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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번역) CREA 2020년 9 · 10월 합병호 에세이 - 스마트폰은 아직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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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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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아직 버리지 않는다 (글 ․ 치바 유다이)
 
― <CREA> 2020년 9 ․ 10월 합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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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휴대전화를 사 주신 것은 고등학교 입시가 끝난 중학교 3학년 말쯤. 반으로 접은 장수풍뎅이 같은 모양이 귀여웠다. 몰래 학교에 가지고 가서 반 친구와 메일 주소를 교환한다. 늘어 가는 등록인 수에 마음이 설렜다. 그 뒤, 폴더형이었던 휴대전화는 버튼도 없어지고 화면을 터치하면 세계와 이어지는 스마트폰의 시대로. 그 스마트폰을 나는 마지못해 쥐게 되었다.
 
수많은 SNS 중에서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연락 수단 외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둘 다 새 글을 올리는 빈도는 낮아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서는 “더 자주 올려 주세요.”라는 소리도 많이 받는다. 나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많이 올렸던 느낌이 드는데 그러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9년 6월 11일. 현재 소속사에 들어가기 전, 팔팔한 대학생(20)이었던 나는 <CHOKi CHOKi>라는 잡지에서 독자 모델을 하게 되어 그를 계기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당시를 돌아보면 역시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내용은 그야말로 잡다한 이야기뿐. 맥주가 맛있었다든가, 대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라든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보낸 시간이라든가, 맥주가 맛있었다든가. 셀카도 그럴싸하게 올렸다. 생생한 자기현시욕. 그렇다, 나는 자기현시욕 덩어리였다. 그런 자기현시욕 덩어리인 주제에 터무니없이 소극적인 샤이 보이라는 일면도 있는 청개구리. 마음속 답답한 기분을 어디엔가 쏟아 내고 싶지만 입에서는 쉽사리 나오지 않아 금세 삼키고 마는 내게는 생각한 것을 자기 안에서 잘게 씹어서 문자로 적는 블로그라는 장소는 편안했고 언제부터인지 소중한 장소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 점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렇다면 왜 글을 올리는 빈도가 낮을까. 그것은 틀림없이 당시의 내게는 없었던, 연기라는 토해 낼 장소가 새로이 생겼기 때문이다. 샤이 보이가 삼켰던 답답함의 대부분을 나는 지금 연기로 환원하고 있다. 역을 통해서 여러 가지 감정과 만나고 때로는 과거의 자신이나 현재의 자신의 감정과 부딪치기도 하며 하나하나 작품을 자아낸다. 역을 통해 얻은 그런 감정은 내 안에서 무척 귀한 것이 되었고 글로 쓰면 어디로 가 버릴 것만 같아서 소중히 간직해 두고 싶어진다.
 
그리고 문자가 되지 못한, 이름 붙일 수 없는 갖가지 감정은 자신 없는 나와 사람들 앞에 서는 나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한 윤활유가 되었다. 조금 거창해서 부끄럽지만 잠깐 진짜 이야기.
 
그래도 새삼 과거의 내 블로그를 돌아보고 생각한 것은 글을 써서 도움 받은 적이 많이 있었구나 하는 것. 평소에 토로하지 못하는 답답한 말을 글로 적고 개운해지기도 했고 “공감해요”, “힘내세요” 같은 멋진 댓글을 받은 다정한 장소였구나 싶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느끼지만 역시 예전과는 다르다. 지금은 다정한 장소인 동시에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장소도 되었다.
 
대학생이던 무렵, 만난 적도 없는 사람과 블로그의 쪽지를 통해 다툰 적이 있다. 내가 쓴 글에 대해 “상처 받았어요.”라는 쪽지가 와서, 나는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그럴 의도는 없었다’가 죄인 경우도 있다) 곧바로 사죄의 말을 보냈다. 그러자 “알아 주셨다면 다행이네요. 답신 고마워요.”라는 답장이 와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정말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나요? 너무 얄팍해서 더 실망했어요.”라는 쪽지가……. 에―.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싫으면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의 눈을 신경 쓰는 성격이었는데 독자 모델, 배우처럼 사람 앞에 나서는 상황이 되고 블로그를 계속하는 가운데,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지 타인이 하는 평가를 엄청 신경 쓰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쪽지 왕래 후,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정적인 목소리는 소수라도 소리가 아주 커서 긍정적인 목소리까지 싹 지워 버리므로. 마임마임(* 이스라엘 민속춤이자 바치 팬이라면 잊지 못할 <테이이치의 나라>의 그 춤. https://youtu.be/dDvb3c0q4dg?t=7)처럼 사람 수가 늘면 늘수록 깔끔하게 원을 유지하며 춤추기가 어려워진다. 그것은 아이 때 느낀, 가족 이외의 누군가가 가족에게 상관하며 생겨나는 마찰처럼. 친구 관계에서도 그렇다. 둘이서 놀 때는 평화로운데 수가 늘면 그 친구가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어서 왠지 날 두고 가 버린 듯한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앞에서 보이는 얼굴이 내 안의 그 사람 그 자체이기에 다른 사람한테서 아무리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소리를 들었다 해도 내가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귀중하게 여긴다면 나는 긍정한다(동시에 응징도 한다). 그러기에 적어도 내 가족과 친구, 응원해 주는 분들과 하는 마임마임은 작아도 괜찮으니 깔끔한 원을 유지하며 함께 계속 춤추고 싶다. 그곳은 다정한 세계였으면 좋겠다.
 
