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 못 보는 줄 몰랐어.... 

나는 걔가 순하거나 선하다고 보진 않았어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예전만이 아니라 최근까지도. 

변했다고 느꼈지만 사회생활 하다보면 으레 닳는 만큼만 마모된 거라고 믿었고, 

끝없는 자기연민 느꼈지만 그게 걔의 정말 깊숙한 진심은 아니고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믿었어. 심지어 본인도 그런 식으로 나중에 말해서 뭔가 완덕한 것처럼 아 이제 됐다, 싶기도 했고...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슈취타 나왔길래 내가 더 신나서 봤냐고 연락했던 적이 있었거든? 

근데 걔 반응이 되게 뜨뜻미지근한거야 다른 떡밥 보느라 그건 아직 안 봤대. 

나중에 보면 삐삐치라고 했는데 끝까지 봤다는 얘기는 안하길래 속으로 우리 팀 싫어하나부다, 생각하고 넘겼지. 

사건 터진 직후에 그 친구한테 슬프고 개빡친다, ㅅㅂ 얘가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이딴 비상식적인 일을 치는 게 진짜 말도 안 된다, 다른 멤버들은 별로라는 게 아니라 얘가 이럴 줄은 진짜 몰랐다, 막 주절주절 털어놓았는데 

친구가 몇번 듣다가 사실 자기는 슈취타 보고 너가 말하던 애랑 되게 다를 뿐 아니라 비호감이어서 나한테 얘길 못했었다는 거야.... 

친구가 정확히 "방어기제로 자의식 과잉을 직접 골라 장착한 사람" 같았다고 말했는데 그게 뭐랄까 반사적으로 ㅅㅂ 말을 그따구로 하냐?하고 반감이 들기도 했는데 동시에 어 그거 맞는 말인듯?하는 직감도 들었었어.

어제 유투브 들락날락하다가 그 편을 다시 봤는데, 나 정말로 그 이전에는 잘 몰랐거든? 근데 비호감이라는 게 뭔지 알겠는거야.... 대화 자체를 잘 못한다는 것도 뭔지 알겠고.... 

나는 그간 슈취타가 비슷한 포맷의 다른 채널이 많으니까 소위 말하는 '내돌 컴백때 나갔으면 좋겠는 채널'로 잘 언급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냥 안나갔으면 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그게 너무 슬프고 이상했어 내가 그 정도로 판단력이 없구나 싶고 

친구가 예전에도 솔앨 듣고 나서 앞으로 나아지겠지만 이것만 들었을 땐, 

보여지고 싶은 것에 비해 하고 싶은 말이 없는데 자꾸 짜내려다 보니 

되고 싶은 사람이 할 만한 말을 과장해서 하는 사람 같다고도 했었거든? 

솔직히 아직도 이 말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맞긴 하겠지 걔가 여기선 나보다 객관적이겠지 

그냥 또 아침이 밝아오고 여전히 민윤기는 안 나가고 마음은 허해서 주저리주저리 써봤어 

다 지나가겠지만... 왜 지나갈수밖에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됐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