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내 배우 나온 영화는 아니지만 워낙 얘기를 많이 들었던 영화이기도 하고, 왕가위 특별전 할 때 포스터 준다고 하길래 호다닥 예매하기도 했었거든(굿즈 모으는데 진심인 사람 나야나). 그래서 영화를 보고 온 김에 저번처럼 길게는 아니더라도 느낀점을 쫌쫌따리 기록해보려고 해. 혹시 이전 후기가 궁금한 덬들은 참고를 위해 링크 걸어놓을게:)
https://theqoo.net/1833997867 (영화 해피투게더 후기)
https://theqoo.net/1844355062 (영화 에로스 후기)
(노래 들으면서 읽어줘😊)
나는 중경삼림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이야. 영화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첫 번째 부분에는 마약 밀매상이랑 경찰이 나온다는 것, 두 번째 부분에는 경찰이랑 음식점 종업원이 나온다는 것, 둘 다 사랑에 관한 얘기라는 것, 명대사로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 년으로 하고싶다 가 있는 것, 양조위가 경찰로 나와서 경찰모를 벗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장면이 있다는 것, 왕페이가 몽중인을 불렀다는 것,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이라는 곡이 나온다는 것 정도가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었어. 근데 다들 이 영화가 왕가위 영화 중에 가장 대중적이고 이 영화를 통해 입덕을 많이 한다길래 오!! 하는 심정으로 기대하고서 극장에 갔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내가 바로 느낀 점은 '...?' 이었어. 인물들 상황도 다 이해되고, 감정도 이해되고, 내용 흐름도 알겠는데도 뭔가 내 머릿 속에서 하나로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랄까?다 알겠는데 뭔가 내가 결정적인 이해가 안 된 듯한 기분이었어.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처음 보는 사람은 이해가 안된다고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하는 글 보고 아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싶었어. 사실 후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해석을 안읽어봐서 막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 곱씹어 생각해봤을 때 떠오르는 느낀점에 대해 적어볼게.
①카메라워크: 나 첫 장면에서부터 완전 감탄했잖아. 시작이 경찰 하지무가 범인을 쫓다가 마약 밀매업자 임청하를 스쳐 지나가게 되는 부분이잖아. 되게 긴박하고 바쁜 장면인데 그 느낌을 전달하는데 카메라워크가 큰 역할 했다고 생각해. 그 긴박한 장면 뿐만이 아니라 그런 연출을 통해서 '도시 홍콩', '바쁘게 움직이는 홍콩 사람들의 모습'이 엄청 잘 보여진 것 같아. 영화 보고 느꼈던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고. 그리고 2부에서 663이 블랙커피를 마시고 페이가 그걸 바라보고 있는 장면에서 663이랑 페이만 시간이 느리게 가고 주변은 참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도 재밌었어.
(사진은 페이가 커피 마시는 663을 바라보는 장면)
②음악: 영화 시작할 때 부터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음악이 다 너무 좋지 않았어?몽중인은 원래도 종종 듣던 노래였는데 마마스 앤 파파스가 부른 California dreaming이 영화 끝나고 나서도 계속 맴돌더라고. 노래들이 전체적으로 다 좋았는데 두 곡이 특히 강렬해서 잊혀지지가 않아. 특히 페이가 663네 집에 몰래 들어가서 이불도 바꿔주고, 비누도 바꿔주고, 밥도 먹고 빨래도 하던 그 장면에서 나오던 몽중인이랑 수미상관처럼 페이와 663의 첫만남과 재회 장면에서 California dreaming이 크게 틀어져 있는게 인상적이었어.
(사진은 663과 페이의 재회 장면)
③인물들의 행동: 애인이 떠나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으던 하지무, 애인이 떠나가 슬픈 자신의 모습을 집 안 각종 가구 및 도구들에게 투영하면서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던 경찰 663, 하지무에게 새벽부터 삐삐로 묵었던 호텔 룸 넘버인 702 이름으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마약 공급과 관련해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망설임없이 쏘던 마약 밀매업자, 663의 전 애인에게 받았던 봉투 속 열쇠로 663의 집을 몰래 드나들며 집 안을 조금씩 바꿔간 페이. 영화의 두 부분이 다 사랑에 관한 얘기이고 등장인물의 상황 자체도 엄청 특수하지는 않은 상황인데(아 마약밀매 이런거 빼고...) 인물들의 행동이 색달라서 재밌었어. 물론 영화로 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ㅋㅋㅋㅋㅋ
(영화를 보기 전에 페이가 663의 집에 몰래 들어간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글 댓글에 누가 주거침입죄라고 적어놨던 걸 본 바람에 사실 그 장면이 좋기도 했지만 그 댓글이 떠올라서 완전히 집중이 되지는 않았어😭)
(사진은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던 하지무가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을 다 받는 장면)
가만히 떠올려본 내 느낀점은 이정도인 것 같고, 나는 둘 중에는 양조위 왕페이 나오는 뒤쪽 부분이 더 좋았어. 아마 나중에 또 다시 보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ㅋㅋㅋㅋㅋ물론 임청하 금성무 나온 부분도 좋아!!임청하 언니 모습이 아직도 어른거리는 것 같다😊지금까지 본 왕가위 특별전 다른 영화들은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들이었는데 중경삼림은 그냥 가볍게 볼 수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듯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이번에도 중웹에서 줍줍한 중경삼림 사진들로 마무리할게.
https://gfycat.com/ScrawnySpicyCaudata
https://gfycat.com/CalculatingUnpleasantChihuahua
https://gfycat.com/WhoppingRegularKagu
https://gfycat.com/LankyEverlastingElephantseal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