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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원문 기사가 날아갈까봐 박제용.
나름 중략할려했는데 사람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나 요약 진짜 못해😭
독방 내 2차 가공 쌉가능이고 밑에 기사 링크만 모아놓은거 올렸으니
요약덬 환영ㅠㅠ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집필 배경과 기획 의도
"음악가들의 이야기, 음악대학의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경쟁과 시기, 질투로 가득 찬 이야기들을 많이 상상하시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시험 전 날 경쟁자의 손을 다치게 한다는 에피소드 등.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평생 음악을 해온 사람들은 서로의 재능을 질투하기도 하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들의 고민에 누구보다도 서로 깊게 공감해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질투나 경쟁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니다. 연주 실력에 따른 등수 매기기가 너무나도 명확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경쟁, 질투와 동료애, 연민이 공존하는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 왜 수많은 음악가 중 '브람스'일까?
제목에 담긴 의미 "작곡가 브람스는 절친한 음악적 동료이자 멘토였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만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서도 브람스는 클라라와 그 아이들의 곁에 평생 머무르며 클라라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정과 음악적 교감을 나누었다.(클라라도 서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브람스와 클라라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브람스는 자신의 짝사랑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브람스의 삶이 불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은 많은 경우 짝사랑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을 그 대상으로부터 똑같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짝사랑의 시간과 감정이 모두 헛되고 쓸모없는 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혼란과 불안 속에 있는 청춘들의 짝사랑 이야기를 쓰면서 자연스레 브람스가 떠올랐고 이 제목을 선택하게 됐다."
◆ 음대생 박은빈X피아니스트 김민재, 싱크로율 100% 자신 "채송아 역할을 맡을 배우의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눈빛에 송아라는 인물의 깊이, 내면, 단단한 심지가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맑고 깊은 눈빛을 지닌 박은빈 배우가 송아 역을 맡기로 결정되었을 때 정말 기뻤다. 또 극 중 등장하는 음악들이 연주하기 결코 쉬운 곡들이 아닌데, 박은빈 배우의 바이올린 연주 연기는 진짜 바이올린 전공 음대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훌륭한 연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성실하고 멋진 배우를 만나 감사할 뿐이다."
"김민재 배우는 첫 미팅 때부터 굉장히 큰 에너지를 줬다. 준영이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는 물론이고 피아노 연주에 대해서도 큰 의욕을 보여줬다. 촬영 초반 세트장을 방문했었는데 김민재 배우가 농담처럼 '피아노 검사받아야 한다'며 극 중 연주곡인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쳐줬다. 캐스팅 직후부터 피아노 맹연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연주를 들으니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캐릭터를 생각하는 태도도 진중하고 어른스러운데, 그 모습도 준영이와 꼭 닮았다. 그래서 김민재 배우가 아닌 준영이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 작가가 직접 전하는 관전 포인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꿈과 사랑, 우정 속에서 방황하고 혼란스러워하는 29살 청춘들이 짝사랑을 통해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가는 이야기다. 그 짝사랑 속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행복과 슬픔을 겪겠지만, 충분히 후회 없이 사랑했다면 그것도 자신을 이루고 성장시킨 시간의 일부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스물아홉 청춘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짝사랑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분들도 설렘과 행복과 애틋함을 느끼며 함께 주인공들을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출처 : SBS연예뉴스 8월21일
“무언가를 오래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 했다”며 “클래식이 오래 사랑받는 고전이기도 하고, 묵묵히 평생 연습을 하는 연주자들도 주인공에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
“전공자이다 보니 전문적인 장면의 고증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다만 전문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곡과 용어도 꼭 필요한 설명만 한다”
“바이올린은 자연스러운 자세 잡기도 어려운데 박은빈 배우는 비브라토까지 구사할 정도”라며 “김민재 배우도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연주를 직접 봤는데 제스처, 페달링 등 연구를 많이 한 것이 보였다”
출처 : 서울신문 9월 22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 불안한 청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시작했다"며 "여러 생각을 하다가,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짝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짝사랑의 결과에 상관없이 어쨌든 그 사랑의 시간을 통해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갈 때 조금은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클래식음악을 하는 음악 학도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클래식이라는 것 자체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것들이고, 클래식 음악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악보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평생을 매일같이 연습하는 삶을 선택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짝사랑하는 사람들과, 매일 성실하게 연습하며 살아가는 음악가들에게 보내는 저의 헌사기도 하다"
"송아는 가장 조용하고 여려보이지만, 가장 내면이 단단한 인물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용히, 그러나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성격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잘 인내하는 사람이기에 상처를 받아도 대부분 꾹꾹 참는 사람이다. 어쨌든 송아는 사려 깊고 현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가장 약해보이고 많이 흔들릴지라도 이 성장의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결국 송아의 단단한 내면이 가장 빛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영은 화려해보이는 삶을 살고 있고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천성이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지만, 그렇다 보니 막상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에 서툴고 그래서 송아와 사랑을 하면서 처음으로 감정의 파고를 겪다 보니 실수도 하게 된다. 송아와 사랑을 자각하고 확인한 이제부터는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모습도 보여질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준영이라는 인물의 서장의 한 면이라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알아나가기 시작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그렇게 성장하며 자기 모습을 찾는 것"이라며 "한편 준영이 정경에게 선을 긋고 화를 내는 건 준영이 15년간 그토록 지켜오려고 애썼던 균형이 깨졌기 대문에 그걸 다시 돌려놓고 싶은 준영의 발버둥에 가까울 거 같다. 안식년이 시작되면서 준영의 기존 세계가 깨져나가기 시작하지만, 이 성장통을 겨고 나면 준영이도 분명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정경에 대해서 류 작가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불안정한 인물"이라며 "엄마의 사고 이후 자라지 못한 인물이고 사라진 재능에 대한 콤플렉스가 정경을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이고, 그걸 감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위악을 떨면서 강한 척하는 인물이다. 정경의 지난 15년 동안 정경의 세계에는 현호와 준영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세계가 흔들리게 되자 정경은 크게 당황스러워하고, 그래서 처음 겪는 이런 혼돈에 충동적인 행동이나 말을 뱉어내게 된다. 그러나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나 말에 후회하지만 그걸 다시 주워담기보다는 일부러 더 강한 척 위악을 떠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쨌든 지난 10년간 현호의 순애보 속에서만 살아왔다 보니 현호 외의 사람과는 제대로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한다. 그래서 안쓰럽다"
한현호에 대해 "절절한 순애보를 가진 인물"이라며 "정경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현해왔고 그 십 년간의 연애가 일방적으로 종료되자 처음에는 정경을 잡아도 보고 담담하게 이별을 인정도 해보지만 그 세월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현호는 정경이 흔들리는 상대가 자신의 절친이라는 것을 알자 오히려 두려워져 정경에게 묻지 못하다가 정경이 결국 뱉어낸 준영이라는 이름에 흔들리고 폭발했지만 음악계가 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경과 준영을 계속 마주치게 될텐데, 현호가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끝까지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청춘멜로극이지만 성장물이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강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달려가는 인물들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들어하지만, 결국에는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 중반을 넘어서며 모든 인물들이 갈등을 겪게 된다. 그 갈등은 감정적인 갈등일 수도 있고, 사전적인 갈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싶어하는 인물들이고, 결국은 각자의 사랑을 통해 모두 성장해나갈 것이기에 이들의 아픔과 흔들림을 함께 지켜봐주시며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출처 : 스포츠조선 9월24일
"송아 역 박은빈 배우의 바이올린 연기는 정말 최고다. 캐스팅이 확장되고 첫 미팅을 했을 때부터 박은빈 배우의 바이올린 연기는 이상하게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배우는 굉장히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생겼다"
"바이올린은 자세 잡기부터 정말 쉽지 않은 악기인데 박은빈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주는 물론이고, 악기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도 바이올린 전공생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촬영 시작 직전에 촬영용 바이올린 2대를 놓고 박은빈 배우가 각 악기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서 악기 사진 여러 장과 함께 장문의 메시지로 상의를 해왔었는데, 악기 소리의 비교, 실제 사용해본 느낌에서부터 카메라 테스트 촬영을 해본 악기의 외형적인 모습 비교까지 꼼꼼하게 정리해서 보내온 메시지에 정말 감동과 감탄을 했다. 제 주변 바이올리니스트들이나 클래식 업계 관계자들도 방송을 보면서 송아의 연주 장면이 나올 때마다 매번 감탄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온다. 정말 대단한 배우이고 대단한 연기자"
"김민재 배우의 피아노 연기도 정말 대단하다. 김민재 배우 역시 자연스러운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외로운 피아니스트 박준영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까지 저와 제작진을 매번 감동시키고 있다. 김민재 배우는 이미 피아니스트 박준영인 것 같다. 토크콘서트를 준비하며 송아에게 자신의 외로운 삶을 털어놓는 준영이의 인터뷰를 보다가 저도 조금 울었다"
"현호가 준영, 정경과 함께 트리오를 연습하다가 준영과 정경이의 이상기류로 연습이 금방 파토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저야 이 피아노 트리오 연습이 얼마나 빨리 끝나는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방송을 보니 현호의 첼로를 더 듣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아 연습 한 번은 제대로 시키고 싸우는 전개로 쓸걸 그랬나' 진지하게 후회를 했을 정도로 현호의 첼로 연기가 좋았다"
박지현에 대해 "바이올린을 이 드라마 때문에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멋진 연주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후반부에 나올 정경의 연주가 저는 매우 기대가 된다. 아름답지만 정말 어려운 곡이라 일찍부터 맹연습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나올 정경의 연주도 많이 기대해달라"
배우들의 연기는 류 작가를 흡족하게 만드는 힘. 어려운 감정선을 표현해내고 있는 배우들에 대한 류 작가의 감사 인사도 이어졌다. 류 작가는 "이 작품은 극적인 큰 사건이 있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려 많이 노력했다. 극 초반부 전혀 초면인 송아와 준영이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장면들을 쓰면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극 초반부에 아마 가장 많이 쓴 지문들이 '어색하다'일 것 같다. '어색하다, 어색하게 본다, 어색하게 웃는다'. 그 애매한 지문을 이토록 생생하게 살려주신 감독님과 배우분들께 정말 감사할 뿐이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출처 : 스포츠조선 9월24일
"어떤 한 순간에 반했다기보다는 첫 만남부터 송아가 준영이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계속적으로 준영에게 스며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썼다"
그는 1회 박준영과 채송아의 첫만남이었던 서령대 오케스트라 공연 리허설을 언급하며 "실기 성적순으로 맨 끝자리에 앉은 송아가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고 지휘자의 모욕적인 언사를 듣지만 그래도 용기내어 '같이 연주하면 안될까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이미 자신의 재능을 무거운 짐으로 느끼고 있고 복잡한 현실에 너무 지쳐 안식년을 택한 준영에게 자신과 정반대의 상황인, 즉 재능은 부족할지 몰라도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고 무대를 열망하는 송아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 밤 준영이 영인(서정연 분)의 차를 타고 가다가 반포대로 변에서 빗 속에서 악기를 옷으로 감싸고 뛰는 송아를 목격하게 된다. 송아가 자신이 비를 맞는 것보다 악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 모습도 또 준영에게 송아라는 사람을 각인시키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준영이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의 모든 만남에서 준영의 마음 속에 송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 점을 찍고 갔기 때문에 준영이 사랑에 빠진 어느 한 순간을 꼽기는 어렵다"면서도 "2회 끝부분에서 송아가 '(오늘 연주가) 다른 사람 말고 준영씨 마음엔 드셨어요?'라고 물어본 것이 송아라는 사람이 준영의 마음 속에 훅 들어온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늘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연주를 하기 위해 살아온, 그리고 자기 속내보다 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고 타인의 상황을 먼저 고려하며 살아온 준영에게 정작 그의 마음은 어떤지를 묻는 송아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출처 : 뉴스엔 9월30일
- 장편 데뷔작인 만큼 공개되기 전 긴장감이나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좋은 반응을 얻은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있다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고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제 자신도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아직 현장에서 촬영 중이신 감독님 및 제작진, 배우분들이 많은 힘을 얻고 계셔서 그 점이 가장 기쁩니다.
