부러 이런식으로 분위기 잡으려고 한거 같아. 형사나 경찰이 나오는 수사물이 대부분이다보니 경찰 제복은 익숙했는데 검찰 복장은 처음봐서 약간 새로웠어. 중국 검찰 검색해보니 진짜 드라마속 옷(빨간 넥타이에 정장)을 입더라. 과학수사로 시작하길래 검찰청의 과학수사가 메인인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사실 과학수사 부분은 적어서 그냥 검찰 자체를 강조하고 싶어한거 같아. 어떠한 한 사건을 계기로 줄줄이 비엔나 마냥 숨겨져 있던 인물과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 초중반엔 전개가 왜 갑자기 이렇게 이어지는거야? 저 사람도 연루된거야? ㅇㅅㅇ? 이런 느낌이 계속 있어서 어수선해.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려는 '진상'이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도 있었어. 특히 범인을 알려주고 진행되는 드라마라 범인이 누굴까 궁금해 하는 긴장감도 없었어. 나쁜놈은 정해져 있으니 어떻게 끌어내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들이 너무 느긋했어. 좀 더 속도감있게 표현하고, 압박하는 과정을 타이트하게 연출해줬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어서 보는 내내 잔잔했어. 중드는 꼭 필요한 연출은 루즈하고, 이상한건 열심히 연출해주더라.... 사건을 은폐하는 방식이 한결같이 해당 인물들을 죽이는 것을 반복할 뿐이고,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긴장하기는 커녕 끝까지 우아하게 나와서 좀 짜증났어. 그래서 내용보다는 인물에 집중했고 나는 주인공보다 변호사 캐릭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 난 범죄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가 범죄자의 심리 변화를 엿보는 거라고 생각해. 스스로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무마하며 자기위로하는 이런 심리적인 부분이 재미있는거잖아. 이 드라마의 다른 등장인물은 다 평면적인데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가 변호사였어. 그래서 변호사의 범죄 심리 서사가 좋았는데 그런 인물을 중간에 죽여버리니 재미도 바로 사라졌어. 안그래도 잔잔한 드라마에 유일한 긴장감을 주는 인물이었는데ㅠ. 범인은 정해져 있고+여주 머리 왜 이래+입체적인 캐릭터의 사망+극적인 연출의 부재들이 합쳐지니 결국엔 재미가 없는 드라마가 됐어. 다른 수사 드라마 많으니 굳이 추천은 안할거 같아.

 

95. 안가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 중에 가장 긴 회차여서 다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재밌어서 3일만에 다봤어. 일반 로맨스 드라마가 53부작이나 됐으면 절대 못봤을텐데 일하는 이야기로만 꽉 차있어서 끝까지 볼 수 있었어. 매번 새로운 의뢰인들과 사연이 나오다보니 질릴 새도 없었고, 부동산 중개사의 삶을 일부지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우리나라 부동산도 잘 모르지만 중국만의 특수성을 일부 알 수 있던거 같아. 돈 있다고 누구나 다 집을 살 수 있는게 아니고 거주증이 있어야 집을 구매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어. 좋은 고객을 만나 직업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진상 고객을 만나 인간의 바닥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을 잘 배치한거 같아.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고객때문에 화가 나진 않았어. 그냥 인구가 많은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는 거겠지 하면서 봤거든. 근데 여주 가족은 정말 못 참겠더라. 여주의 미래를 막는게 환경도 아니고, 일도 아니고, 가족때문이라는게 말이 돼? 가족이 더해요 아후!!!! 천팅보다 더한거 같아. 난 개인적으로 천팅은 이해가 갔지만, 여기 여주 엄마는 진짜 어나더 레벨이더라. 그냥 이유가 없어. 자기 딸을 ATM으로만 아는 나쁜 사람이야. 중드 진상 no.1 드립니다. 여주가 일은 그렇게 똑 부러지게 잘 하면서 사람한테 종종 지나친 책임감과 정의감을 보여줄 땐 조금 답답하기도 했어. 여주가 살아온 삶이 너무 안돼서 그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본인 삶을 먼저 돌아보지 못하니까 빨리 깨닫기만을 기다렸지. 직원들과 실적 싸움을 하며 티격태격하는 일도 많았지만 결국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나름 의미있었다고 생각해.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땅이 크다 보니 타지에서 유대감을 쌓는게 남다를것 같아. 힘을 합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형태를 보여줬다고 봐. 그리고 워낙 다양한 사람이 나오고 내용이 다채로워서 로맨스가 끼어들 틈이 없어. 이런 드라마에서 로맨스가 과하면 억지로 끼워 넣는 느낌이 강했을거야. 그래서 남주랑 여주랑 서서히 스며들며 서로 의지해가는 모습만 보여줬지만 난 딱 적당했다고 생각해. 내용적으로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역시나 마무리야. 중드는 항상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마무리를 좋아하는거 같아. 이 드라마도 조금 급마무리되는 느낌이었어. 아파트 개관하고 청년들이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살아가는 모습, 직원들이 집을 소개하며 일하는 모습, 여주랑 남주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 등을 짧게라도 보여줬으면 훨씬 좋은 마무리였을거 같은데 말이지. 뭐가 그렇게 바빠서 후다닥 끝내는걸까.

