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송아 설정은 촘촘하고 그럴듯하게 했는데 묘사가 부족해서 그런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와닿지 않는 면들이 있는거같아.
결국 분량조절 실패라는 점에 동의하고, 쭉 다시 복습하면서 내가 이해한 송아에 대해 좀 써볼게.
나 단원이 이해한 송아는 이렇다 정도로 읽어주면 될거같오.
긴글이야.
1.송아의 가정환경
강남 서초동거주, 엄마와 언니가 변호사,
언니는 기다리기보다는 쟁취하는 인물, 본인이 원하는 바와 사회가 인정해주는 바가 일치한 소위 잘나가는 청춘.
'송아는 '기다림'을 좋아하는 아빠를 닮은, 조금은 다른 결의 인간형이야.
송아가 음악을 절절히 사랑하게 된 이유에는 아빠가 어릴적 클래식을 틀어주기도 했지만, 치열한 사교육을 거치며 입시를 위해 송아가 억압했던 자아와 그로 인해 다쳤던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해왔던 건 아닐까 싶더라. 그래서 더 음악을 갈망하고 원하게 되었던지도.
송아는 일단 주어진 현실의 규칙과 질서를 잘 따르며 최대한 노력하는 사람같아.
대학까지는 착실하게 따라가되,채울 수 없는 갈증과 결핍을 느끼면 늦더라도 실행해나가는 사람. 가정환경, 주변환경의 시각으로 성공을 했음에도 자신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봤을 때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과감히 다른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 체제순응적이지만 체제에 강한 갈증을 느끼면 체제 바깥으로 과감히 나가는 도전적인 캐릭터라고 봐써.
2.송아의 음대 입시 준비환경과 쓰루포생활-윤동윤선생님
동윤이는, 악기에도 영혼이 있으니 바이올린을 보고 "사랑해"라고세번 말하라고 해.
예중 예고를 나와 음대까지 진학했지만 송아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아름답게 보며 다른 길을 과감하게 선택한 인물. 음대에서 동윤이같은 인물도 드물거야. 동윤이는 프로수준의 연주실력이지만 아마추어 음대동아리활동을 참 좋아했던 거 같아.
송아가 준영에게 "동윤이는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말하잖아.
같은 서령대 음대생인 준영이는 유태진, 정경이는 송정희. 그에 반해 송아 입시선생님은 윤동윤이야.
너무나도 다르지? 실력의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음악관'이 전혀 달라. 동윤이는 프로연주자의 진로를 변경한 후에 송아선생님이 되기로 해.
세실리아 반주자말처럼 "1등부터 꼴찌까지 연주실력으로 줄세우는" 것이 음대의 본질이라는 점은, 송아가 음대입시를 거치며 깨닫기에는 윤동윤은 너무 낭만적인 음악관을 가졌어. 송아가 동윤에게 그런 낭만적 음악관을 함께 공유하게 했는지도.
예술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준영의 토크쇼 후 송아는
"이제 겨우 열 몇살 중학생인데 멋있더라구요. 모두 자기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게, 어쨌든 재능이 있다는 건 축복인 거 같아요." 라고 해.
준영이는 그말을 듣는데 시큰둥해.
예중예고에 다니는 아이들이의 상당수가 꿈을 일방적으로 주입당한 경우가 많을 뿐더러,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걸 준영이는 알고 있으니까.
음대 입시가 명문대 진학 입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잖아. 송아가 열심히 공부했을지언정 그 과정이 꿈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건 아니었어. 송아의 꿈은 음악이었으니 말야. 그래서인지 음악을 선택한 아이들이라면 그게 꿈일거라고 단정하는 것 같아. 그리고 부러워하는거지. 어릴적부터 달려가지 못한 꿈에 대한 결핍은, 음악을 하는 학생들이라면 막연히 꿈을 향한 치열함이겠거니라고 오해하게 만들어. 동윤이가 5화에서 현호와 대화하는 걸 보면 예중예고때는 콩쿨이 많아서 그냥 했는데 막상 대학오니까 하기싫어지더라고 하잖아. 예중예고 애들도 그냥 하는 거야. 그리고 대학들어와서 하기싫더라도 그걸 막상 그만두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동윤이나 송아나 그 점에서는 닮아 있어.
3.송아의 음대진학 목적과 동기
한마디로 송아는 음대의 진학목적이나 동기가 다르고 현실 인식 정도도 달라.
아늑한 자기만의 방에서 음악과 관련한 것들을 모으며 소녀처럼 좋아하는, 따뜻한 조명의 방에서 공주풍 잠옷을 입고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모습들은 송아의 음악에 대한 태도를 보여줘. 송아는 음악을 사랑해서 음악을 더 잘하고 싶고 바이올린 연주를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 음대에 진학한거야. 그런 낭만적 동기가 윤동윤선생님에게 레슨받는 음대입시과정에서 교정될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언니와 엄마는 "그냥 취미로 해"라고 하지만, 송아 입장에서는 그건 음악을 존중하는 방식일 수 없었어.