- 작가로서 자신의 글과 직접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짜릿한 경험일 것 같은데요
▲ 이전에 조영민 감독님과 2부작 드라마 '17세의 조건'을 한 번 작업했던 경험이 있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준비하면서도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영상으로 만들어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상상할 때 조금의 불안감도 없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세계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첫방송 전에 가편집본으로 1, 2회를 보고 나자 감독님과 저의 상상이 일치할 거라고 믿은 저의 지난 날을 후회했습니다. 감독님이 영상으로 보여주신 세계는 제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비교할 수 없을만큼 생생하고 설레고 애틋했거든요.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시청자로서 일주일에 이틀씩 본방송을 보고 있는 지금은, 방송을 볼 때마다 그저 감사하고 신기할 뿐입니다. 드라마 속 준영의 (아픈) 대사를 빌자면 '제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해서 이런 복을 받고 있나' 싶습니다.
- 기획의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구상을 시작하셨나요?
▲ 저는 오래된 것에 마음이 많이 끌립니다. 클래식 음악도 그렇고, 고궁과 박물관에 가는 것도 매우 좋아하고요. 오랜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남아있는 있는 것들을 볼 때마다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떠올려보다가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사랑한다면 그에 사랑과 애증 등등의 감정이 층층이 쌓여있을텐데 결국 그 사랑을 그만두기로 한다면 그 쌓여있는 감정을 한 번에 무 자르듯 잘라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오랫동안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했던 사랑을 그 대상으로부터 결국 돌려받지 못했을 때, 그래서 그 짝사랑을 그만두기로 한 이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랑했던 자신의 지난 시간이 실패로 끝났다 해서 그 시간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제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요. 그래야 우리 삶의 다음 챕터로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클래식 소재가 대중에게 다소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구상하실 때 고민되기도 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클래식 소재라 대중적이지 않다는 우려를 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가진 청각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 영상에 클래식 음악이 잘 어우러진다면 시청각적으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꼭 2년 전, 조영민 감독님이 이 작품의 시놉시스와 대본 1,2회를 보고 같이 하자고 말씀을 주셨을 때 조영민 감독님은 클래식 음악을 전혀 모르시는 상태였는데요. (그 후 2년 동안 많은 음악회를 다니시면서 정말 많이 공부하셨습니다) 감독님은 클래식이라는 소재보다 이 작품의 기획의도, 캐릭터들이 가진 고민과 갈등을 우선적으로 보셨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클래식이라는 소재가 주는 선입견에 대한 우려는 크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크게 우려하고 고민했던 부분은, 이 캐릭터들을 맡을 배우들이 악기연주를 얼만큼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배우들을 만난 이후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엄청난 노력으로 완벽한 연주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출처 : 뉴스엔 10월5일
- 6각 관계를 내세웠습니다. 로맨스 구조가 복잡하면 이야기가 정돈되기 어려운데 발란스 조절이 힘들진 않았는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 송아와 준영, 양쪽의 삼각으로 구성하긴 했지만 ‘6각 로맨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사실 놀라고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3+3=6이라는 산수를 못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송아와 준영이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보니 여섯 명을 다 똑같은 분량으로 다룰 수는 없지만 출연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캐릭터들도 그들이 등장하는 씬을 쓸 때, 화면에 보여지지 않은 시간과 감정을 녹여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이 똑같이 생각하는 거지만 화면에 등장하지 않을 때도 각 캐릭터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각자만의 삶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니까요.
- 로맨스물에서 여성 캐릭터는 의존적이거나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송아는 바이올린으로 주눅들어 있는 아픔이 있는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긍정적이라 오히려 준영이를 듬직하게 받쳐줘 더 매력적입니다. 송아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나요?
▲ 7회에서 송아가 준영에게 했던 말, "준영씨에 대한 내 감정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다른 것들도 있어요. 지금 나한테는 대학원 입시가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내 감정에 휘둘려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은 송아라는 사람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대사 중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대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송아는 사랑만큼이나 우정과 꿈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송아라는 캐릭터는 흔히 보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의 자격을 많이 갖추지 못한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왜 얘가/왜 이런 애가 주인공이야?”라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강력하고 드라마틱한 전사나 트라우마같은 극성이 있는 캐릭터가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내 주변에 진짜 있을 것 같고 때로는 나같은 그런 주인공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작법에서는 주인공은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액션을 해야한다고 하는데요, 송아는 액션이 아닌 리액션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극을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해보인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원래 저와 감독님이 그리고 싶어했던 송아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까지 보신다면 왜 송아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어야만 했는지 분명히 아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놉시스에 썼던 송아의 인물소개에서 마지막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그 부분이 바로 송아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어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마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공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물소개에서 준영, 현호, 정경은 송아에 비해 훨씬 묵직하고 부피감 있는 드라마틱한 과거 서사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송아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송아가 다른 이들에 비해서 소위 ‘서사가 약한’ 이유는 송아는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인물인데 반해 다른 인물들은 아직 각자의 지나간 시간, 지나간 마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거기 매여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 정경이 서사도 굉장히 인상적이고 정경의 돌발행동을 이해하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발언과 행동이 다소 과해서 아쉽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 정경(박지현 분)이는 십오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라지 못한 사람입니다. 어머니의 사망 후 재능마저 사라져 평범해져버린 정경은 그 사라진 재능에 대한 콤플렉스를 크게 갖고 있습니다. 재벌집이지만 죽은 엄마의 그림자가 아직도 이 집을 짓누르고 있기에 집안에서도 어린 정경의 마음을 살펴준 사람이 없기도 하고요.
이후 학교에서 현호(김성철 분)와 준영을 만나며 정경의 세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정경의 작은 세계는 이 두 사람으로 만들어졌고 이 두 사람이 그 세계의 전부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정경은 그 작은 세계 안에서 자신의 예민함과 상처를 감추며 자기 멋대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뉴욕에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드러냈던 순간 충동적으로 했던 행동 때문에 자신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정경은 크게 당황하고, 그 세계를 다시 봉합하고 싶은 절박한 마음이 들지만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말이나 행동이 더 세게 나오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마스터클래스 신 이후 송아와 정경이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습니다.
▲ 송아와 정경은 마지막 회까지 관계가 이어지는데요, 복잡한 관계로 만나긴 했지만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공통점을 지닌 이 두 사람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지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 뉴스엔 10월5일
- 준영이의 감정선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라 의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 송아가 이 드라마의 화자이기 때문에 많은 장면에서 송아의 시선과 송아의 마음으로 극을 따라갈 수 있게 썼습니다. 내가 사랑에 빠진 상대방이 지금 무슨 생각인지 속속들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을 생각하거나 마주했을 때 애가 타고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정을 더 살리고 싶기도 했구요.
