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리도 안 좋고 집중력도 안 좋아서 드라마 정주행을 잘 못해.
그래서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볼 이유가 있어야만 정주행할 드라마로 선택하고 있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선택이유는
1. 전에 본 드라마 ㅅㅌㅂㄹㄱ에서 운영팀장을 분한 박은빈배우님이 주연이라는 것, 그리고
2. 내가 브람스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 (근데 이제 초반부터 주인공이 브람스를 싫어한다고 못 박아놓고 시작하는ㅠㅠ)
이었어
동명의 소설은 아직 읽어본 적 없고, 로맨스물은 안 본지 몇 년은 돼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정주행을 시작했어.
첫 화를 보고 느낀 건 전반적으로 시각은 물론이고 청각적으로도 만족감이 되게 높다는 거였어
특히 박준영의 목소리가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송아(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그런?)를 위로해주는 듯한 안정적인 느낌.
어쨌거나 그래서 탄력을 받아서 계속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극이 진행되면서 나오는 송아의 독백도 참 마음에 들었고
정주행을 끝내고 난 소감은 엄청 자극적이고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그런 류의 드라마는 아니지만
은은하게 며칠간 계속 떠오르고 앓게 될 것 같다는 거야
특히 현호나 민성이 같은 친구들이 많이 눈에 밟히고,
유태진 교수 같은 악역도 각자의 고충이나 주인공과 얽힌 추억 같은 걸 잘 설정해놔서 입체적인 인물이 되어 여러가지 감정이 들게 해준 게 참 좋았어.
(준영이 아버지 당신 빼고ㅂㄷㅂㄷ)
정경이도 앞으로 지원이랑 잘 해 나가겠지?
나는 음악을 조금 좋아할 뿐이라 업계나 대학가 사정은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꼭 있을 법한 일들, 정치, 권력다툼이 생생하게 그려진 것도 참 좋았어.
준영이가 졸업연주회에서 op.118을 쳤을 땐 전율을 느꼈어. 마지막엔 브람스 앨범을 내 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브람스는 꼭 슈만, 클라라의 관계를 떼어 놓고 보더라도 전반적으로 우수라고 할까, 어딘지 쓸쓸하고 슬픈 느낌이 깔린 곡이 많고,
때는 이미 낭만이 대세인 시기에 다분히 고전적이면서 수수한 음악으로, 고집스럽고 완고하면서, 어딘가 위선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음악을 했는데,
마음속 한 켠에 슬픔이 갖고 있고, 잘생겼지만, 살림살이도 적고 검소한 준영이한테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곡가인 것 같았거든.
마지막으로 송아 졸업연주회에서 둘이 같이 한 곡에 나오는 요아힘의 주제 F-A-E(Frei Aber Einsam)에 대응해서 브람스가 좋아했던 주제는 F-A-F(Frei Aber Froh)라고 했지?
브람스 교향곡 3번 1악장이 대표적으로 이 주제로 시작하고,
같은 곡 3악장은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영화판에 삽입되었지. 이참에 한 번 듣구 가
https://www.youtube.com/watch?v=u68ETRjNQME
그럼 브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