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theqoo.net/dJfIL
처음 슈만 음반 사진을 보고 든 생각은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같잖아.검은 피아노에 잡아 먹힌 듯 생기 하나 없이 위태롭게 서 있네’ 였다. 내가 정경이 캐릭터를 태생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건 오페라의 유령 팬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야. (물론 뮤지컬 넘버는 사랑입니다♥️)유년기 학대로 인한 상처는 알겠는데 그냥 내가 그 상처를 인지했다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 가지고 크리스틴 납치하고 협박하고 꼬시고 거기에다가 사랑 프레임 씌우는 거 나한텐 와닿지 않아 (뮤지컬 속편 제목 러브네버다이즈 실화냐)
트로이메라이랑 아버지 빚 가지고 정경이가 패악 부리는데도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준영이가 마치 팬텀 최면에 걸린 크리스틴과 겹쳐 보였어
15화 그 일분 일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던 대기실에서까지 송아 입에서 트로이메라이가 나왔을 때 순간 탄식했지만 생각해 보면 송아에게도 그리고 유교수에게도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는 마음을 흔드는 걸 넘어서 인생을 흔든 연주가 맞아. 송아도 사랑과 바이올린에 대한 연약하고 좁아진 마음 탓에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가 자기에게 처음 건넸던 메세지를 잊고 있었지만 결국 자기에게 건네진 음악이라는 위로를 배타적, 독점적으로 끌어안은 게 아니라 다시 상대에게 돌려주며 마음을 따라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라고 전해주잖아. 피아노 그만 둔다는 준영이에게 마지막까지 재능이란 키워드를 앞세워 말하는 정경이와 달리 송아는 준영이가 정말 듣고 싶던 정답을 그대로 꽂아 줬다고 생각해.
음악, 소리는 어디 갇힌 게 아니라 파동을 타고 뻗어나가야 존재하듯 준영이가 송아에게 건넨 헌정을 듣고 눈물 나왔다고 준영이에게 말해주는 준영이 엄마의 모습에서 ‘음악은 결국 듣는 사람의 것’이라던 박준영 트로이메라이 짱팬 채송아가 겹쳐보이던 것도 좋았어.
음악이 건네는 위로가 돌고 돌듯 송아와 준영이 사이에서 슈만 음반이 슈만 클라라 왕복서신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설레지 않아? 편지 겉봉처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이름이 동시에 적혀 있어서 더 두근거려 💌
———
대지가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꿈 속에서
그 모든 음들을 뚫고 나지막히 들리는
길게 끄는 한 음이
남몰래 귀 기울여 듣는 이에게 가서 울리네
———
여러 꿈 속에서 나지막히 들리는 음을 모토로 말하던 슈만 판타지 음반에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라고 송아의 꿈이 적혀 있는 것도 괜한 의미부여 한 번 해 보게 돼.
클라라가 슈만에게서 환상곡 악보를 편지로 전해 받고 악보 첫머리에 적힌 “길게 끄는 하나의 음” 이라는 모토 구절을 읽은 후 “당신이 만든 한 음, 한 음이 어찌나 긴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리고 슬퍼요” 라며 말장난만 하고 슈만 본인이 피,땀,눈물로 써내려간 1악장<폐허> 에 관한 코멘트는 없이 온세상 주접 쏟아내며 2악장 찬양만 해대니깐 답답해진 슈만이 “ 아 1악장 이야기 좀 해 봐 뭐 떠오르는 그림 없어? 모토 속에 등장하는 음 말이야. 딱 너 아냐? 난 너라고 생각하는데” 라고 답장 보내거든
전에 송아와 준영 서로가 서로에게 길게 끄는 한 음으로 각자 맘에 와서 박힌 걸
https://theqoo.net/1762689135 이 글에서 적으려다가 일 쌓여서 글 급마무리 했는데 다시 적어 보자면
남몰래 듣던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꿈)가 자기에게 길게 끄는 한 음이 된 걸 송아가 준영이에게 말하니깐, 후에 혼자 식당에 앉아 있던 준영이의 마음에도 송아의 그 말이 맴돌아 길게 끄는 한 음이 된 바로 그 순간,
https://img.theqoo.net/uixRF
송아가 내돈내산 슈만 음반 들고 준영이 앞에 다시 뿅 나타난 모먼트 정말 좋아해.
