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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희
이 문장이 놓인 페이지에 있는 한 장의 흑백사진을 좋아한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찬희가 고개를 좀 이렇게 꺾고, 턱을 살짝만 든 다음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진.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면 사진가의 정수리쯤에 눈을 뒀는지 알락 말락한 눈의 표정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찬희와, 아직도 여운이 남은 우주가 겹쳐 있고, 아이와 어른도 함께 있다. 알을 깨고 나오기 직전의 막막함과 아무렇지도 않음이 함께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작은 소리 하나에 민첩하게 반응했고, 그 큰 눈을 아주 천천히 끔뻑거리면서 하려던 말을 그냥 삼 킬 때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약간의 홍조를 머금고 빵 터지듯 웃고 말았다. 세 번인 가 네 번, 아니면 다섯 번 정도 그 과정을 반복했다. “많든 적든 많은 분이 저를 제 나이로 안 보실 때가 많아요. 근데 저는 제가 딱 스무 살 같거든요. 점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깊어져요. 뭐라고 해야 하지, 더 신중해져요. 근데 조급해하진 않으려고요. 꾸준히 발전하는 게 더 좋을 거 같거든요.” 찬희의 눈에서 눈을 떼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나는 <SKY캐슬>의 우주만큼, <시그널> 속 선우의 눈을 선명히 기억한다. 진짜를 알고 있는 그 눈에 나는 영락없이 반하고야 말았다. 2000년에 태어난 찬희는 무대 위에서는 강렬한 춤을 추며 랩을 하고, 카메라 앞에선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산다. 그게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름다운 강처럼 맑게 밝게 빛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