 

96. 통천탑:심연 속 용의자

혹시 이 드라마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냥 다른 드라마를 보는 걸 추천해. 장면이 사실적이고 자동차 추격씬이나 액션씬들이 생동감있는거 빼면 장점이 아무것도 없는 드라마야.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었어. 자꾸 범인한테 불쌍한 서사를 더해줘서 어쩌라고 싶고, 범인의 이기적인 명분이 이해되지 않았어. 중반 넘어서까지 2가지의 이야기가 평행선 상에 일어나는 듯이 전개되는데 수사물이 이렇게 긴장감이 없을 수가 있나 싶더라. 전반적으로 범인이 누구겠구나를 바로 알 수 있고, '저렇게 비춰주는 거 보니 곧 무슨 일 생기겠는데?'라고 예상하면 어김없이 그렇게 연출돼. 그래서 놀라는 재미도 없었어. 초반에 마네킹으로 살인을 예고하는 방식이 조금 흥미롭긴 했는데 이걸 더 발전시키지 못해서 아쉬웠어. 자기연민에 빠진 범인의 살인을 보여줄 바에 차라리 싸이코패스 범죄가 훨씬 설득력있다고 생각하는 바야. 그리고 여주 캐릭터가 굳이 필요했나? 생각이 들었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강해서 차라리 없거나, 남자 조연을 넣는 게 낫겠다 싶었어. 사회에 대한 어떤 경각심을 준다거나 전하는 메시지가 없는 드라마라 굳이 안봐도 될 거 같아.

 

97. 아재불요화니주붕우니

전에 얼핏 듣기로 타임슬립 소재라고 해서 안보고 있었는데 안 봤으면 후회했을 드라마였어. 흔히 타임슬립물하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결과값을 바꾸려고 노력하잖아.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어떤 결과를 바꾸려는 게 아닌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할줄 알게 해주는 매개로 쓰였다는게 색달랐어. 대부분 타임슬립을 하면 내가 존재했던 시간에 가기마련인데 17살의 딸이 엄마의 17살 시절로 가 친구가 됐다는 게 재밌는 설정이었어. 근데 사실 타임슬립으로 보기 애매한 점이 많아서 타임 패러독스가 아닐까? 추측만 해봐ㅎㅎ. 시점을 왔다갔다하지 않고 꿈처럼 한 호흡에 쭉 이어져서 복잡한 것도 없었고, 학원물같기도 하고 가족극같기도 한 분위기가 좋았어. 다른 드라마들 볼때랑 느낌이 조금 달랐던 게 일반 드라마는 '(주인공들)을 보는 나' 인데,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을 보는 딸)을 보는 나' 였어. 괄호 하나 더 생겼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내 시점이 달라지는 느낌이더라. 왜 이런 느낌이 드는걸까 생각해보니 타임 패러독스 설정과 더불어 정확히 누가 주인공이다 라는 느낌이 없어서 그랬던거 같아. 17살 딸이 여주인가? 싶다가도 대부분 이야기는 17살의 엄마가 중심이라 17살의 엄마가 주인공인가? 했었어. 근데 개인적으론 알쏭달쏭 미묘한 이 분위기가 좋았어. 내 픽은 17살의 딸이랑 돤샤오야(*˘︶˘*). 엄마의 17살로 가서 17살의 딸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친구와의 우정, 가족의 따뜻함 등)을 경험하며 공허한 마음을 채웠을거고, 온전히 내사람이라고 믿는 사람도 생기며 성숙해져가는 과정이 유치하지 않고 따뜻했어. 배경은 늘 눈 내렸지만 그 어느때보다 따뜻한 17살을 경험했을 딸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이입이 많이 되더라. 나 이 드라마 보면서 2번 울었잖아. 한번은 여주(리진부)랑 남주(돤샤오)가 헤어지는 장면이었어. 원래의 시점으로 돌아갈 순간이 다가옴을 알고 여주가 헤어지자고 하는데 내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어. 둘이 너무 좋아하는데 서로의 미래엔 존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 이유를 사실대로 말 할 수 없는 여주와 너에게 좋은 사람이었어서 다행이라며 그저 기다리겠다고 하는 남주의 이별의 순간이 담담하면서도 너무 먹먹하더라. 처음부터 '얘네 헤어져야 할 운명인데 괜찮으려나?' 걱정했는데, 막상 헤어지니 내가 안괜찮아요ㅠㅠ... 근데 이렇게 예쁘게 망한 사랑도 좋아해서 슬픈데 기뻤어(광수가 돼). 또 한번은 양아치(천쥔허)가 과거의 엄마(리친퉁)한테 너의 아이한테 호적을 주겠다면서 결혼하잘 때였어. 진짜 저런 순정남 없다 없어. 그냥 저렇게 결혼하고 둘이 잘 살면 될 거 같은데 우리 양아치 친구가 눈치를 너무 봐ㅠㅠ.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을이 된다는 거 여기서 제대로 느꼈어. 아주 두 명의 순정남들이 돌아가면서 절절해. 90말 00초의 촌스러움마저 예뻐보이는 드라마였어. 항상 무언가의 끝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듯이 모녀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 다시 찾은 엄마의 사랑, 전학 온 남주까지 괜찮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해. 정확히 타임슬립인지 타임 패러독스인지, 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재밌는 드라마였어. 근데 늘 그렇듯 싹둑 끊어 먹는 마무리로 여운마저 싹 끊어서 짜증나긴 하지만 말야.... 마지막에 좀만 더 보여 달라... 둘이 인사라도 하고 끝내 달라고.... 그래도 난 너희가 다시 만나 너무 다행이야.

