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존에 국내에서 봤던 유덕화 작품들은 깔끔한 정장에, 잘 갖춰진 의복과 스타일에
멋있거나 엘리트거나 아니면 권력(힘)을 가진 남자였는데
실고에 나온 유덕화는 내가 전에 알던 유덕화와는 전혀 달라서 그 점이 새로웠어.
누가 봐도 오랫동안 집에도 못 들어가고 정신없이 떠돌아다닌 사람처럼 보이더라.
집에 돌아가고 싶어도 혼자 돌아온 자신을 보며 절망할 아내와 어머니 생각에 못 들어간다는 얘기도 정말 공감됐고.
처음에야 어떻게든 잃어버린 아이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와서 버티지만
15년 정도 되었으면 이제는 애가 살아있는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아이를 찾아야만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영화는 생각보다 아주 무겁지는 않았어.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도 그렇고 상황이 아주 어두운 건 아니더라.
연출도 괜찮았고, 영상미도 볼 만 했어.
문득 내가 꽤 오래 전 슼방에서
웬 중국 아이가 지나가는 사람에 의해 자연스레 유괴될 뻔항 상황을 움직이는 사진으로 보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하니까 실제로 이런 일이 뻔뻔히 일어났다는 사실에 기분이 되게 씁쓸했어.
예전에 일본드라마 중에 「숨도 쉴 수 없는 여름」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가 문득 생각나더라.
그 드라마 주인공이 무호적자인 여자애인데,
당시 일본 법에 따르면 "이혼 후 300일 내에 태어난 아기는 전남편의 태생으로 간주한다"는 법에 따라서
이혼한 와이프는 아이를 전남편 호적에도 못 올리고 현남편 호적에도 못 올리는 거야. 그렇게 아이는 무호적자가 되는 거지.
아주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아이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무호적자가 되고 신분증도 만들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는 게
얼핏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근데 내가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잊을 수 없었던 건
유덕화도, 정백연도 아니고,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 위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서 있는 아이 엄마였어.
나도 여자라서 그런지 왠지 그 엄마에게 더 마음이 쓰이고 감정이 이입되고 그러더라.
얼른 아이를 찾았으면 좋겠더라고.
나는 이미 초반에 이 여자의 아이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상태라 그 마음이 더 간절했어.
https://gfycat.com/TidyEcstaticAnchovy
https://gfycat.com/SkinnyQueasyAmphiuma
아이가 유괴되어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순간에 아이를 찾는 남자가 그 옆을 지나가.
https://gfycat.com/DisastrousFaithfulAlaskankleekai
https://gfycat.com/ImmediateShamelessAustralianfreshwatercrocodile
아이 엄마는 여전히 아이를 기다리고 있고.
이 영화 엔딩에 스님들이 단체로 수행을 하는 게 나오는데
아들을 찾을 수 있겠냐는 유덕화의 물음에 스님이
세상의 모든 길은 이어져 있고,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인연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때가 되면 만나게 될 테니 착하게 살라 하시거든
현실적으로는 이런 말조차 절망스럽게 느껴지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남주는 포기하지 아나효.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뜻을 이룰 테니까.
이거 보면서 참 여러 생각이 들더라.
아이를 잃어버리는 건 한 순간인데 그 아이를 찾아헤매는 시간은 한참이잖아. 혹은 평생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인생을 짓밟은 그 인신매매범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지옥불에 떨어져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나갔으면 좋겠더만.
참 평범하게 행복 누리면서 사는 게 어려운 일인 거 같아.
우리나라든 전세계든 아이를 잃고 힘들어하시는 모든 분들이 가족을 되찾고 행복도 되찾으셨으면 좋겠어.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이지만 또 다른 해피엔딩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영화였어.
솔직히 난 그 해피엔딩도 그게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일까 좀 의심했(.......)
다들 어떤 점에서든 한 번쯤은 봤으면 하는 작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