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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차준환건피행피💙 너는 언젠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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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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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소설보다 더하다고,

상상이 실제를 이길 수 없다고 사람들이 많이 말하곤 하지만

분야가 뭐가 됐든 창작하는 사람들과 그를 긴 세월 지켜본 사람이라면 알 거야 

사람의 기대를 넘어선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마음으로 하는 상상에는 한계가 없는데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제한이 걸리잖아 

 

 

그래서 아무리 혼자 하는 생각이라도 너무 바라고 소망해서 너한테 부담을 지우지는 말아야지, 하고 오랫동안 생각했었지 

경기장 중앙에 혼자 서 있는 너를 볼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이 너의 어깨에 얹혀져 있는 게 보여서 내 과한 기원까지 거기 추가하지는 말아야지 그런 다짐을 한 날도 많았더랬어 

 

 

하지만 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지켜보는 사람에게 다음 순간을 고대하게 만드는 선수였어 

네가 메달이며 티켓이며 포디움을 선사할 거라는 바람 말고도, 눈에 보이는 그런 성과 말고도 너는 객석에 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품게 했어 

조금 더 자라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되면, 지금도 저 선수 안에 있는 무언가가 더 많은 빛을 받아서 쑥쑥 커나간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걸 보게 해줄지도 모른다... 가보지 못한 어딘가까지 우리를 데려가줄지도 모른다, 그곳은 백만송이 장미가 피는 그립고 아름다운 별나라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네 안에 씨앗으로만 존재하는 그게 뭔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네가 정말로 커다란 그렇지만 무척이나 섬세한 그림을 그려서 우리를 초대하리라는 걸 안다 느끼는 게 아니라 정말로 안다... 너는 불처럼 그 자신은 고유하면서도 네게 닿는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는 존재로 자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비밀의 화원에 발을 들였고 지금 보는 것만도 충분히 훌륭한데 어쩌면 그건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준환아 그거 아니?

그런 꿈은 절대로 쉽게 사라지지 않아 

 

 

네가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겪고 부상에 시달리면서 입술을 깨물고 아픔을 참을 때마다

숫자로 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성취를 잠시 놓은 적은 있어도 

기록으로 적을 수 없을 그 기묘한 예감만큼은 꺾인 적이 없어 

네가 내일, 한 달 뒤, 1년 뒤, 5년 뒤에 오늘 우리가 몰래 품고 있는 어떤 이상보다도 더 대단한 걸 보여주리라는 불가사의한 믿음 같은 것들 

그건 너무 새파랗고 새하얀 꿈이라 아무리 현실이 어두워져도 거기에 좀먹지도 녹슬지도 않더라고 

 

 

엄청난 역병이 닥쳐오기 전 목동에서 더파윗을 봤을 때 옆에 있던 분이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면서 이거지 이거야 하면서 외치셨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

나도 그때 지금 이 연기가 내가 몇 년 전부터 보고 싶어했던 바로 그 장면이구나 이게 그거였구나 싶었어 떠올릴 때마다 피가 식는 그 차가운 판정조차도 4분 동안 느꼈던 열기나 떨림을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드디어 이걸 봤다 그 순간이 지금이었구나 아 정말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얼마나...... 그런 흥분을 덮을 수가 없더라고 

 

 

베이징 시계공에서도, 긴 밤을 지나 밝아오는 아침을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던 투란도트 코레오에서도 

사이타마에서 마잭이 끝나고 007에서 마지막 점프를 어떻게든 버텨서 프로그램을 완성하던 그 순간에도 그랬지 

고요한 적막과 침묵까지도 연기의 일부 같았던 첫 번째 골든아워를 보면서도 생각했지 

기어코 여기까지 도달했구나 짐작만 해왔었지 마음속으로 그려보기만 했었지 이런 걸 만나게 될 거라고... 결국엔 네가 보여주고 말 거라고

 

 

우리가 이걸 같은 시간에 목격했어 

박제된 과거의 유물을 시청하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뚫고 벽 하나를 무너뜨리는 걸 다시... 몇 번이나 지켜봤던 것처럼 이번에도 또 

 

 

그리고, 

혹은 그래서 

 

 

우리는 이런 순간을 앞으로 몇 번쯤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차준환이 사랑하는 피겨는 우리에게 이런 순간들을 얼마나 더 허락할까?

 

 

주그프에 못 나가게 되었을 때, 평창이라는 단 한 번의 겨울을 기다리느라 끔찍한 여름을 보내야 했을 때, 자라는 몸과 점프가 맞아떨어지지 않던 시기에, 세상에 병마가 감돌고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나날에, 다친 곳은 한없이 더디게 낫고 얼음 위에서 한 발 움직이는 것도 아파해서 이를 악물던 모습을 그냥 지켜보는 것 말고는 무엇도 허락되지 않았던 지난 시즌에 

 

 

그때, 그때마다 묻고, 되묻고, 또 자문하고 

답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그런데 나는 이번 여름에 그 질문을 완전히 놓아주기로 했어

태어나서 이렇게 무덥고 힘들고 기나긴 여름을 보낸 적이 없었는데 그 계절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갔거든 

 

 

숫자, 수치, 등수, 그래프, 프로토콜과는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가야겠지 

하지만 '먼 미래에 차준환이 지금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풍경을 보여줄 것이다'라는 꿈, 기대, 예감, 희망에 대해서라면 이미 올 여름에 충분한 답을 받았어 

멀고 먼 옛날에... 어느날은 모니터 앞에서, 어떤 때는 춥고 싸늘한 경기장 객석에서 지금보다 훨씬 작고 어린 너의 뒤로 환상 같은 걸 봤었지 

그 아른아른한 환영이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현실로 나타나더라 희미하지도 않고 손에 잡힐 듯이 확실한 형태로 말이야 

 

 

인연이 끊기고 몸은 헤어지더라도 사랑만은 계속될 거라는 이별의 왈츠 

지옥 같은 세상을 두고 달아나고 싶다고 절규하다가도, 불현듯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들어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맙다고 전하는 무슈 마담

사랑에 빠져 미치광이처럼 '반쯤은 춤추고 반쯤은 날아오르는' 불꽃의 화신 같은 로꼬 

마법에 걸린 듯한 여름이었고 나는 이제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아 이걸 보고도 확신하지 못한다면 내가 널 봐온 세월이 무슨 쓸모가 있겠어! 

 


너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너는 언젠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마도 너는......... 너의 내일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지금은 말로 다 쓸 수가 없어 

 

 

언제가 됐든 정말 볼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이미 4년 전 2월 목동 어딘가에 다 두고 떠나왔지만 

앞으로 몇 번이나 이런 순간이 남아있을까, 같은 두려움도 지난 여름에 안겨두고 다시 찾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에 쓰여진 가사처럼, 

신호등이 너에게 3개의 파란불을 밝혀주고 

흩뿌려진 오렌지꽃들이 너의 머리 위를 날아 

오직 너만이 볼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 

부디 네가 다가오는 겨울과 아직 만나지 못한 봄에

외로운 방랑자들을 데리고 아름다운 금성으로 떠나기를

 

 

슬픔과 절망과 공포까지도 연료로 삼아 스스로를 불태우는 사람 

도전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스포츠 선수 

세상의 빛과 어둠을 그러모아 본 적도 없는 그림을 빙판이란 화폭에 그려내는 예술가 

준환아,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너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네 작품들을 실시간으로 보고 감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진심으로 감사해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얼음 위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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