나는 내 이름을 검색해 본다. 긍정적인 내용은 역시 기쁘지만 예스맨만 주위에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의견이라도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닿는다. 살쪘다, 상태가 나빠졌다, 작품 내용 등등. 고쳐야 할 점은 많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쓸 수 없는 온갖 지저분한 말에 좋은 기분은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나에 대한 말이라면 그나마 낫다. 예를 들어 나와 함께 출연한 여배우들에 대해 ‘거리가 가깝다’, ‘티 낸다’ 등의 댓글을 마구 남기는 것은 참기 어려울 만큼 불쾌하다. 주제넘지만 정말로 나를 좋아해 준다면 설령 그렇게 생각했다 해도 가만둬 주길 바란다.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내 이름을 검색하지 않으면 모르고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자신에 대해 검색해 보면 좋은 점도 많다고 본다. 실제로 이전에 내가 이벤트를 했을 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소리 없는 소리가 내 이름을 검색했더니 들려와서, 다음 이벤트를 개최할 때 그 목소리를 반영하여 더욱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좋은 쪽으로만 사용하고 싶은데 그 의견을 건지는 과정에서 역시 부정적인 것도 눈에 들어와서 의기소침해진다. 그럴 때는 스마트폰을 버리고 싶어지지만 그래도 버리지 않는 것은 떨어져 있어도 세계와 이어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생각처럼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 시기가 시작된 뒤로 나는 싫어하던 전화나 영상 통화를 아주 많이 하게 되었다. 문자로 하는 연락 수단보다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나 내 목소리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는 명확함에 체온이 느껴져서 마음이 놓였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때로 어렵고 학생 시절처럼 말을 삼켜 버리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그 삼키는 것이 무척 소중하게 여겨진다. 잘 못하던 전화를 하다가 어떤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넌 남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라고. 나한테는 잘 와닿지 않아서 차근차근 물어보니, 그 사람 왈, 나는 남의 의견을 어쨌든 전부 듣고 일단 받아들여서 거기에 근거하여 결코 부정하지 않고 자신이라면 이렇게 한다는 의견을 덧붙인 다음에 마지막으로 “모르겠지만(웃음).”이라고 말한다고. “모르겠지만(웃음).”이라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그래도 절대 뿌리치지 않는 분위기가 구원의 손길이 되어서 “그럼 어디 해 봐야지.” 하는 긍정적인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써 놓고 나니 조금 멋쩍지만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해 주었다. 솔직히 기뻤다. 물론 언제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내가 그 사람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나 또한 감정적이 될 때도 있고 남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발신하는 사람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도 적잖이 생각한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전부는 알 수 없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조차 전부는 모른다. 몰라도 괜찮다. 그러나 알려고 하는 것, 일단 삼켜 보는 것을 학생 때는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나 지금은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 자리의 열량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는 물론 의미가 있지만 삼키고 생각하여 퇴고해서 토해 낸 그 말에도 분명 전자와는 다른 따스함이 있을 테니.
 
‘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한 가지 면만 도려내면 의미도 달라져 버린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힘이 될 수 있고 힘이 되어 줄 때도 있을 터.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부정하지 말고 ‘스와이프’(* 손가락을 대고 화면을 옆으로 쓸어 넘기는 것)하면 된다. 기대를 담아서 스마트폰은 아직 버리지 않고 둔다. 다정한 세계가 펼쳐질 날을 꿈꾸며. 그날이 올지 말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바치의 이 좋은 문장을 완전하게 옮기지 못해서 도롱이들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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