한편으로 준영이는 늘 자신의 마음을 후순위로 두며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송아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것도 늦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극 전반부에서 준영에게 송아가 스며드는 과정을 공들여 만들었고, 그간 준영이가 부지불식간에 송아에게 했던 많은 행동이나 말들로 준영이의 감정들이 어느 정도는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 준영이의 감정들을 시청자분들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로맨스적으로만 봤을 때는 준영이 초반에 유니콘 같은 면을 워낙 많이 보여줬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의도와 상관없이 송아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배신감도 안겼어요. 의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 준영이는 저와 저희 제작진이 모두 사랑하는 주인공이니 당연히 저희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자지만 이렇게까지 초반에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은 준영이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했고요. 그렇지만 준영이는 현실에 없는 유니콘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극이 중반을 넘어서며 나올 준영이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주실까 조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준영이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 욕망을 누르고 타인의 감정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인물이라 초반에는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여지고 그래서 완벽한 사람처럼 보여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기 마음을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욕심내기 시작하게 되면서 준영이의 성장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15년 동안이나, 그것도 사춘기 시절을 그렇게 억눌려서 애어른처럼 보내 그게 성격으로 굳어진 사람이 송아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정경에 대한 마음은 단순히 ‘사랑’이라는 말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복합적인 감정이었으니까요) 자기 마음을 따라가 보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 실수도 없이 매끄러운 전환과 성장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내가 그 순간에 바로 성장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와의 결핍을 서로 채워주기도 하지만 나의 결핍이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다 보니 내 자신에게 상처를 더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매일매일 더 잘하고 싶고 더 멋지게 살고 싶지만 사실은 아직도 너무 서툴고 실수하고 후회하고 불안해하고, 그러나 이 모든 시간들이 쌓여야지만 그 시간을 딛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이건 준영 뿐만 아니라 이 극 속에서 성장할 캐릭터 모두에게 적용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차가운 말들을 하는 어른들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맞는 말을 아프게 하더라고요.
▲ 이 극의 주인공들이 아직 사회를 경험해보지 못한, 경계에 서 있는 29살 청춘들이기 때문에 이미 사회에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어른들이 해주는 아픈 말들, 차가운 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의 대사는 주인공들이 지금껏 음악이라는 한 가지만 바라보며 달려오는 동안에는 몰랐던 현실, 혹은 알지만 외면해왔던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어른들은 이 드라마에서는 조연일지 몰라도 다 각자의 삶에서는 각자의 가치관을 좇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이고 그들의 가치관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옳은 가치관일 것입니다. 주인공들이 이 시기를 넘기고 사회로 나가게 되면 이 어른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다양한 가치관들과 부딪히며 살아가게 될 것이기에 이 분들의 차갑고 현실적인 대사는 주인공들이 진짜 사회로 나가기 직전에 미리 맞는 예방주사라고 생각해봐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문숙이 준영에게 하는 아픈 말들은, 약지 못하고 부채감에 짓눌려 살고 있는 준영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러 상처를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가 드라마의 매력을 배가 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한다면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가장 많이 쓴 지문이 초반에는 ‘어색하다’이고 전체적으로는 ‘마음이 복잡하다’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이 예민하고 섬세한 인물들이다 보니 극 중 어느 한 장면에서 단순한 한 가지 감정만 갖고 있는 순간들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주인공들의 마음을 눈빛과 미세한 얼굴 표정, 손끝과 심지어 뒷모습으로도 그대로 살려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님의 연출에 매 순간 감탄하고 있습니다. 극 중 대사를 살짝 빌려오자면 “(왕)팬이예요.”이고 “좋아해요, 좋아한다구요, 좋아해, 좋아해요(느낌표 n개를 꼭 붙여서요)”입니다!
- 마지막으로 후반부로 접어든 브람스의 관전 포인트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 이 드라마는 인물들이 혼란과 불안 속에서 흔들리다가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아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흔들림의 시간이 아름다운 무지개빛은 아니겠지만 이 시간을 거쳐 자신의 마음과 모습을 마주하고 포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극 전반부는 지금껏 자신이 공고히 믿어오고 지켜온 세계가 깨져나가면서 당황하고 어떻게든 다시 봉합해보려 다급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후반부는 모두가 처음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처음 겪는 상황 속에서 서툴게 서로 부딪히고 상처주고 아파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보여질 것입니다. 남은 회차 동안 이들이 어떠한 일들을 겪으며 어떻게 각자의 행복을 찾아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가게 될지 함께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 뉴스엔 10월5일
Q : 제목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정한 이유는?
A : 브람스와 슈만, 클라라의 삼각 관계를 염두에 두어서다. 브람스는 친구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 음악가들의 러브 스토리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인데다, 타인이나 어떤 대상(음악)을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세 사람이 떠올랐다.
Q : 주인공 채송아는 경영학과를 나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늦깎이 음대생으로 진학한 인물이다. 바이올린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작가와 비슷한데, 본인의 분신 같은 페르소나일까?
A : 송아를 늦깎이 음대생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언가를 좋아해서 잘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재능이 받쳐주지 않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바이올린을 두고 송아와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없다. 연주보다 일을 하고 싶다고 일찍 결정했고, 진로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진 채 대학시절 내내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채송아와 나의 비슷한 점이라면 선택을 존중하고 기다려준 가족이 있다는 정도다.
Q : 대본에 등장하는 각종 에피소드들이 생생해 화제가 됐다. 실제 경험인가. 또, 천재 피아니스트 박준영은 염두에 둔 모델이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일각에선 조성진·김선욱 등이 거론된다.
A : 경험이라고 한다면 대학시절 여러 곳에서 인턴을 하며 만났던 좋은 상사와 동료들을 생각하며 만든 차영인 팀장(서정연)이다. 그 시절 일터에서 만난 분들은 지금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주고 있는데, 당시 좋은 상사분들을 많이 만났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업을 하면서 과거 음악을 했던 시절을 찬찬히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작품 내용은 대부분 픽션이고, 박준영 역시 염두에 둔 모델은 없다. 이 작품은 악보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 묵묵히 평생 동안 연습하며 살아가는 음악가들들 대한 나의 소박한 헌사다.
Q : 드라마에서 거의 매회 배우들의 연주가 등장한다. 실제 전공자로서 이들의 연주 실력을 평가하자면?
A : 배우들의 악기 연주에 대한 칭찬은 16회짜리 미니시리즈 대본 분량만큼 쓸 수 있다. 아무래도 내가 전공자이기 때문에 클래식 연주 장면에서 배우들의 어색한 연주 연기가 보이곤 했다. 그런데 '브람스를…'의 배우들이 보여준 연주는 실제 연주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극 중 등장하는 곡들이 결코 쉽지 않은데, 내 주변의 전공자들도 연주를 보고 많이 놀라고 있다. 실제 연주자의 몸에 CG로 얼굴을 따다 붙인 거냐고 묻는 연주자들도 있다. 캐스팅 직후 첫 미팅때부터 배우들이 악기 연습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보여줘 신뢰가 있었고 실제로 캐스팅 직후 열정적으로 연습했다.
Q : 극 중 인물들의 심리를 클래식 연주곡들로 풀어내는 대목들이 인상적이다. 김민재가 연주하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도 큰 화제다.
A : 곡의 분위기나 구성, 작곡 배경 등이 해당 장면과 잘 맞아떨어지는지가 선곡의 최우선 순위다. 예를 들어 페이지터너(연주자 대신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인 송아와 피아노 연주자인 준영의 손이 부딪히게 된다. 여기서 선곡한 라벨의 '치간느'는 바이올린이 피아노 반주 없이 독주로 3분 30초를 먼저 연주한다. 그동안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던 준영이 악보를 넘기려고 하다가 두 사람의 손이 부딪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선곡의 목적이었다. 또, 정경(바이올린)과 현호(첼로)·준영(피아노)이 트리오 연습을 하다가 준영과 정경의 갈등으로 연습이 중단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세 사람이 연습하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은 첼로와 피아노가 함께 시작하고 바이올린이 조금 후에 합류하는 구성이다. 이들의 삼각관계 상황과 맞았기 때문에 선곡했다. 등장인물이 연습하는 장면에서 한두 번씩 짧게 나오는 곡들은 대부분 배우들이 선곡한 곡이다. 짧은 장면이라도 각자 좋아하는 곡을 연습해 시청자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Q :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A : 2018년 SBS문화재단 극본공모 2부작 부문에서 최우수로 당선됐고, 지난 1년 동안 2부작 드라마 두 편('17세의 조건', '외출')을 방송했다. 작가가 되기 전에 ‘드라마 작가는 혼자 글 쓰며 혼자 일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정말 그렇다. 혼자 생각하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분들, 특히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설득하며 함께 방향을 잡아가는 시간도 적지 않다. 회사에 다니는 것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직업이다.
출처 : 중앙일보 10월6일
"활자로 종이에 쓴 세계가 영상으로 생생히 살아나는 것을 보는 느낌은 정말 신기하고 신비로웠다"며 "아름답고 애틋한 세계를 만들어내신 감독님과 배우분들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고마움을 느낀다. 드라마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도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전체적으로 잔잔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주인공들은 각자 가득 차 넘칠 것 같은 감정들을 품고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어요. 컵에 물을 가득 담으면 표면장력 때문에 표면이 볼록하게 담기게 되는데, 평온해 보이지만 살짝 건드리거나 한 방울만 물을 더 붓게 되면 바로 넘치죠."