이 글은 https://theqoo.net/1762689135 여기서 내가 언급했던 슈베르트의 가곡 An die Musik <음악에게> 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지으려고 해.
내 귀에는 환상곡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베토벤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보다는 슈베르트 저 가곡이 더 잘 들린다고 푸념했는데 슈만 판타지에 관한 연구논문 구경하다 보니깐 그 글에서도 슈베르트 가곡 <음악에게> 언급되어 있어서 반가워서 적어 본다.
https://img.theqoo.net/kxsDm
https://img.theqoo.net/ywPwQ
https://m.youtu.be/JtJ0nkZ1q2U
슈만 환상곡 1악장 마지막(지난 글 참조) 멜로디랑 겹치는 부분은
위 동영상 0:52 “나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었네 (in eine beßre Welt entrückt)”
슈만이 이 환상곡을 처음 쓰던-즉, 클라라와 강제 이별하며 지내던- 시기에 “오직 음악만이 내가 빠져있는 이 깊은 절망에서 나를 건져 올릴 수 있고 내게 힘과 용기를 다시 주는 것도 바로 음악이라네”라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있대
——
너 소중한 예술아, 수많은 내 회색빛 순간들 속에
거칠고 힘든 삶의 반복에 지쳐버린 나에게
너는 나의 마음에 따뜻한 사랑의 불을 붙여주었고
나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었단다
때로는 한숨 소리가 너의 하프에서 흘러나올 때
달콤하고 거룩한 너의 그 화음들은
내게 천국 같은 순간을 보여주었네
너 소중한 예술아, 나는 이 모든 것에 감사해
——
이 드라마를 비롯 음악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 구구절절히 노랫말에 다 묻어 있어서 같이 나누고 싶었어
브나잇
처음 슈만 음반 사진을 보고 든 생각은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같잖아.검은 피아노에 잡아 먹힌 듯 생기 하나 없이 위태롭게 서 있네’ 였다. 내가 정경이 캐릭터를 태생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건 오페라의 유령 팬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야. (물론 뮤지컬 넘버는 사랑입니다♥️)유년기 학대로 인한 상처는 알겠는데 그냥 내가 그 상처를 인지했다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 가지고 크리스틴 납치하고 협박하고 꼬시고 거기에다가 사랑 프레임 씌우는 거 나한텐 와닿지 않아 (뮤지컬 속편 제목 러브네버다이즈 실화냐)
트로이메라이랑 아버지 빚 가지고 정경이가 패악 부리는데도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준영이가 마치 팬텀 최면에 걸린 크리스틴과 겹쳐 보였어
15화 그 일분 일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던 대기실에서까지 송아 입에서 트로이메라이가 나왔을 때 순간 탄식했지만 생각해 보면 송아에게도 그리고 유교수에게도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는 마음을 흔드는 걸 넘어서 인생을 흔든 연주가 맞아. 송아도 사랑과 바이올린에 대한 연약하고 좁아진 마음 탓에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가 자기에게 처음 건넸던 메세지를 잊고 있었지만 결국 자기에게 건네진 음악이라는 위로를 배타적, 독점적으로 끌어안은 게 아니라 다시 상대에게 돌려주며 마음을 따라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라고 전해주잖아. 피아노 그만 둔다는 준영이에게 마지막까지 재능이란 키워드를 앞세워 말하는 정경이와 달리 송아는 준영이가 정말 듣고 싶던 정답을 그대로 꽂아 줬다고 생각해.
음악, 소리는 어디 갇힌 게 아니라 파동을 타고 뻗어나가야 존재하듯 준영이가 송아에게 건넨 헌정을 듣고 눈물 나왔다고 준영이에게 말해주는 준영이 엄마의 모습에서 ‘음악은 결국 듣는 사람의 것’이라던 박준영 트로이메라이 짱팬 채송아가 겹쳐보이던 것도 좋았어.