 

98. 나사회불거적년소시광(우리가 빛나던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는 방황을 학원물에 대입해서 잘 그려냈어. 학원물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학원물이랑은 결이 조금 달라서 성장물에 더 어울릴 것 같아. 초반에 여러화에 걸쳐 여주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삶이 방황 그 자체라 멈출줄 모르고 정처없이 몰아치는 폭풍같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열렬히 방황하고 세상에 반항하는데 마음을 다잡기 까지의 과정이 되게 극적이었어서 진정성있게 느껴지더라. 차분한 음악이 깔리는데도 빠른 전개에 속도감이 느껴져서 보는 사람이 더 긴장했던 초반이었어. 근데 초반 서사에 비해 중후반 서사는 조금 약했어. 시작이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나봐. 항상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같던 여주가 단단히 성장해가는 모습은 좋았는데, 여주 주변의 인물이 늘어 나면서 그들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어. 그래도 마지막 두개 회차에선 다시 드라마가 하고자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럭저럭 잘 마무리한 거 같아.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집념이 점차 집착으로 변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처음의 이유를 되찾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본질적인 동기와 의미를 찾아가는 쪽으로 잘 드러나서 인상적이었어. 여주만큼 독특했던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바로 남주(장쥔)야. 어렸을때는 공부를 잘했는데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완전히 인생이 바뀌었어. 어떻게 보면 여주가 드라마를 위한 이상적인 성장 케이스였다면 장쥔은 현실적인 방황을 표현한 캐릭터였어. 그래서 장쥔이 등장할 때마다 나까지 방황하는 기분이었어. 성장기에 제대로 된 인격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인정을 본인에게서 찾지 않고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고, 남들이 도련님이라 부르며 올려쳐줄때의 만족감으로 불안한 자아를 채우는 것 같았어. 보면서 가장 짜증나는 캐릭터였지만, 현실적으론 이해가 됐던 캐릭터였어. 방황할때 마다 한번씩 등장해서 여주에게 깨달음을 주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좋은 대사들이 참 많았어. "운명에 저항하는 유일한 무기는 바로 자기 자신이야"라고 해줘서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 "사람이 퇴보하려면 수많은 핑계가 필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하나면 충분하다."라는 대사도 좋았어. 이 대사 말고도 곱씹으며 생각해볼 대사들이 많아서 두고두고 메모를 꺼내 볼 거 같아.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제목이었는데 파파고 돌려보니 직역은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이라고 하더라. 근데 왜 한국 제목은 우리의 빛나던 시절일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또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본래의 동기를 되찾고 성장하는 과정을 이야기할 때, '빛나던 시절'이란 표현이 과거의 순수한 열정과 목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거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어.  +중드보면서 늘 이해가 안됐던 게 있는데, 왜 이렇게 같은 대학을 가는 거에 집착할까? 대학은 개개인의 적성에 따른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중국은 특이한 문화가 있는거야? 전교 1등하는 여주가 전교 200등 하는 애(장쥔)랑 같은 대학 가겠다고 해서 열이 순간적으로 확 났잖아. 진짜 남자때문에 그러지마.... 다른 학원물도 보면 친구들끼리 같은 학교를 희망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서 되게 신기했어.  

