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무렵부터 중국 역사 교과서도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 교육부가 2018년 발표한 새 교육과정에 따라, 역사 교육의 내용을 규정한 ‘중외역사강요’ 상권(중국사)이 2019년에, 하권(외국사)은 2020년 발간되었다. 이에 따르면, 중국과 한반도의 오랜 역사적 관계는 ‘종번(宗藩)체제’로 개념화되었다. 정치, 문화 제도적으로 우월한, ‘종주권’을 가진 제국 중국과 그 문화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복속했던 비자주적 ‘속국’ 한반도 왕조들의 관계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중국 역사를 다양한 민족을 통일하면서 제국을 형성해온 역사로 서술하고, 자국과 주변국과의 역사 관계를 ‘대국과 소국’ 관계로 치환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 질서 전반에 대한 중국의 ‘대국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강조되었다. “중국 역사 심화학습교재는 한국의 정치제도에서 일상 문화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제도와 문화를 복사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처럼 서술하고, 한국전쟁 참전은 지역 평화와 질서를 책임져야 하는 대국으로서의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쓰고 있다. 한복이나 김치 원조 논쟁은 이러한 교과서 서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엽적인 현상일 뿐이다. 중국의 대국화 전략에 따라 제국적 역사 인식이 더욱 심화될 것을 예시한다.”(오병수 편 ‘한중 역사 교과서 대화’ 동북아역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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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볼 점은 19세기 말 청은 일본이 류큐(오키나와)를 병합하고, 베트남을 프랑스가 식민지화하는 데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조선에 대해서는 끝까지 집착했다는 것이다. ‘중국에 한반도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김형종 교수는 중국이 조선을 특수한 ‘속국’으로 여기며 집착한 데는 중요한 지정학적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명·청 시기에 중국 왕조가 베이징을 수도로 삼은 이후에는 한반도가 중국 안보와 직결되게 되었다. 한반도에 적대적인 세력이 들어서면 만주(현재의 동북 3성)가 위협받고 이것은 곧바로 수도 베이징을 위협하면서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베이징을 위협할 수 있는 적대적 세력이 한반도 북부를 장악하는 것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에 중국공산당은 내전 승리 직후의 피폐한 상황에서도 1950년 한국전쟁에 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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