음악이 건네는 위로가 돌고 돌듯 송아와 준영이 사이에서 슈만 음반이 슈만 클라라 왕복서신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설레지 않아? 편지 겉봉처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이름이 동시에 적혀 있어서 더 두근거려 💌
———
대지가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꿈 속에서
그 모든 음들을 뚫고 나지막히 들리는
길게 끄는 한 음이
남몰래 귀 기울여 듣는 이에게 가서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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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꿈 속에서 나지막히 들리는 음을 모토로 말하던 슈만 판타지 음반에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라고 송아의 꿈이 적혀 있는 것도 괜한 의미부여 한 번 해 보게 돼.
클라라가 슈만에게서 환상곡 악보를 편지로 전해 받고 악보 첫머리에 적힌 “길게 끄는 하나의 음” 이라는 모토 구절을 읽은 후 “당신이 만든 한 음, 한 음이 어찌나 긴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리고 슬퍼요” 라며 말장난만 하고 슈만 본인이 피,땀,눈물로 써내려간 1악장<폐허> 에 관한 코멘트는 없이 온세상 주접 쏟아내며 2악장 찬양만 해대니깐 답답해진 슈만이 “ 아 1악장 이야기 좀 해 봐 뭐 떠오르는 그림 없어? 모토 속에 등장하는 음 말이야. 딱 너 아냐? 난 너라고 생각하는데” 라고 답장 보내거든
전에 송아와 준영 서로가 서로에게 길게 끄는 한 음으로 각자 맘에 와서 박힌 걸
https://theqoo.net/1762689135 이 글에서 적으려다가 일 쌓여서 글 급마무리 했는데 다시 적어 보자면
남몰래 듣던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꿈)가 자기에게 길게 끄는 한 음이 된 걸 송아가 준영이에게 말하니깐, 후에 혼자 식당에 앉아 있던 준영이의 마음에도 송아의 그 말이 맴돌아 길게 끄는 한 음이 된 바로 그 순간,
https://img.theqoo.net/uixRF
송아가 내돈내산 슈만 음반 들고 준영이 앞에 다시 뿅 나타난 모먼트 정말 좋아해.
이 글은 https://theqoo.net/1762689135 여기서 내가 언급했던 슈베르트의 가곡 An die Musik <음악에게> 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지으려고 해.
내 귀에는 환상곡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베토벤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보다는 슈베르트 저 가곡이 더 잘 들린다고 푸념했는데 슈만 판타지에 관한 연구논문 구경하다 보니깐 그 글에서도 슈베르트 가곡 <음악에게> 언급되어 있어서 반가워서 적어 본다.
https://img.theqoo.net/kxsDm
https://img.theqoo.net/ywPwQ
https://m.youtu.be/JtJ0nkZ1q2U
슈만 환상곡 1악장 마지막(지난 글 참조) 멜로디랑 겹치는 부분은
위 동영상 0:52 “나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었네 (in eine beßre Welt entrückt)”
슈만이 이 환상곡을 처음 쓰던-즉, 클라라와 강제 이별하며 지내던- 시기에 “오직 음악만이 내가 빠져있는 이 깊은 절망에서 나를 건져 올릴 수 있고 내게 힘과 용기를 다시 주는 것도 바로 음악이라네”라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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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소중한 예술아, 수많은 내 회색빛 순간들 속에
거칠고 힘든 삶의 반복에 지쳐버린 나에게
너는 나의 마음에 따뜻한 사랑의 불을 붙여주었고
나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었단다
때로는 한숨 소리가 너의 하프에서 흘러나올 때
달콤하고 거룩한 너의 그 화음들은
내게 천국 같은 순간을 보여주었네
너 소중한 예술아, 나는 이 모든 것에 감사해
——
이 드라마를 비롯 음악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 구구절절히 노랫말에 다 묻어 있어서 같이 나누고 싶었어
브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