기본적으로 송아라는 인물은 어떤 대상을 "수단"아닌 "존재"로 대하는 삶의 자세와 태도를 지녔어, 현실에 적응해보려고 경영대에 진학했지만 목적과 가치를 발견할 수 없었고, 음악에 대한 갈망만 커져갔고 동아리활동으로 음악에 더욱 행복감을 맛본 송아는 과감하게, 음악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정해. 나름대로는 신중한 결정이었을거야.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노동과 놀이를 일치시키며 평생 향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소위 덕업일치라고나 할까.
송아는 가족의 뜻을 거슬러 수많은 기회비용을 들여 음악을 선택했고 그렇게 선택한 음악은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고 믿는 사람이야. 음악에 모든 것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을만큼 음악을 사랑해. 뒤늦게 음악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자체가 송아의 열정을 더욱 심화시켰을것 같아.
아주 어릴적부터 음악을 관성적으로 일처럼 습관처럼 해온 사람들은 이런 송아의 열정과 사랑을 의아하게 여기지.
12화에 해나는 바이올린을 안고 있는 송아를 바라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안해본 사람이 어디있다고." 라는 해나의 말에 송아는 "나 있어. 나" 라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설렘의 표시로 말하는데, 해나는 드라마 초반부터 그런 송아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줘. 그러니 자꾸 송아에게 미운 말을 하잖아.늦깍이 열정많은 음대생. 우스워보일걸 생각하지 않고 그 열정을 드러내는 데 창피해하지 않는, 잘하지도 못하면서 잘하고 싶어하는 그 열정이, 해나는 불편해. 자꾸 어떤 걸 건드리거든.
4. 재능부족에 관한 송아의 인식
3번과 같은 동기와 목적으로 음대에 진학했기에 실력부족에 관한 송아의 인식도 다소 나이브해.
하루내내 연습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어. 하고싶지않은 경영학이나 회계를 하루내 공부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계속 실기꼴찌였더라도, 열심히 해서 성장하면, 그렇게 음악의 세계에 더 가까워지면, 음악을 향한 사랑이 더 깊어질 거라고 믿는거지.
1화에서 송아가 지휘자한테 꼽당한 장면 있잖아.이게 송아에 관해 참 많은 걸 보여준 아주 중요한 씬 같아.
지휘자가 '바이올린 볼륨'이 커서 오케스트라 맨 끝자리 뒤의 둘을 콕 집어 나가라고 하잖아. 공개적으로 그들을 최하층 계급이라고 낙인찍으며 쫓아내는 셈이지, 부끄러워서라도 조용히 나가는 것이 일종의 질서인데, 그 와중에 "감히" 지휘자에게 열심히 연습해왔음을 어필하는 건,음대세계에서의 일종의 암묵적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권위였을거야.송아와 함꼐 나가라고 지적당한 다른 학생은 지적받기가 무섭게 얼른 조용히 나가더라고.
하지만 송아는, 머뭇거리면서 잠시 무대를 쳐다봐. 지휘자가 송아보고 나가라고 했던 이유는, 송아가 삑사리를 내거나 송아연주가 맘에 안들어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컸기에, 오케스트라 맨 끝자리에 얁은, 최하층계급인 꼴찌들보고 나가라는 거잖아.
송아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최소한 무대를 망치지는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 '소리'가 크다는 이유만으로,송아가 꿈에 그리던 "예술의 전당"에서 그렇게 간단하게 쫓겨나는게 너무 당황스러웠고, 그 순간 지휘자님도 '음악을 하는 사람' '연주를 하는 사람'이니까, 볼륨의 문제를 다른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하면서, 이 무대에 함께 설수 없겠냐고 말해본거지. "1등부터 꼴뜽까지 연주실력으로 줄세우는" 세계라 할지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음악을 사랑하는 연주자의 마음이라는 가치를 알아봐주지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 가치에 호소하는 거야.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지. 지휘자는 황당한 발언을 하는 연주자에게 간단하게 응징해.
"너네 여기 자리 앉는거 성적순이지? 그럼 꼴찌를 하지 말든가!"라고.
이 장면 긴장감이 엄청난데, 송아가 말한 후에 갑분싸되는 다른 동료들의 반응, 그리고 준영의 표정, 무대를 다시 바라보는 송아의 표정 등이 유기적으로 엮이는데, 준영이가 그 갑분싸된 정적을 깨고 악보를 떨어뜨려.