"두 사람 모두 첫눈에 반해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짝사랑이 있는 상태로 처음 만나 안면을 트고 점차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이기에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또 두 주인공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믿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1순위 조건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류 작가는 "송아는 주인공 중 제일 평범해 보이고 조용하지만 내면이 가장 단단하다. 하지만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절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잠식되는데, 그런 상태에서 연애도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며 "나를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건 바로 자신이고, 자기중심이 먼저 단단하게 잡혀야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자로 산다는 건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준영은 늘 자기 자신보다 타인의 만족을 우선순위로 두며 연주하는 삶을 살아온 인물"이라며 "준영이 자기 자신을 오롯이 믿고 자기 마음을 따라가는 연주를 하게 되는 결말을 통해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 모두 엄청난 노력을 들여 악기를 연습했어요. 두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큰 신뢰를 느껴 사실 걱정은 하지 않았죠. 연주 연기 영상을 처음 봤을 땐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어요. 제 주변의 프로 연주자들도 드라마를 보고 놀라서 연락이 많이 왔는데, 실제 음대생을 캐스팅해 촬영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였죠."
류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송아의 졸업연주회 곡인 브람스의 '스케르초'와 준영이 졸업연주회에서 연주하는 슈만의 '헌정'(리스트의 피아노 편곡 버전)을 꼽았다.
"송아의 졸업연주회 곡으로 브람스의 다른 바이올린 소나타를 고를 수도 있었지만, 이 소나타 자체가 슈만과 브람스가 함께 작곡하고 클라라의 피아노 반주로 처음 연주된 곡이라는 의미가 있기에 송아와 준영이 같이 연주하는 곡으로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F-A-E'라는 제목('자유롭고 고독하게' 독일어 문구의 머리글자)과 송아의 마지막 내레이션('자유롭고 행복하게')이 맞물려 드라마의 키워드인 '행복'을 말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스케르초'는 브람스와 슈만, 다른 작곡가 한 명이 악장별로 나눠 공동 작곡한 'F-A-E' 소나타에서 브람스가 작곡한 악장이다.
"송아에게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네며 송아의 마음에 스며들었던 준영이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음악으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곡했어요. 드라마 작업 전부터 이 곡을 무척 좋아했는데, 제가 매우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씨의 연주 음원으로 방송에 나갈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게 여겨져요."
'클래식 멜로'를 선사한 류보리 작가가 현실 속 또다른 송아와 준영 같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전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꿈꾸고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일단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설사 실패했다 하더라도 너무 큰 상처를 받고 지난 시간을 모두 허무하게 여기진 않았으면 해요. 결과를 떠나서 후회 없이 꿈꾸고 사랑해 본 사람만이, 그렇게 사랑해본 내 자신을 스스로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사람만이 다음에 만날 또다른 꿈과 사랑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 뉴시스 10월21일
류보리 작가는 이 같은 호평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준비하는 동안, 이 극이 조금은 낯선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영민 감독과 함께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해보자, 그러면 알아봐주실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하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랬기 때문에 드라마가 사랑을 받은 것이 더욱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류보리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와 채송아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라고 답했다.
“저는 음대 시절을 좋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지만 연습실 밖의 세상에 관심이 많았기에 음악이 아닌 길을 일찍 선택했어요. 또 초반에는 클래식 업계에서 일을 했지만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다른 일을 한 시기가 더 길기도 해요. 극 중에 제 경험담이 녹아난 것은 제가 클래식 쪽 일을 시작했을 때 만났던 좋은 상사들을 차영인(서정연 역) 캐릭터에 많이 녹이려고 한 것 정도일 것 같아요.”(웃음)
전공자가 보기에 배우들의 악기 연주 실력이 어땠냐고 물으니, 류 작가는 “실제 연주자들을 섭외해온 것처럼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라고 극찬했다.
“악기를 조금 다뤄본 적이 있는 배우들도 있고 완전히 처음인 배우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각 배우들과 첫 미팅을 하고 나서는 연주에 대한 불안감은 하나도 들지 않았죠. 제 주변의 프로 연주자들도 방송을 보고 깜짝 놀라서 연락을 줬을 정도라니까요. 정말 최고였다는 말 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어요.”
출처 : 매일경제 10월24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는 강한 서사를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아버지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공연마다 긴장 속에서 남을 위한 연주를 해야 했던 피아니스트 박준영. 어렸을 때 신동으로 각광받던 천재 바이올린리스트였지만,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재능을 잃어버린 이정경까지. 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두 명보다 약한 서사를 가진 채송아다. 류보리 작가는 채송아를 왜 주인공으로 선택했고, 이 캐릭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드라마틱한 전사나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들이 조금은 익숙한 주인공의 설정이겠지만, 바이올린이라는 꿈에 대한 채송아의 열정과 사랑도 그 어떤 드라마적 서사 못지않게 소중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삶과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주인공들에 비해 평범해 보이는 채송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며 ‘우리 모두는 각자 삶의 주인공이고, 내 삶을 내가 이끌어갈 때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따로 만났을 때부터 박은빈, 김민재의 로맨스 케미가 크게 기대됐는데, 대본 리딩 때 확신했다”라고 말문을 연 류보리 작가는 “두 캐릭터 모두 처음부터 불같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말로 표현하는 성격들이 아니지 않나. 그러다 보니 두 배우의 눈빛과 얼굴 표정에서 많은 것이 드러나야 하는데,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로맨스 케미를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해 줬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를 디테일한 연기로 소화해 낸 것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류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은빈, 김민재 배우의 연기에 감탄했다. 딱 떨어지는 한 가지 감정을 느끼는 신보다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장면들이 많고,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하거나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는 장면이 많았다. 박은빈, 김민재라는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캐릭터를 누가 소화했을지)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작품 속 모든 캐릭터가 사랑받은 것은 아니다. 극중 이정경은 채송아♥박준영 커플 사이를 거짓말로 찢어 놓거나,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박준영 부친에게 돈을 보낸 사실로 박준영의 발목을 잡는 등의 행동으로 일부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류 작가는 “이정경이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중학교 시절에 마음이 머물러 있는 캐릭터이지 않나. 나름대로의 평온했던 일상이 깨지기 시작하며 당황해 벌이는 행동들이 모든 분들께 이해받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박지현 배우가 훌륭한 연기로 많은 부분을 채워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류 작가는 “감독님과 배우들, 현장과 오피스의 스태프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일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린 감사한 시간이었다. 모두 함께 만든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에도 모든 제작진의 마음과 노력이 잘 와닿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 힘들고 심란한 일들이 많았던 2020년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출처 : 매일경제 10월24일
류보리 작가는 "작품이 사랑받으니 물론 제 자신도 기뻤지만 덕분에 제작진과 배우분들이 현장에서 더 즐겁게 힘내서 일하실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기뻤다"며 드라마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류 작가는 실제로 클래식을 전공했기 때문에 드라마 집필에 어려운 지점도 있었던 지점이 있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전공을 했기 때문에 악기나 음악의 선곡 관련된 부분에서 자료조사나 고증이 용이했던 부분은 있었지만 어둡고 불편한 현실이 등장하다보니 혹시라도 관련되신 분들께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어디나 어둡고 불합리한 것들이 있고 많은 드라마가 그런 것들을 다루고 있지만, 제가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가 혹시라도 제가 실제로 겪은 일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러웠다. 제 음대 시절을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주신 선생님들, 친구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음악 학도들의 이야기와 주인공들의 멜로 위주로 사건이 전개되다보니 다소 느린 전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는 이를 '슬로푸드' 같은 매력으로 표현하겠지만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일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는 게 사실이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걱정은 따로 없었을까.
그는 이에 대해서는 "미묘한 감정을 켜켜히 쌓는 전개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반대로 이런 점이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같이 작품을 준비한 감독님이나 제작사에서도 믿어주셨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며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과 제작사에 감사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신경을 쓰지 않은 장면이 있을까 싶지만 그런 그에게도 유독 신경을 썼던 장면들은 있었을 듯 싶었다. 류 작가는 이런 질문이 나오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 마음 속에 징검다리 돌을 놓듯이 단단히 새겨두었던 장면들이 세 신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1회에서 송아가 예술의전당 스테이지 도어의 작은 창문을 통해 무대를 내다보는 신, 3회에서 서울시향 공연 직후 같은 장소에서 송아가 빈 무대와 무대 오케스트라 의자(서령대 공연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자기가 앉아서 연주했을 맨 뒷자리)를 바라보지만 무대의 경계선을 차마 넘어가 보지 못하는 신, 16회 엔딩에서 송아가 같은 장소의 무대경계선을 넘어 밝은 빛을 향해 걸어나가는 신이다"라고 의미 있었던 신들을 하나하나씩 설명했다.
"이 세 신 외 작업 기간 내내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준영이 송아에게 피아노로 위로를 건네는 3회 엔딩이다. 음악과 현실 사이에서 상처받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큰 보폭으로 급진전이 이루어지는 장면이기도 하고, 송아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준영의 마음과 해당 신의 송아 내레이션을 통해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께도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출처 : 헤럴드POP 10월25일
류보리 작가는 드라마 속 청춘에 대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뚜렷한 목표를 향해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인물들이 아니다. 학교와 사회의 경계에서 잠깐 멈춰 서서 앞으로 걸어갈 길을 찾기 위해 시간을 갖는 청춘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방황하는 시기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혀 그때까지의 꿈을 접게 되더라도, 일단 그때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가 적게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기준은, 어떤 정량적인 지표로 따지거나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알지 않을까."