 

99. 나개중봉적야만:다시 만난 우리

내가 숏드의 기준을 잘 몰라서 이 드라마가 숏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 회차 수 적고, 감정 소모 없고, 내용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드라마라 이동하는 중간중간 보기엔 괜찮았어. 하지만 투명한 물 100L에 미스터리 한 스푼, 로맨스 반 스푼 넣은 느낌이라 두드러진 특징이 없었고, 서사를 납득시킬만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서 건조하게 봤어. 짧아도 서사만 탄탄하다면 몰입했을 텐데 말이지. 약간 쓰다 만 이야기를 본 기분이야.

 

100. 친애적소미인어

어............ 이 드라마는 참 뭐랄까. 중드를 보다 보면 유치한건 다소 익숙해지는데, 달달, 오글, 느끼는 좀처럼 적응이 안되더라. 담백한 듯 느끼한 이런 느낌 뭔지 알까? 보는 내내 닭살이 돋다 못해 내가 닭이 되어버린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서리치면서 봤어. 능구렁이 농장이라도 운영 하는 듯 자연스러운 플러팅에 어우 소리가 절로 나오고, 남주가 진짜 멘트 학원이라도 다니나 싶었어.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어서 가볍에 볼 수 있어. 원래 시작이 유치하면 뒤로 가면서 조금 누그러지는데, 이 드라마는 갈수록 더 유치해지는 느낌이었어. 중후반 들어서면서 갑자기 아침드라마급 전개가 펼쳐져서 그냥 웃겼어. 굳이 시간을 내서 볼 정도의 드라마는 아냐.

 

101. 사루적천당

감정이 뭉치면 내 몸의 어딘가에 나타난다던데 추나 요법을 통해 내면을 본다는 게 좋았어. 대드 볼때마다 칭찬일색인 것 같은데, 사람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풀어내는 걸 참 잘하는거 같아. 적당히 묵직한 그 느낌을 끝까지 잘 끌고 가서 몰입이 깨지는 부분도 적고 나름의 메세지도 잘 보여주더라. 사회적 분위기나 레즈, 게이 이런 요소들도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도 잘해. 대드는 굉장히 사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꾸밈없는 인간적인 모습을 잘 보여줘서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 중드는 어떤 상황에서든 내용보다 사람을 예쁘게 연출해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종종 작위적이다라고 느낄때가 있는데, 대드는 예쁜척보다는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주체를 중심으로 명확히 잘 보여주는거 같아. 이 드라마도 인간 자체에 중점을 두고 나 자신을 돌아 보고 돌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담히 잘 풀어냈어. 단순히 재미의 유/무만 따지면 무긴한데, 드라마보다는 약간 단편 영화나 다큐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런대로 잘 봤어. 

 

102. 명룡소년

지금까지 봐온 학원물들과 결이 매우 달랐는데 정말 재밌게 봤어. 항상 풋풋한 감성과 함께 결과론적인 학원물이 대부분이었는데 처음으로 방법론적인 학원물을 봐서 신선하고 좋았어. T가 이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남주가 공부를 비지니스로 봐서 접근 방식이 독특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캐릭터 좋다 좋아.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야지, 힘들어도 힘내보자 말만 하는 식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행동으로 보여주고 직접 깨우치게 하는 방식이 좋았어. CCTV실로 데려가 공부 잘하는 반과 그렇지 않은 반의 모습을 비교하며 시간 관리법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취업박람회 데려가서 지원자들을 보며 현실을 배우게 하고, 무작정 수업듣고 외우기보다 과목의 기본 원리와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더라. 대부분 학원물은 어떻게 보면 무식한 방법으로 무작정 공부하기 바빴는데 여기서는 하고자 하는 의지를 만들 작은 불씨를 부여하고 거기에 바람을 불어 큰 불로 성장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아이보다 학부모가 문제인 경우가 정말 많잖아? 이 드라마는 딱 핵심을 찔러. 내가 배우는 것도 아닌데 교육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정말 이상적인 교육이다 싶었어. '나도 저런 선생님 만나서 다시 공부하고 싶은데?' 생각이 들 정도였어. 의욕이 화르르!!! 드라마가 공부를 한다기 보다 작전 진행하듯 빠르게 전개되고, 적당히 긴장감있는 흐름이 좋았어. 11반 학생들이 처한 각각의 상황도 저마다 다른데 그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줘서 몰입감도 높았어. 내용을 되게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서 지루할 틈도 없었고, 확실히 설레는 감성을 싹 빼니까 보는데 정말 편했어. 근데 마지막화에 갑자기 2031년으로 시간이 흘러서 조금 생뚱맞아. 인물 매치가 안되서 조금 응? 하고 끝난 느낌이 있어. 30화까지 여태 잘 오다가 마지막에 또 번갯불에 콩을 볶네. 굳이 미래는 안보여줬어도 될 거 같은데 말이지. 아무튼 드라마긴 하지만 학생 주도의 자율 선택 학습의 모습을 재미있게 잘 보여줘서 교육청에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고, 문제 해결 방식이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어서 좋았어.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가 딱이었던 드라마야.

