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해피투게더 후기에 이어 오늘도 장첸 나오는 영화 에로스를 보고 왔어😊저번에 말한 대로 이번 왕가위 특별전에서 본 장첸 나오는 영화들 후기를 써볼까 해.
혹시 지난 해피투게더 후기가 궁금한 덬들은https://theqoo.net/1833997867 에서 볼 수 있어:)
https://gfycat.com/SatisfiedGranularKob
https://gfycat.com/GranularVainAlbatross
(시작 전에 내 배우 사진 조금만...)
사실 나는 이번에 왕가위 특별전을 한다고 했을 때 특별전 영화 라인업에 에로스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고, 그래서 특별전 영화 중에 에로스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다른 영화 다 제쳐두고 에로스를 가장 먼저 예매했을 정도로 정말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야. 내가 에로스를 영화관에서 볼줄이야. 감히 기대도 못했었던 일인데 실제로 일어나니까 너무 설레더라고. 내가 에로스라는 영화에 대해서 알게된 건 장첸 입덕하고 얼마 안됐을 때 유튜브에서 그냥 이것저것 막 찾아보다가 우연히 내한한 영상을 보게 되어서야.
(이 인터뷰에서 한국에 몇 번 왔었다면서 한국음식이 맛있었고 한국여자들이 예쁘다고 했는데 나 순식간에 국적 잃었고.....다음번에 한국에 오면 겨울에 오고싶다고 했는데 언제라도 좋으니 내한좀ㅠㅠㅠㅠㅠ)
이 영상이 바로 그 영상인데, 이걸 보고 '아, 왕가위 감독이 만들고 장첸이 나오는 에로스라는 영화가 있구나.' 정도를 알았지. 근데 뭐 어디서 보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안 본 필모도 많아서 일단 미뤄뒀었어. 그리고 원래 영화가 감독 셋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눠만들었고 장첸은 왕가위 감독이 만든 부분인 1/3밖에 안나온다는 걸 알고 좀 관심이 사그라든 것도 있었고. 그렇게 현생도 살면서 장첸 필모를 조금씩 깨다가 유튜브에서 또다른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어.
(인터뷰가 3개로 잘려있는데 이건 그 중 첫번째 거야. 아마 이 영상 보면 유튜브에서 연관으로 2랑 3도 연달아 띄워줄거야...아마....)
이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에로스라는 작품에서 장첸의 상대역이 공리라는 걸 알게되고, 또 왕가위 감독이 영화가 제작될 때의 얘기나 영화에 대한 설명같은걸 듣고 나니까 좀 사그라들었던 관심이 다시 생기면서 아 이 영화를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에로스라고 검색해도 자료가 많이 없더라고😭어디서 구해서 봐야할지는 더 모르겠어서 막막하고....그래서 보고싶어서 발만 동동 구르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엄청 신났지.
어휴 서론이 길었네. 이제 내가 이 글을 쓴 목적인 영화 에로스를 보고 느낀점에 대해 말해볼까 해. 사실 중웹에서 짤 줍는다고 돌아니다가 본 영화 클립 한 개 정도를 제외하면 내가 왕가위 특별전에서 예매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러 간 거였다는 걸 감안해줘.
①부제 '더 핸드'의 의미: 이번에 재개봉 하는 포스터에도 부제인 '더 핸드'가 명시되어 있고, 중웹에서 검색할 때도 에로스라는 의미의 중국어 爱神으로 검색했을 때는 잘 안뜨더니 에로스의 손이라는 의미인 爱神之手로 검색하니까 자료가 뜨더라고.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화 속에서 '손'이 가진 의미는 뭘까 궁금해 했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왜 '손'이 부제에 들어가는지 알겠더라고. 후아 아가씨와 샤오장이 처음 만났을 때에도, 후아 아가씨가 쫑쯔를 손수 만들고 그 쫑쯔를 샤오장이 먹을 때도, 샤오장이 후아 아가씨를 위한 옷을 지을 때도, 샤오장이 후아 아가씨의 옷을 만들기 위해 신체 사이즈를 측정할 때도, 모든 것을 잃은 채 앓던 후아 아가씨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도 전부 손이더라. 그래서 나는 이 영화 속 후아 아가씨와 샤오장에게만큼은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것보다 어쩌면 손과 그 손으로 느끼는 촉각이 더 많은 걸 알게하고 표현하도록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개인적으로 손이 나왔던 장면들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둘의 첫 만남, 손으로 신체 사이즈 재는 장면, 후아 아가씨가 다른 남자랑 관계를 가지는 소리를 듣게 된 샤오장이 일터로 돌아와서 손으로 만들었던 옷 속을 더듬던 장면, 모든 것을 잃은 후아 아가씨가 보답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을 때 샤오장이 다가가는 것을 손으로 막는 장면, 그리고 중요한 장면은 아닌데 거울을 보면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가락 끝으로 올리는 장면이 인상깊었어.(마지막은 왜인지 모르겠어...아마 공리가 너무 예뻐서인듯😭)
(사진은 샤오장이 손으로 후아 아가씨 신체 사이즈 측정하는 장면)
②후아 아가씨와 샤오장의 변화: 사실 변화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지 변천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처음 시작할 때 후아 아가씨는 당당하고 도도하고 한마디로 '어른'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었어. 샤오장은 재단사 진 선생의 제자고, 처음으로 단골인 후아 아가씨를 찾은 상태인데다가 경험이 없는 그야말로 미숙한 '소년'의 모습이지. 사실 배우들 모습이나 연기가 이걸 엄청 잘 뒷받침해줬다고 생각해(실제 두 사람의 나이 차도 있기는 하지만). 공리의 태도나 거침없는 말, 분위기는 후아 아가씨라는 캐릭터를 더 성숙해 보이도록 했고, 장첸의 절절매는 태도, 어쩔 줄 몰라하는 행동, 결국 나중에는 허겁지겁 자기 상태를 추스르지도 못하고 뛰쳐나오는 모습에서 더 미숙함이 느껴졌지. 그랬던 두 사람이 시간이 지나서 후아 아가씨는 나이가 들고 병들어 모든 것을 잃은 채 옷 한벌 해입기도 어려운 전재산과 자신의 손밖에 남지 않았고, 반면에 샤오장은 후아 아가씨의 가르침으로 훌륭한 재단사가 되어 후아 아가씨가 머무는 여관의 비용을 대신 치러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지. 그런데 두 사람의 상태는 반전되었지만 그에 비해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크게 변한게 없어 보이더라고. 후아 아가씨는 여전히 샤오장을 귀엽고, 믿을 수 있고, 고마운 소년 정도로 여기고 있고 샤오장은 첫 만남 이후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후아 아가씨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었지. 나는 이 대비가 참 재밌었어. 결말에 후아 아가씨가 그 어려움을 벗어나게 된 거랑 샤오장이 눈물 흘리는 것도 대조적이라 좋았고.