그러면서 이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대해 "길을 빨리 찾고 곧장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고 처음부터 잘해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남들에게 뒤쳐졌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내지 않았으면 한다.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사랑하고 노력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며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미래의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는다. 미래는 과거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지 않나"라고 덧붙여 눈길을 모았다.
박준영과 채송아, 더 나아가 한현호(김성철 분), 이정경(박지현 분)까지, 이들은 성장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나갔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성장사를 써나갔던 것.
류 작가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 드라마에 부제가 있다면 '행복을 찾아서'일 것이라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 생각에 '행복을 찾는 길'은 매 순간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내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 불완전하고 부족하지만,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어떤 타인도 나를 소중하게 여길 수 없는 것 같다. 나의 중심이 단단하게 잡혀 있어야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인가를 혹은 타인을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에 클래식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클래식 음악도 말 그대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것들이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악보에 쓰여진 음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사랑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람스의 사랑을 생각해보면 클라라를 향한 평생의 짝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브람스가 실패자인가, 불행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살아가는 동안 진심으로 사랑할 대상을 찾았고 그 사랑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생각하고 싶기에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엮게 됐다
류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제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간 우리 주인공들은 앞으로 행복하게, 때로는 또 상처받고 슬픈 일도 생기겠지만 결국에는 또 자기 삶을 단단하게 잘 살아나갈 아이들이다. 16회 후 주인공들의 앞날은 시청자분들의 상상에 맡겨드리고 싶다"고 캐릭터들의 앞날을 응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출처 : 헤럴드POP 10월25일
- ‘기획의도’를 보고 채송아와 박준영의 새드 엔딩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이나 박준영은 송아에게 동일한 무게감의, 겹치는 게 많은 대상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추측을 했던 것 같고요. 새드 엔딩이나 열린 결말이 아닌 ‘꽉 닫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를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스토리를 처음 구상했을 때부터 음대생 채송아(박은빈)는 바이올린을 잘 보내주고 앞날을 향해 자기 스스로의 걸음을 내딛는 결말이었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은 송아로 인해 자신을 15년간 짓누르던 부채감과 연민이 뒤섞인 시간과 작별하고 브람스를 연주하게 되는, 즉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음악을 하게 되는 성장을 이루는 결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송아와 준영 뿐만 아니라 결국 이 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오랫동안 마음을 쏟았던 대상을 잘 떠나보내면서 내적인 성장을 이루고, 행복을 찾아가기 때문에 현재의 엔딩 외의 엔딩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 지난해 단막극 ‘17세의 조건’에서는 17살 고교 2학년 주인공의 성장통을 다뤘습니다. 올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29세 청년의 성장통이 키워드입니다. 아이와 어른, 20대와 30대 경계에 선 인물들의 성장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 저는 명확한 목표(주로 외적인 목표)를 이미 가지고 있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맹렬히 달려가는 주인공들보다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 알지 못하는 인물들과 그 감정에 마음이 쓰입니다. ‘17세의 조건’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아이와 어른의 경계였던 17세,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였던 29세를 각각 설정한 이유는 이들이 그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통과해 나가면서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통과의 과정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자신들의 힘으로 그 시간을 통과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보고싶었기 때문에 성장물을 연달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 조영민 PD와 연이어 작업했을 때는 그분의 특장점을 높이 사서일 텐대요.
▲ 조영민 감독님과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감독님도 연출 입봉 전이었기 때문에 영상적인 면에서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이 어떠한 분이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드라마를 하고자 하는 분인지 알게 되자 무조건적인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적으로 정말 따뜻하고 좋은 분이라 작업기간 내내 늘 존중과 신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하는 과정, 같이 일하는 사람이 결과물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감독님이 연출하신 영상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좋은 인품을 가진 분과 첫 단막극과 첫 장편 드라마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 장편 드라마 데뷔작으로 본인이 익히 잘 아는 분야를 건져올린 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슈만-클라라-브람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히 제목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지은 이유도. 중장년 세대에겐 프랑스 작가 사강의 소설 제목으로 친숙하지만 내용은 확연히 달라서.
▲ 이 작품은 제가 SBS문화재단 극본공모전에서 당선이 되고, SBS에서 인턴작가 과정을 시작했을 때 미니시리즈 과제로 처음 썼던 작품입니다. 슈만-클라라-브람스의 러브스토리는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이야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혹은 타인을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브람스가 생각났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준비했을 때 가제는 다른 것이었는데 이 셋의 이야기를 녹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자 사강의 소설 제목이 떠올라서 차용하게 됐습니다.
사강의 소설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 제목에 이 드라마의 모든 것, 즉 결과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 시간이 나를 가치있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람스가 그의 짝사랑을 결과적으로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브람스의 삶이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할 대상을 찾았고,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 소재는 드라마로서 접근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편견이 강했습니다. 실제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문턱 높다는 생각이 많으니까요.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과 같은 ‘연기신’이 극을 주도하든 음악계 내 권력암투와 같은 자극적 스토리텔링이 있지 않는 한 제작되기도 쉽지 않았던 것 같고요. 그런데 잔잔한 청춘 로맨스, 성장담과 함께한 클래식 음악드라마를 신인 작가로서 내놓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 클래식 소재 드라마라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청각적으로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더해지면 더 강한 흡입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이나 제작사에서도 대본을 처음 보셨을 때 소재의 낮은 대중성에 대한 우려는 전혀 하지 않아주셔서 저도 그런 걱정 없이 대본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이라는 외피를 썼지만 이 이야기의 본질은 청춘들의 꿈과 사랑, 성장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클래식이 그저 겉소재로서만 머물기는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꿈과 사랑에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녹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시청자분들이 그 점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 기존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주자 캐릭터, 연주 연기를 이토록 해낸 배우를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박은빈-김민재 배우가 향후 이런 소재 작품의 액팅에 있어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합니다. 연기에 그 어렵다는 연주까지 해낸 두 배우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 두 배우의 연기와 연주에 대한 것은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합니다. 배우들이 첫 미팅 때 ‘연주 부분을 정말 확실히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순간에 바로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종종 배우들과 악기 연주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촬영 스탭들로부터 연주 장면의 촬영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의 믿음은 확신이 됐고, 방송을 보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주변 전공자들이 모두 감탄했을 정도입니다.
연주 연기 뿐만 아니라 두 배우의 캐릭터 해석도 정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제 나름대로 인물들을 상상하며 쓰기 시작했던 대본이지만 이 캐릭터들이 박은빈-김민재라는 배우를 만난 덕분에 송아와 준영이 실제 인물들처럼 느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 연기 뿐만 아니라 두 배우가 각자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의 느낌을 완벽하게 내기 위해 정말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실제 연주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아우라가 화면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박은빈 김민재 배우 뿐 아니라 김성철 박지현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살아 숨쉬는 음악가가 되어준 배우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출처 : 싱글리스트 10월26일
- 본인의 학력 및 이력 때문에 '서령대 경영학과 졸업→음대 입학' 채송아(박은빈)를 두고 자전적 캐릭터란 유추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중략) 송아는 저를 닮은 캐릭터가 아니라 제가 닮고 싶은 이상형에 가깝습니다.
- 바로크 시대 바흐부터 낭만파 쇼팽·슈만·브람스, 현대 라흐마니노프·프랑크에 이르기까지 유명하거나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곡을 했나요. 더불어 자신이 너무 잘 아는 분야를 손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도 궁금합니다.
▲ 드라마의 스토리나 상황과 관련있는 곡들로 골랐고, 친숙한 유명 레퍼토리와 조금은 낯선 레퍼토리를 적절히 분배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선곡 이유를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녹여야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가장 적절한 설명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송아의 졸업연주회 곡으로 브람스의 ‘F-A-E 소나타’(스케르초 악장)를 선곡한 이유는 15회 송아가 준영에게 하는 말과 엔딩 나레이션(F-A-F)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준영의 졸업연주회 앙코르 곡인 리스트 편곡 슈만 ‘헌정’의 가사는 꼭 시청자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방법을 고민하다가 준영이 가사지를 인쇄해 옆에 두고 연습하는 장면으로 썼습니다. 준영이 앞서 이별 통보를 한 송아에게 용기내어 “사랑한다”고 고백한 뒤 “시간이 좀 필요하다.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는 송아를 묵묵히 기다리며 어떤 마음으로 ‘헌정’을 연습했는지도 영상으로 함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 스스로 만족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자칫하면 ‘클래식 길라잡이 ABC’같은 교육 영상물이 될 수 있어 이런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또 극중 임팩트 있게 등장하는 연주자들의 습관이나 특징을 사전에 자연스럽게 녹여놓는 것도 필요했는데(예를 들어 현악기 연주자들이 오른손 약지에 반지를 끼는 것을 사전에 미리 깔아둬야 16회에서 준영이 송아의 오른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신에서 그 의미가 추가 설명없이 한 번에 전달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지거나 지나친 복선으로 느껴지지 않게, 혹은 지루한 설명처럼 느껴지지 않게 녹이는 것이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재밌었습니다.
- 송아의 내레이션으로 극 전개가 이뤄졌고, 함축적인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인상적인 내레이션과 대사를 꼽아준다면?