 

103. 가가니별포

아니 선생님 결말 이게 맞아요?? 네??? 당신들 번외 좋아하잖아. 번외라도 좀 내놔봐요. 사실 이 장르 자체가 처음이라 보다가 좀 놀라긴 했는데 결말때문에 그냥 모든 기억이 리셋됐어ㅇㅅㅇ;;;. 이런 결말을 줄 거였으면 24화 내내 뭐한거야? 서사를 왜 이렇게 차곡차곡 쌓은거냐고.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워. 마지막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시청자한테는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여태 뭐하다 마지막화에서 같잖은 수작 부리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생사여부를 안밝혀?? 장난해요 지금!!!!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이 한마디만 해주면 '아~ 회복하고 잘 살겠구나' 하고 자체 결말이라도 지을거 아냐. 열린 결말의 정도가 너무 하잖아요!!!!!! 내내 잘보다가 결말보고 벙찐채 계속 앉아만 있던 사람 바로 나야나... 뭐지 이 알 수 없는 공허함은. 중드가 중드했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 대표 이미지만 보고 학원물이겠거니 하고 시작했어. 근데 보다 보니 장르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지. 그냥 서로의 재혼 가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혐관으로 시작하고, 의붓형제라 많이도 싸우겠구나 생각만 들었고, 싫어서 노려보는지 알았어. 그런데 둘이 누워있는거 보고 갸우뚱하게 됐고 자전거탈 때 '아! 이거 BL이구나!' 확신했지. 물론 BL을 봐야지!!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많이 없겠지만 이렇게 볼 생각도 없었어서 좀 놀랐어. 그런데 알고 나니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더라. 우비가 쑤위를 싫어서 노려본 게 아니고 그냥 질투를 미친듯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만 몰랐네. 어깨동무를 한다던가, 포옹을 한다던가, 옆에서 지긋이 쳐다본다던가, 정전을 된 틈에....○_○! 광총이 BL은 허가 안내준다고 차방에서 봐서 어떻게 들어오게 된건지 궁금했는데, 검색해보니 대만에서 방영했다는 걸 알게됐어. 역시나 광총이 허락해줄리 없지. BL 드라마를 처음 본 나의 감상은 이래. 놀라움의 연속에 느낌이 좀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풋풋한 감성도 있어서 신기했어. 근데 다른 친구도 쑤위를 좋아하는 건가? 저 사촌형은 우비를 좋아해서 저러는건가? 나는 약간 모르겠더라고. 그리고 우비랑 쑤위의 감정은 큰 변화없이 일관적이었는데 언제 이성적인 감정으로 변한건지 시점을 잘 모르겠어. 정확히 관계가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쟤네는 무슨 사이야?' 라는 의문이 계속 드는데 중드가 그걸 명확히 말해줄리가 없으니 좀 답답하기도 했고. 주인공들 자체는 예쁘게 봤는데 떠다니는 감정을 내가 온전히 흡수하질 못한거 같아. 그나마 드라마속 분위기가 BL을 기피하는 느낌 없이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묘사해서 덜 부담스러웠어. 학원물에 적용해서 풋풋한 느낌때문에 끝까지 볼 수 있었지, 성인이었으면 탈주했을 거 같아. 거기까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어.... 근데 장르 감안하고도 소소한 재미는 있었어. 결말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지...

 

 

지금은 시광대리인 보는 중이야. 10월의 리뷰에 같이 포함하고 싶었는데 아직 다 못봐서 11월의 리뷰에 넣어올게. 할 말이 굉장히 많아서 정리를 잘 해야 할 것 같아.

 

모두 즐거운 10월의 마무리 하길 바라! 그럼 다음에 또 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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