(사진은 두 사람의 첫 만남 장면)
③아름다운 영상미: 왕가위 영화라 역시 아름다운 영상미는 말할 것도 없는 거긴 해. 구도며, 화면이며, 색감이며 다 너무 좋았어. 그냥 아름답기만 한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 그리고 왕가위 감독의 소울메이트 장숙평 미술감독도 역시 대단하더라. 화양연화를 보고 장만옥이 치파오 입은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하면서 봤었는데, 이번에 공리가 의상 입은 것도 너무너무 아름다웠어. 처음에 후아 아가씨가 머물던 집 인테리어도 너무 아름답더라. 공리가 연기하는 후아 아가씨라는 캐릭터를 의상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던 것 같고, 소년에서 어른이 된 장첸의 샤오장을 의상 변화, 머리스타일 변화 같은걸로도 대번에 느낌이 확 와닿았던 것 같아.
(사진은 후아 아가씨가 머물던 집)
④몰입감 있는 음악: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화양연화 볼 때 유메지의 테마 들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을 좀 받았어. 노래가 비슷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내가 화양연화에서 유메지의 테마가 처음 나오는 장면에서 영화에 쑥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거든. 이번에도 노래가 나오니까 영화가 갑자기 훅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 덕분에 상황이 주는 감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고, 순간 몰입해서 볼 수 있었어. 아마 음악이 아니었으면 좀 더 영화를 삐딱하게 봤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정확히 말하자면 삐딱보다는 좀 현실주의에 가까운..?) 영화 속 인물의 감정을 느끼는 데 있어서 나한테는 큰 역할을 했었어. 왕가위 영화에 음악 좋은건 뭐 다들 아는거니까 그다지 신기한 건 아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은 샤오장이 후아 아가씨 옷 핏 확인해보는 장면)
내가 느낀 감상은 일단 이정도야. 영화 끝나고 여운이 남아서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것 끝까지 다 보고 영화관 나오면서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 번 봐서도 좋은 영화였지만 두 번 보면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걸 또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특별전에서밖에 하질 않으니까 한정된 시간 내에 볼 수밖에 없는게 너무 아쉬워ㅠㅠㅠㅠㅠㅠㅠㅠ
tmi지만 이번에 개봉한 건 왕가위 감독 부분만 나와서 한 1시간 정도더라구. 근데 나는 이걸 보러 가는데 지하철로 왕복 1시간 반이 걸려서 영화 감상시간<이동시간 이 됐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후회는 없다!!그리고 내가 이제 막 20살이 된 것도 아닌데 에로스가 내가 극장에서 처음 본 19금 영화더라ㅋㅋㅋㅋㅋㅋㅋ다 보고 나와서 깨달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일부러 안 본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ㅋㅋㅋㅋㅋ몇 년 동안 난 뭐한걸까??또 엔딩크레딧 보다보니까 유가령 이름 나오던데 너무 반가웠고 스태프 이름에서 하보영 여요휘 이름 발견해서 또 반가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화 대사 중에 공리가 "나는 유럽이랑 맞아"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 공리 남편이 프랑스 사람인거 생각나서 뻘하게 웃기기도 했고 손 느낌으로 사이즈 측정하는 거는 장첸이 나온 드라마 신석연 생각나더라고. 물론 거기서는 장첸이 맡은 구신이 여자 주인공 영석이한테 직진하는 과정 중에 나온 거고 손으로 측정한게 영석이고 그렇게 하도록 종용한게 구신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리랑 장첸이랑 11살 차이나더라. 내가 올린 영상 중 두번째 인터뷰 쭉 보다보면 공리가 장첸을 되게 어린애가 잘 컸다 이런 느낌으로 얘기하길래 놀라서 검색해봤더니 공리 65년생 장첸 76년생....나이는 나만 먹나ㅠㅠㅠㅠ
마지막으로 중웹 돌아다니면서 줍줍한 사진들 올리고 마무리할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