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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시나리오의 구조적 문제 (feat. 서브닥빙이 아니라 생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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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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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 리뷰글 한번 써본다.

나는 12화부터 좀 내려놓고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야.

마음에 안드는 부분 있고, 뭐지? 싶은 부분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구조적 문제를 꼽고 싶어.

잘밤에 쓰는 글이므로 문장이 깔끔하지 못한 것에 먼저 양해를 구해.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플롯


플롯은 스토리(줄거리)가 아니야. 극에서 각 사건들의 배열이 플롯이고, 배열이란 말 자체에서 "의도성"이 짐작돼.

같은 여러 개의 사건이어도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극은 당연히 천차만별로 달라짐.


브람스의 줄거리는

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인 준영이 안식년을 맞아 귀국하고, 늦깎이 음대생 송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러며 그들앞에 가로놓인 문제들을 극복해내서 성장하는 거지.


여기서 작가는 두 가지 플롯을 제시한다. 흔히 더블플롯이라고 하지.


메인플롯은 송아, 준영의 플롯임.

그리고 여기서 또 서브플롯이 추가된다.

바로 서브플롯은 경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정경이의 플롯이야.

이건 부정할 수 없는 게, 작가는 애초에 현호, 민성, 동윤은 부차적 인물로 설정했어.

6각관계라는 것은 홍보문구에 지나지 않고 실제 극은 준영, 송아, 정경의 얘기야.


서브 플롯은 메인플롯과 '동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결국엔 서브플롯이 메인플롯에 합일되어야 함.


동향성, 즉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햄릿의 <리어왕>을 예로 들어 보겠음.

리어왕의 메인플롯은 리어왕이 두 딸에게 버림 받는 얘기이고, 서브플롯은 글로스터 백작이 아들에게 버림받는 얘기야.

이 두 플롯은 리어왕의 간악한 두 딸이 글로스터 백작의 아들을 둔 삼각관계가 이루어지며 하나의 플롯으로 합일돼.


정경이의 서브플롯은 메인처럼 애정, 성장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있고 메인플롯과 서브플롯은 '삼각관계'로 엮이게 되지.


근데 이 정경이의 플롯은 동향성이 떨어짐.

그래서 마스터클래스 씬 그 다음이 아쉬운 거고 비판이 많은 거야.


메인 플롯은 '제자리 걸음'을 할지언정 후퇴하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정경이의 플롯은 마클씬 이후부터는 어째선지 마클씬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어.

13화가 그 절정을 보여줬고 14화도 아마 보여줄 예정.


이 '퇴행'이란 것은 단순히 정경이 행동이 유아적이거나 이기적이란 의미가 아냐.


플롯은 '배열'에 주목해야 하는 단어야. 여기서 연대기적 스토리와의 차이가 바로 이거지.

정경이의 과거 서사를 앞에 배치하고 않고 뒤에 배치하고

일견 제멋대로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남달라보였던 캐릭터를 후반부엔

유아기적 측면을 부각함으로써 전후와 좌우를 뒤집는 퇴행을 보여줘.


정경이가 저렇게까지 바닥을 드러내는 인물이란 것을, '이제' 드러내고 있는 거야.

다들 질투를 인정하는 부분, 마클씬에서 공사 가리는 부분보고 정경이도 아주 이상한 애는 아니구나, 했는데

원래 얘는 이런 애야!를 갑자기 보여줌. 극 앞에 깔아야 했던 것을 뒤에서 보여주는 퇴행이 이뤄짐.


그러나 메인은 그러한 퇴행을 보여주진 않아. 전후 좌우를 뒤집지 않고

중간에 미온적인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어쨌든 일직선을 걷고 있는데 말이지.


정경이의 서브플롯은 준영과 송아의 멜로, 성장 모든 서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데서

아주 신중하게 짜여졌어야 했는데... 난 그래서 서브닥빙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그냥 작가가 서브플롯을 못 쓰는 거라고 봄. 그리고 이 부분이 드라마에서 군더더기라고 생각해.


2. 굉장히 고전적인 메인-서브플롯 구조


브람스의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은 평행 구조를 띄고 있음. 즉 같이 전개가 된다는 것임.

이는 아마도 극의 대비와 병합을 보여주기가 쉽기 때문에 취한 것일 것이고, 고전적인 방법임.


요새는 플롯의 다원화를 꾀하는 시나리오가 눈에 띄어.

서브플롯을 한가지만 아니고 여러 가지 만들어내서 결국엔 메인플롯에 귀속시키는 거지.

최근작 중에 이 멀티플롯이 두드러지는 게 송본 전작이야.


단순히 2개의 플롯이 아니라 네다섯개의 플롯이 번갈하며 진행되며

한 플롯이 끝맺어지고 난 다음에 그 플롯이 완전히 완결되는 게 아니라

다른 얘길 덧붙여 변형되어 다시 등장해.

A란 플롯이 A'가 되고 B가 B', C가 C'가 되어서 메인플롯으로 결합됨

이런 플롯의 다변화는 우선 극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

'계속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의 느낌이 없는 거지. 물론 잘썼다는 가정 하에.


하지만 브람스의 플롯은 그런 것과는 달리, 몇 주인공에 대한 집중적인 서사가 이어짐.

'갈등이 반복되는 느낌', '도돌이표 같다'는 감상이 바로 이 고전적 플롯의 단점을 보여줘.


만약에 현호, 동윤, 민성의 얘기에도 무게를 줘서 플롯의 다원화를 꾀했다면 적어도 반복되는 느낌은 없었을 거야.

아니면 적어도 현호라도 계속해서 비중을 줬다면 정경이 플롯도 변주의 가능성이 있어지는 거지.

그러나 플롯의 다원화는 그만큼 얘기를 짜내기가 힘들지. 아무래도.

그 플롯들마다 역시 메인플롯과의 동향성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또한 메인플롯과 서브플롯이 거울의 양면과도 같은 구조를 가져.

송아의 재능없음은 정경의 잃어버린 재능으로 치환되고,

준영이가 가족과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정경이의 가족사, 개인사로 치환돼.

이것은 플롯 간의 연결을 쉽게 하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동어반복이 될 수가 있어. 양날의 검이지.


차라리 전반부에 정경이 얘기를 끝내고

후반부에 음대 얘기(교수, 음대의 생리)를 플롯화 해서 그렸다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리얼리즘을 극대화할 수 있었을 수도 있어.

이 음대 얘기에 정경, 현호, 동윤을 전부 참여 시킬 수도 있었는데 작가는 그러고 있지 않아.

(음대 얘기 플롯화는 사실 하고 싶었는데 못했을 수도 있음...)


3.


1, 2의 구조적 문제때문에 극 완성도로는 작가에게 솔직히 100점 줄 수 없어 개인적으로.

구조 자체는 마이너스가 아닌데, 정확히는 구조를 운용하는 방식에서 마이너스가 있음.


사실 구조적인 문제는 극을 처음부터 다시 쓰지 않는 한은 개선하기가 힘들어. 뼈대 그 자체기 때문에.

그리고 단원들이 답답하다 느낀 부분도 어느정도 이 극의 태생적 한계일 수 있는 거지.


사실 이 글은 쓴 이유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서브닥빙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썼어. 전혀 서브닥빙 아니고 오히려 서브를 잘 가다듬지를 못했기에

정경이 얘기에 대해서는 일관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생각해.


그냥 정경이 플롯은 포기했고, 메인은 잘 마무리 해주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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