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치바 유다이 “글을 쓰며 자신의 외로움을 깨달았다.”
― <CREA> 2020년 9 ․ 10월 합병호
“에세이를 써 보지 않으시겠어요?” ― 갑작스러운 편집부의 의뢰에 치바 씨는 “쓰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인터뷰 당일 아침에 도착한 글 속에는 그의 말과 갈등과 다른 사람을 향한 다정한 눈빛 등이 쓰여 있었다.

초등학생 때는 어린이회 선거에 입후보하는 등 활발한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점점 조용해졌다”. 맨 먼저 에세이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한 동기에 대해 질문하니, 치바 씨는 커다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렸을 때의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고 “근데 왜 조용해졌지?” 하고 자문했다.
“아마 변성기 무렵부터 자신과 타인의 어긋남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저 자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텐데 주위가 멋대로 변해 버리는 듯한 묘한 거북함을 느껴서……. 그 뒤로 사람들에게 맞출 때가 많아졌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남에게 맞추는 것도 귀찮아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됐어요.”
학교가 끝나면 아무하고도 말을 나누지 않고 곧장 집에 간다. 그런 나날이 이어졌다.
“글을 쓰는 즐거움에 눈뜬 건 대학생 때예요. 당시 유행하던 사이트에 저도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거나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쓰곤 했어요. 하지만 누가 읽는다는 전제가 아니라, 단순히 머릿속에 있는 답답함을 정리하고 싶을 때에는 전단지 뒷면 같은 데 그 답답한 마음을 적었어요. 그렇게 적으면 ‘어? 이거, 아니지 않나?’ 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답답함에 대해서는 쓰고 나면 마음이 풀려서 휙 버리죠. 버리고 해소! 이런 식으로(웃음).”
단 하나 아는 건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
모델을 시작하고 블로그를 하게 되자, 글을 그냥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해서 많은 사람 눈에 띄는 것의 이점과 결점, 그 양쪽을 알게 된다.
“저, 평소에는 가능한 한 시시하거나 하찮은 일로 웃으며 지내고 싶어요. 될 수 있는 대로 들뜬 기분으로 살아가고 싶고요(웃음). 그렇기 때문에 ‘내가 쓴 글에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요, 마음속에 있는 건 모든 것이 ‘비밀’이니까 그 심정을 너무 자세하게 밝히기보다는 읽는 사람이 상상할 여지가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전부 공감하면 ‘흠, 알지, 알아.’로 끝이지만, 조금 ‘어?’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있으면 ‘왜 이런 거지?’ 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기에 제 경우에도 글 속에 어딘가 ‘비밀스러움’은 남겨 두고 싶은지도요. 그것 때문에 ‘좋아했는데 어째 서운하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런 식으로 간단히 잘라내 버릴 호의라면 잘라내 버리셔도 이쪽은 아무렇지도 않아요(웃음).”
글을 써서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도 하고 자기 자신도 상처 입기도 하고. 10년 전의 그런 경험은 이번 에세이에도 제대로 활용되었다.
“전 타인에게 좀 냉담한지도 모르겠어요. 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남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단 하나 확실하게 아는 건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머릿속에 솟아나는 생각을 설명하며 진지한 이야기로 너무 기울었다고 생각했는지 “무슨 얘기죠, 이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치바 씨는 SNS에 대해 “모든 사람이 발신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 바뀌지 않는 걸 바꿀 수도 있으니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운을 떼며 “하지만 저 자신은 SNS에 어떤 종류의 비밀이나 신조를 올리는 것에 두려움도 느낍니다.”라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라면 인터뷰에서 대답하면서라도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인터뷰는 생각을 ‘퇴고’할 수 없죠. 머리가 따라잡질 못해요. 그래서 글이 좋아요. 글이라면 ‘이, 이거 틀렸다.’ 하고 퇴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이번 에세이는 이 인터뷰 전날 밤에 써서 인터뷰 당일에 퇴고했다고 한다.
“어젯밤에 쓰면서 막혔을 때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지금 에세이 쓰고 있는데 나 어때(웃음)?’ 하고요. 그랬더니 에세이에 쓴 에피소드가 나왔어요. 도움이 됐죠. 그리고 이걸 쓰고서 깨달은 사실도 있어요. 최근까지 ‘난 혼자서 살아갈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혼자는 외롭고 사람과 있는 걸 좋아하는구나, 라는 걸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날씨 등이 도와서 기적적인 영상을 찍을 수 있었을 때를 ‘영화의 신이 강림했다’고 표현한다. 이 밤, 그에게도 에세이의 신이 강림했는지 모른다. 그런 느낌을 받을 만큼, <스마트폰은 아직 버리지 않는다>를 멋지게 매듭지었다.
출판사 사이트에 먼저 올라온 걸로 번역했는데 잡지를 보니까 편집이 조금 달라서 잡지 기준으로 수정했어 내용 자체는 똑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