▲ 3회 엔딩에서 준영의 피아노 선율로 위로받은 송아의 내레이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알 수 있었다.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넨 이 사람 때문에, 언젠가 내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상처받고 또 상처받으면서도 계속 사랑할 것임을…그날, 알았다”.
이 장면은 송아와 준영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이 내레이션은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기 때문에 16회 엔딩 장면에서도 변형해 사용했습니다. 또 15회 엔딩에서 송아가 ‘F-A-F’라는 문구에 대해 말하는 내레이션도 많이 신경써서 기억에 남습니다.
- 나문숙(예수정) 이사장 추모음악회에서 준영(김민재)-현호(김성철)-정경(박지현)의 슬픈 선율의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협연 신도 화제가 됐습니다.
▲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은 제가 모든 클래식 음악들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정말 사랑하는 곡이기 때문에 피아노 트리오 장면을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린 곡입니다. 유명한 곡이지만 대중성 측면에서는 아마도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이 가장 유명한 곡이고 그래서 잠시 고민했지만 조금은 덜 친숙하더라도 제가 정말 사랑하는 곡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다행히 이 멘델스존 트리오 1번의 1악장이 바이올린과 첼로가 서로를 맴돌거나 함께 유니즌으로 연주하고, 피아노가 두 악기를 받쳐주는 느낌이기 때문에 준영-정경-현호의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최종 선곡하게 됐습니다.
- 최근 만났던 젊은 피아니스트, 지휘자 모두 '브람스'의 “음악이 위로해줄 수 있을까”란 극중 대사를 거론하더라고요. 코로나 시대를 맞은 음악가들에게 더욱 특별한 화두로 떠오른 것 같아요. 이 테마에 천착하게 된 이유가 뭔지요.
▲이 드라마는 작년 초에 본격적으로 대본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코로나 시대를 예측하고 ‘음악이 가진 위로의 힘’이라는 테마를 넣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악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봐주시고 그 대사에 대해 생각해 주셨다니 기쁩니다.
이 드라마를 쓰기 훨씬 오래 전부터 제 나름대로, 기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음악(예술)이 무슨 필요가 있고 소용이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아 힘든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상황에서 음악을 사랑했고 관련 일을 했던 제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답이 필요했거든요.
당시에는 답을 얻지 못해 오래 번민했는데 오랜 생각과 여러가지 경험 끝에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예술이 당장 나의 배고픔을 채워주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마음에 다가오고 위로를 건네준다면 언젠가 다시 힘든 시기가 또 찾아왔을 때 그 위로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예술의 힘일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예술의 존재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결론을 내렸기에 3회에서 송아의 입을 빌어 "음악을 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적어도 그렇게 믿어야 하지 않을까"란 대사를 넣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자신이 믿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대신 믿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 드라마도 시청자분들께 단순히 시청하는 순간의 재미 외에 감히 조금의 위로라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주인공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아 그때 내가 그렇게 위로를 받았지’ 하고 한번 더 힘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야심찬 소망이 있었습니다.
- 다른 일을 하다가 드라마 작가로 업을 바꿨습니다. 왜 작가에 도전하게 된 건가요. 무엇을 성취하고 싶으신지요.
▲ 클래식업계를 떠나 다른 회사를 다니며 일 자체는 즐겁게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즐거움과 재미, 성취는 느꼈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지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드라마 작법 교육기관을 알게 됐고,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힐링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거창하지만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작가가 되어 ‘좋은’ 드라마를 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라마는 TV만 켜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매체니까요.
그 후 전혀 예상치 못하게 극본 공모전에 당선돼 드라마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작가로서 성취하고 싶은 것은, 제가 처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 그대로 ‘좋은’ 드라마를 쓰는 것입니다. 그 ‘좋은’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찾는 게 제가 작가로서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야할 화두입니다.
출처 : 싱글리스트 10월26일
류 작가는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음악인 클래식을 통해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묵묵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 “오랫동안 진심으로 마음을 줬던 대상과 잘 이별하며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가는 이야기에 브람스만큼 적절한 인물은 없다고 봤다”
Q. 박은빈, 김민재 등의 배우를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같이 일하면서 호흡은 어땠나?
이 작품은 미묘한 감정으로 움직이고 표현하는 장면이 많아 무엇보다도 연기력이 훌륭한 배우와 함께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여러 번 나눴었다. 박은빈, 김민재 등의 배우가 캐스팅되었을 때 정말 기뻤다. 악기 연주도 배우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주 큰 믿음이 가서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일부 연주 장면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많은 부분을 배우가 직접 소화했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한 배우들 덕분에 내 주변의 실제 연주자들이 방송을 보고 놀라 연락해올 때마다 브람스의 배우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Q.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극의 긴장을 불러오는 소재였다. 특별히 이 곡에 사연을 불어넣은 이유는?
준영의 사랑과 연민과 부채감이 뒤섞인 15년을 상징하는 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브람스-슈만-클라라를 생각하다가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을 떠올렸다. 정경의 이름을 이 곡에서 가져왔고 ‘어린이의 정경’ 중 가장 유명한 악장이자 ‘꿈’ 이라는 뜻을 지닌 ‘트로이메라이’를 골랐다. 이 드라마는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Q. 준영과 송아는 실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서로의 가치관 등 닮은 지점이 많아보인다.
송아와 준영 모두 오랜 짝사랑을 꾹꾹 눌러담았던 사람들이고, 또 천성적으로 남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자신의 힘들고 어려운 속내를 타인과 나누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사람이 단숨에 바뀔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송아와 준영은 서로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지만 아직 자신의 못나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연인과 나눌 수 없는 단계인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이 서로의 속내를 솔직히 나누기에는 주변의 상황이 그들을 막고 있기도 하다. 이런 두 사람이 주변 상황과 각자의 내적인 문제 때문에 의도치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지만 결국에는 조금씩 성장해나가며 서로 치유하고 사랑하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Q. 실제로 좋아하는 음악인을 꼽자면?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조성진이다. 손열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굉장한 문학적 재능도 겸비한 연주자다. 20년 전에 처음 연주를 보고 한 눈에 반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음악과 모든 것에 점점 더 반하는 중이다. 손열음의 슈만 연주를 특히 좋아하는데, 드라마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쓰이는 슈만의 ‘헌정’의 음원 녹음 부탁을 흔쾌히 들어줘 정말로 행복했다.
조성진이 연주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리스트의 B단조 소나타가 담긴 음반은 작업 중 쉴 때마다 자주 듣는 노동요(?)였다. 특히 ‘방랑자 환상곡’은 코로나 이전에 산책할 때마다 늘 듣곤 했다. 피아노 음악을 통해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주다. 이 두 연주자의 음악에서 큰 감동을 받았고 ‘음악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 곱씹어보게 됐다.
Q. 브람스 이후 차기작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고 싶은가.
아직 차기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못했지만 평소 사람들간의 연대에 관심이 많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매일 인류애를 잃게 만드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우리가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가 그렇게 세상에 조금이라도 위안과 보탬이 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다.
출처 : 스포츠서울 10월27일
류 작가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진실되게 사랑한 시간은 결과를 떠나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펼쳐냈다
1. 클래식을 전공하고 이후 관련 업계에서 근무한 이력이 드라마 방송 이후 화제가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출퇴근길마다 지나다니던 건물에 드라마 작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는 곳을 알고 궁금증에 등록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드라마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등록을 했습니다.
그런데 큰 재미와 저 스스로 힐링이 되는 것을 느꼈고, 그즈음 제가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매우 추상적이고 거창한 말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좋은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드라마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SBS 문화재단에서 인턴 작가를 할 때 미니시리즈 과제로 낸 작품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고, 조영민 PD가 당시 시놉시스와 1, 2부 대본을 보고 같이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어디서 왔나요.
평소에 저는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놓고 추구하는 사람들보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어쩌면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인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인물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 미니시리즈 습작이었기 때문에 평소 제가 좋아하는 것들, 저의 마음이 쓰이는 상황이나 감정들,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들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소중히 간직한 주인공 채송아를 화자로 세웠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에 방점을 찍고 채송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요.
다른 인물들은 드라마틱한 전사나 트라우마가 있지만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인물의 '무엇인가를 진실되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마음'도 그런 서사만큼이나 소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꿈과 현실, 사랑과 노력, 한계와 수용, 이별 등의 키워드를 쭉 정리해보니 '좋아하는 마음'이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 키워드로 잡혔습니다.
결국 이 드라마를 통해, 진실되게 사랑한 시간은 결과를 떠나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내면이 단단하고 강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고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스스로 가장 먼저 일어서는 인물이자, 화려해 보이고 강해 보였지만 사실은 약했던 다른 이들을 일으켜줄 사람을 그리고 싶었기에 송아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게 되었습니다.
4.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어색해했던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로맨스도 있고,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관계의 균열도 있고, 각자 놓인 위치는 달라도 모두 재능과 꿈에 관해 고민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비중을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이 이야기는 로맨스지만 동시에 성장물이고, 딱 하나의 장르 카테고리를 골라야 한다면 '사랑'에 대한 성장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사랑'은 타인에 대한 연애적 감정의 사랑에 한정 지은 것이 아니라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사랑까지 포함하는 중의적 의미입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전개와 결말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고 꿈과 (연애적) 사랑이 투트랙으로 흘러가며 서로의 업다운을 상호보완해주는 전개가 아니라 중의적으로 함께 얽혀 평행노선에 가깝게 전개되기 때문에 낯설고 어렵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꿈에 대한 짝사랑'이라는 키워드는 내내 가져가되 초반에는 멜로에 조금 더 큰 비중을, 후반에는 성장에 좀 더 큰 비중을 두려고 했습니다.
5. 차분하고 정적으로 보이지만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잔잔마라맛 드라마'라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특히 어색함 속에서도 훅하고 다가오는 설렘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 같습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전적으로 감독님과 배우분들 덕분입니다. 대본 텍스트상에서 최대한 각 장면 공기의 밀도를 표현해보고자 하다 보니 대본에 '어색하다' '마음이 복잡하다'라는 지문과 함께 말줄임표를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저런 지문이나 말줄임표가 없어도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마가 뜨는' 시간을 설레게 잘 살려주셨겠지만, 대본을 쓰는 저는 그런 지문들과 말줄임표가 만들어내는 호흡을 느끼면서 대사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대본을 완성하면 그 해석은 전적으로 감독님과 배우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어색함과 설렘의 공기를 훨씬 생생하게, 훌륭히 살려주신 감독님과 배우분들께 다시 한번 찬사와 감사함을 보내고 싶습니다.
6. 중후반부, 특히 11~14회에는 등장인물들이 고난을 겪거나 갈등하는 것이 반복돼 다소 어두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회의 해피엔딩이 반가웠고, 특히 두 사람의 사진과 내레이션 덕분에 더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느꼈습니다. 해피엔딩이라는 큰 그림을 처음부터 짜 두셨던 건가요.
결말이 해피엔딩이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었는데, 그럴 때마다 '해피엔딩의 정의가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품은 각자 절실히 원하는 외적 목표를 모두 성취하는 결말은 아니었고 오히려 반대에 가까운 결말이었지만 인물들이 내적으로 단단해지면서 행복을 향해 걸어가며 성장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해피엔딩이 된 것 같습니다.
각 주인공의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회에서는 앞 회차들의 많은 장면들이 조금씩 변주되어 반복되는 장면을 많이 넣었는데, 이 드라마가 A라는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겪고 B가 되는 판타지는 아니지만 각자 성장했고 행복을 찾아간 A'가 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11월 2일
류보리 작가. 그는 '드라마 작가는 골방에서 혼자 글만 쓰는 직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직업'이란 말을 듣고 정확히 어떤 뜻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작업을 하면서 협업의 즐거움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이렇게까지 진심이라고?" 하며 놀라워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슈만의 곡 '트로이메라이'로 시작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크레센도 : 점점 크게'로 마침표를 찍었다. 드라마를 처음 쓸 때부터 송아의 16회 엔딩 장면을 생각해 두었다는 류 작가는, 마지막 회 대본에도 '크레센도'와 관련한 인사말을 남겼다.
류 작가는 특히 이 드라마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깊은 애정을 표현해 온 시청자 '단원'들에게 진심으로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7. 모두가 소중하겠지만 특히 아픈 손가락이었던 회차가 있나요. 꼽기 어려우시면 가장 후련하거나 기분 좋게 썼던 부분(장면 대사 상황 등)을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여러 개도 가능합니다.
15회와 16회의 모든 장면을 기분 좋고 후련하게 썼는데, 대본을 받으신 감독님과 여러 스태프분들, 배우분들이 연락을 주셨을 때 가장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쓰면서 가장 후련했던 장면은 16회 준영(김민재 분)과 엄마(김정영 분)의 대화("엄마, 이혼하세요. (중략) 엄마 나는요, 엄마가 엄마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와 16회 엔딩(송아가 밝은 조명의 무대로 걸어 나가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다 용서하고 포용하는 결말은 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란 준영과,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들이 어렵고 너무 오래 떨어져 지낸 엄마의 사이는 조금이나마 회복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송아(박은빈 분) 외에도 준영이 마음 기댈 곳이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했고 15년간 부모 때문에 마음고생 해온 준영을 조금은 토닥여주고 싶었거든요. 이 둘이 살가운 모자 관계가 되진 못하겠지만요.
그래서 준영의 졸업 연주회 후 엄마가 준영의 연주를 들으며 눈물이 났다는 말과 함께 "잘 지내. 행복하게"라는 말을 하게 하면서 준영의 마음을 건드리게 하고 싶었고 졸업식 후 준영과 엄마가 마주 앉아 대화 나누는 장면을 썼습니다. 이 장면을 쓰고 나자 준영에게 "준영아, 그동안 참 애썼다. 장하다"하고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 방송으로 본 김민재 배우의 표정 덕분에 준영의 지난 15년이 떠오르면서 준영이 더 애틋하고 안쓰럽게 느껴졌고, 이 장면을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아의 16회 엔딩은 이 드라마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했던 엔딩 장면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조금 지칠 때마다 16회 엔딩을 빨리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저에게는 소중한 장면이지만, 방송으로 본 송아의 엔딩 장면(무대로 걸어 나가는 순간 송아의 얼굴)은 박은빈 배우의 얼굴 덕분에 정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단단하게 앞으로 걸어 나가는 송아를 보니 마음이 찌르르하고 벅찼습니다.
가장 기분 좋게(?) 썼던 장면을 꼽자면 16회의 떡볶이 PPL인 것 같습니다. PPL이지만 자연스럽게 녹이고 싶어 대본을 쓰기 전에는 고민이 되었는데요, 이 장면에 꼭 들어가야 하는 광고 대사와 상황 설명을 듣자마자 어떻게 써야 할지 바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송아와 준영의 행복한 한 때를 보여주면서도 두 사람의 성장한 모습과 가까워진 관계(준영이 송아에 무조건 맞추려다가 결국 자신의 입맛을 고백하는 것)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 장면은 제가 써놓고도 송아와 준영이가 너무 귀여워서 감독님과 프로듀서에게 대본을 보낸 후에 "떡볶이 씬 저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여기 좋지 않으세요? 송아랑 준영이 귀엽지 않으세요?"하고 몇 번이고 '답정너'처럼 대답을 강요했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분들이 굉장히 잘 살려주신 덕분에 방송 보신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그 외에는 드라마 자체가 코믹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로 많이 진행이 되지만 디테일한 지문을 쓸 때 저는 늘 신이 나 있었습니다. 사실 극의 전개에 중요한 디테일들은 아니지만 브람스의 세계 속에서 꼭 챙기고 싶은 디테일들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이사장님의 장례식장에 들어온 조화 리본을 몇 개 써드렸을 때나(피아니스트 승지민 등), 식당이나 카페 장면의 메뉴를 정할 때(예를 들어 '난자완스'), '월간 피아노' 잡지 표지의 각종 기사 제목… 이런 디테일들을 만들 때 제가 브람스의 세계 속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늘 기분이 좋고 혼자 신이 났었는데, 제가 써드린 것 이상으로 디테일을 완벽하게 챙겨주신 제작진과 소품팀 덕분에 화면에서 그런 것들을 확인하며 더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8. 매회 음악 기호가 쓰이고, 음악도 등장인물의 사연과 얽혀 있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쓸 때부터 내심 시청자들이 발견해 주길 하고 바랐던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음악과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조연출 감독님과 소품팀, 미술팀분들이 리얼리티를 완벽하게 구현한 소품들을 만들어주셨는데, 화면에 비치지 않은 소품들이 정말 많고 화면에 나왔더라도 디테일이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은 것들이 많아 정말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수경(백지원 분)의 교수실에서 제자들의 스승의 날 기념 종이접기 작품이 화면에 나왔는데요. (수경의 책상 뒤에 있습니다) 이 종이접기 포스터에는 제자들의 메시지가 포스트잇으로 붙어있는데, 포스터가 화면에 가까이 잡힌 적도 없지만 소품팀에서 포스트잇 각각의 글씨체를 다 다르게 해서 정말 진짜 학생들이 만들어준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경후문화재단 로고가 있는 온갖 사무용품도 있고요.
주인공들의 악기 케이스도 모두 전공생들이 많이 쓰는 브랜드로 색상까지 캐릭터와 맞춰서 구매했고(해나는 빨간 케이스/정경의 경우에는 특히 더 비싼 케이스), 전공생이나 연주자들이 보통 활을 2개 이상 넣고 다닌다는 설정도 드라마 줄거리와 별 상관이 없지만 모두 디테일하게 챙겨주셨습니다.
화면에 나온 적 없는 명함도 다 만드셨고요. 음대 복도 게시판의 각종 공지사항과 포스터는, 제가 촬영장을 방문했을 때 보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진짜 음대 게시판'을 창조해 놓으셨습니다. 게시판이 한두 개도 아니었고 카메라에 전혀 잡히지 않았는데도요…
이런 소품들을 제작진만 알고 있어서 정말 아쉽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은 브람스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하기에 조연출 감독님과 소품팀, 미술팀에 정말 찬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화면에서 아웃 포커스되어 흐리게 잡히는 소품이나 배경을 보실 때 '(잘 안 보여도) 다 진짜다'라고 생각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9. 마지막 회 대본에 '여러분의 크레센도를 응원합니다'라고 쓰셨다고 하는데, 그 말을 적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종방연이 없어서 제가 브람스 팀의 모든 분들을 직접 뵙고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촬영장을 방문하긴 했지만 촬영장에서는 제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회 대본을 보내드리면서 이 작품에 많은 시간과 애정과 진심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브람스 팀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작가의 마음이 그러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본 마지막에 짧게 글을 적어서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을 적을까 고민하다가 16회 부제이기도 한 '크레센도' 대사(16회 영인의 대사: "내가 제일 작은 순간이 바꿔 말하면 크레센도가 시작되는 순간")가 떠올라 마지막 인사로 적게 되었습니다. 저 대사는 브람스 팀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회 대본을 보시고 여러 제작진과 배우분들이 연락을 주셨는데, 제 진심이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닿은 것 같아서 저도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1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만들었던 모든 이들과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 주세요.
드라마 작가는 골방에서 혼자 글만 쓰는 직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직업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리로는 이해했었지만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작업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에 참여해주신 '우리' 브람스 팀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 순간이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이렇게까지 진심이라고?" 하며 놀라워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분들과 즐겁게 작업했기에 그것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이미 이 드라마는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브람스 팀분들이 함께해주신 시간과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고 싶어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는데, 많이 부족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분들께도 예상치 못한 큰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브람스의 인물들을 아끼고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특히 '단원'분들께 진심으로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11월 2일
"결국 내가 나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브람스>는 어렵고 낯선 클래식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데다, 주인공이 성공하는 스토리가 아니라 무언가 포기하고 내려놓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느 드라마와 달랐다. 그러나 탄탄한 팬층을 형성한 <브람스>의 새로운 도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류 작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평소에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장애물을 뛰어넘어 달려가는 인물들보다 목표를 아직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혹은 목표는 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목적을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인물들과 그 감정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마음', '해도해도 되지 않는 것들'에서 '(오랜) 짝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좁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으로 좀더 구체화시키다가 클래식 음악을 떠올렸다.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것들이니까."
극 중에서 채송아(박은빈 분)는 명문 경영대를 졸업하고 뒤늦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늦깎이 음대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켰던 동기들에 치여 4년 내내 꼴찌를 면치 못했던 채송아는 모자란 시간과 재능의 한계를 알면서도 바이올린을 너무 사랑하기에 놓지 못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채송아의 모습을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보리 작가는 "송아가 바이올린이라는 오랜 짝사랑을 '힘겹지만 용기있게 보내'주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찾고 성장한다는 기획의도는 1회부터 16회까지 대본을 끌고간 중심축이었다"며 "바이올린을 향한 송아 마음의 진정성과 깊이의 측면에서 송아는 바이올린을 빠르게 놓을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드라마 최종회에서 채송아는 바이올린을 떠나보내고 클래식 공연 기획자로서의 길을 택한다. 1회에서 빛나는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채송아는 당당하게 무대 위로 걸어가며 엔딩을 맞이한다. 류 작가는 이 엔딩 장면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대본을 써왔다고 고백했다.
"송아가 여러 가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때문에 떠밀려서 바이올린을 포기하는 상황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송아는 여러 힘든 일을 겪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저는 송아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어떻게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16회 엔딩은 1회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마음에 그리고 있던 장면이었고, 그래서 중간중간 조금씩 (집필이) 힘에 부칠 때마다 이 엔딩 장면을 반드시 시청자분들께 잘 다가가게 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류보리 작가는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완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도 "이 극은 멜로인 동시에 청춘들의 성장물이기 때문에 준영은 완벽한 왕자님이 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작가는 준영의 성장에 대해서도 덧붙여 설명했다.
"준영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돌본 적 없이 부채감에 짓눌려 살아왔다. 타인을 위한 연주를 해오던 삶에서 결국 자신의 마음과 욕망을 들여다보게 되고,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한 연주보다 자신의 마음에 우선적으로 충실한 연주를 하게 되는 게 준영의 성장이었다. 이 변화를 요약한 문장을 작업실 화이트보드에 써놓고 매일 몇 번씩 읽었는데, 이것이 제가 준영에게 주고 싶은 행복이었다."
현실적이고도 입체적인 인물 설정뿐만 아니라, <브람스>는 교수들의 기싸움이나 체임버, 작은 선생 등 음대 세계를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더욱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류보리 작가의 이력 역시 덩달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류 작가는 앞서 여러 인터뷰를 통해 경험담을 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드라마 속 음대의 세계는 배경이 음대일 뿐, 사회 어느 곳을 잘라보아도 기성세대의 부조리함과 불합리, 권력의 암투 등은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속 사건들은 제가 겪거나 취재를 한 내용이 아닌데도 현실적이라 느껴지셨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더라. 한편으로는 드라마가 추구하고자 했던 사실같은 톤이 잘 표현되었나 싶어 좋기도 하다가도, 이런 어두운 면들을 현실적이라고 해주시는 부분에서 마음이 어두워지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판타지를 거의 배제하고 쓴 드라마라, 이런 기성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결말에서도 확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조금이나마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렇다면 이 사회가 느린 속도로라도 조금씩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이러한 드라마 속 디테일까지 고민 끝에 탄생한 <브람스>에서 류보리 작가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다름 아닌 주인공들의 부모에 관한 설정이었다고. 드라마에는 딸의 힘든 선택을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채송아의 부모부터, 늘 사고를 치느라 아들에게 빚만 얹어주는 박준영의 부모, 아내를 잃은 이후 애도 속에 사는 정경의 아버지 등 다양한 모습의 부모들이 등장한다.
"송아와 현호(김성철 분)가 준영이나 정경보다 단단한 아이들인 것은 분명 이 둘이 가정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이유가 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모로 대비되는 가족 상황을 설정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꼭 좋은 부모 밑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만이 밝고 단단하게 자라는가, 하면 그건 아니니까. 그래서 준영의 경우 차영인이라는 사람 덕분에 이만큼 바르고 심성 곱게 자란 것으로 설정했다. 극 중에서 그런 내용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어 류보리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TV드라마라는 대중매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편견을 조장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메시지가 들어가는 것은 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주변 인물들의 성별 설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브람스>의 주변인물들을 쓰면서 또 하나 제가 신경쓴 부분은 주변인물들의 성별이었다. 2회에 나오는 지휘자는 반드시 여성으로 하고 싶어 대본에 성별을 지정했다. 흔히 지휘자라고 하면 남성을 떠올리고 실제로도 (아직까지) 지휘는 남초 직업군이다. 하지만 분명 훌륭한 여성 지휘자들도 있고 점점 젊은 여성 지휘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잠깐 내한한 세계적인 지휘자'라는 설정이자 준영에게 인생의 화두를 던질 중요한 이 역할에게 꼭 여성의 성별을 주고 싶었다. TV 드라마라는 콘텐츠에서 여성 지휘자의 모습이 짧게라도 보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제가 드라마에서 여성 지휘자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예중 토크콘서트에서 아주 짧게 보이는 피아노 조율사도 여성으로 지정했다. 재단 이사장 문숙의 성별이 여성인 것도, 문숙-경선-정경으로 이어지는 여성 3대를 그리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 옛날에 남자 형제들을 제치고 그룹을 물려받아 회장 자리에 올랐던 여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도 크다. 이런 것들은 아주 작은 부분들이지만 제가 쓰는 작품이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미래를 향해'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늘 신경쓰고 의도하려 한다."
서른을 앞둔, 20대와 30대 그 경계에 선 인물들을 그린 <브람스>는 특히 또래의 청춘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거나, 피나는 노력 끝에 피아니스트가 됐지만 끝없는 경쟁 때문에 고통받는 등 클래식 음악 세계가 배경이지만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했다.
류보리 작가는 배우 윤찬영이 특별출연했던 피아니스트 승지민 캐릭터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승지민은 박준영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 1위를 차지하며, 앞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박준영의 입지를 약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류 작가는 "극 후반부에 김규희라는 (콩쿨에 우승한) 또다른 신예 피아니스트를 등장시킨 것도 그런 '끝없는 경쟁'의 맥락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끝없는 경쟁 상황에 놓여 있을 청춘들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저는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로만 판단되는 상황을 보면 참 슬플 때가 많다. 요즘은 늘 남과 경쟁, 비교를 당하며 살아가게 되고, 1등을 했다고 행복한 것도 한 순간일 만큼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시대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나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비교와 경쟁의 세상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것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거나 그런 것들을 외면하며 살아갈 순 없지만, 내가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찾고,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하는 나를 아낀다면 그 시간이 쌓여 결국에는 나의 미래를 이루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류 작가는 신인 작가 열풍에 대해선 "신인 작가건 경력 작가건 어떤 작품의 성공 이유에는 정말 많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성공'이라는 말의 뜻도 이제는 모두가 동의하는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다"며 조심스레 답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에서 공연예술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뉴욕 필하모닉 마케팅부와 소니뮤직 마케팅부에서 근무하는 등 류보리 작가는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를 다니며 일에서 재미와 성취는 느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좀 더 의미있는 삶을 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드라마 작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신인작가 대열 합류를 꿈꾸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에 대한 질문에, 류 작가는 드라마 속 채송아의 대사를 인용하며 진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드라마를 쓰시는 분들 모두 글을 쓰는 이유가 각자 다르고, 쓰고 싶은 글이나 상황도 모두 다를 것이라 뭔가 말씀드리기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브람스>에서 송아의 입을 빌려 말했던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면 우리는 음악을 하기로 선택했으니까요'라는 말은, 드라마를 쓰기로 선택한 제 스스로에게 늘 해주었던 말이기도 하고 지금도 계속 되뇌이는 말이다. 무엇을 하든 스스로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그 일을 선택한 이유나 그 일의 가치를 믿는 것이, 그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래야 혹시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힘내어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오마이뉴스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