지휘자는 가오가 살지 않기도 하고, 어 얘봐라? 싶기도 하고 정적이 스스로도 어색해서 분위기 빨리 수습하려고 송아한테 그냥 하라고 해. 꼴지를 하지 말든가. 라고 하면 얼른 밖에 나가야 하는데 송아가 안나가고 서 있는 와중에 준영이가 악보까지 떨어뜨리는데, 더 다른 이유로 설명하기 싫고 짜증난거야. 그러자 준영이도 안도했다는듯이 한숨을 푹 내쉬더라.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휘자가 빡쳤던 거 같아. 저딴 실기꼴찌가 나를 모냥빠지게해? "아무래도 안되겠어! 너 나가. 오늘 무대 서지마." 지휘자는 참지 못하고 송아를 내쫓아버리지.
준영이는 그 송아의 구두소리와 문닫는 소리를 끝까지 따라가.
꼴찌라고 공개처형당하는데도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해본 저 여자는 누구일까?
"채송압니다." 준영은 그 여자에게 그 순간 마음이 동했다고 생각해. 이 표정을 섬세하게 잘 잡았드라고.
한편 이 장면은, 송아가 덜 '음대생화' 되었음을 보여줘.
송아에게 "꼴찌"란 더 잘하도록 채찍질 하는 도구정도, 그리고 약간 쪽팔린 징표정도였어. 그렇게나 수치스러워해야하는일인지는 몰랐지. 그러나 음대에서의 꼴지는 송아의 존재와 신분 계급 자체를 저 아래로 굴러떨어뜨리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인지한 순간이었을거야. 부끄러운 마음보다는 하고싶은 마음이 더 큰 송아는 "같이 하면 안될까요?" 라고 말해보았지만, 꼴지주제에 열정을 가질 자격은 허용되지 않았던 거지.
이 경험은 송아에게 굉장한 충격이었을거 같음.
그리고 무대 바깥에서 송아는 명나레이션을 하지.
:눈물이 났다. 내 안에 있는 것이 너무 작고 초라해보여서. 라고.
실력부족이 그렇게나 작고 초라한 것으로 인식되어야 했음을 절절히 깨닫는 순간이었을거야.
5.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와 한계의 인식
3번과 4번을 전제하면 송아는, 바이올린ㅇ로 관객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작은 무대 정도. 그 정도의 자리가 주어진 연주자여도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아주 작은 자리는 허락될 수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예술의 전당에 서도 좋지만 꼭 서지 않더라도, 바이올린을 켤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걸로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어왔기에, 최선을 다해왔고 노력해왔어.
송아가 예술의 전당에 서지 못한 1화에서 공연이 끝나고 민성과 함께 한 식당에서, 한 아이가 언니 바이올린 잘해요? 묻자, 송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해.
"좋아해"
움대에 입학한지 4년 째,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를 이유로 연주자를 포기해버리는 것은, 평생 올라가야 할 함께해야 할 무언가를 '음악'이라고 믿는 송아에겐, 음악에 대한 예의를 다하지 못하는 일인거야.
이렇게 쉽게 포기해버리는 건, 송아의 자존심이나 뭐 이런 문제가 아니라, 송아가 사랑하는 음악에게 예의와 존중을 다하지 못하는, 일종의 '비윤리'인거지.
누군가 송아는 자존감도 없냐고 하던데, 오히려 송아는 자존감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도 참아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송아에게 중요한 건, 무시를 안당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음악에 진심을 다하고는 일이기 때문에, 비록 상처를 받더라도 자신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려 그정도는 참을 수 잇었던 거지. 자존감이 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해.
1화에서 무대밖으로 쫓겨난 경험. 오케스트라 배치표 등등은 송아가 점점 '음대생스러운' 현실인식을 해간다는 걸 보여줘.
특히 10화 엔딩 합주는 송아에게 큰 충격을 주고, 세실리아 킴은 송아에게 음대의 본질을 다시 팩폭해. 열정마저도 폄하해버리는 반주자에게 한마디하지만, 그한마디로 또다시 처절하게 응징당해.
말 그대로 지금은 한계치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런데 송아를 상처주는 것만으로는 쉽게 포기하진 않을거야.
생각보다 송아는 인내심이 아주 강하고 음악을 아주 사랑하거든.
프로연주자의 삶을 포기한다면 그건 6번이 더 큰 원인일거라 생각해.
6.음악을 모욕하는 현실
송아가 이수경 교수의 조교로 일하면서 속속들이 마주하게 되는 음대의 현실은 충격 그 자체의 연속이라고 봐.
송아는 음악을 목적이나 수단이 아니라 <존재>로서 대우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기를 선택한건데, 막상 들어와보니 이게뭐야?
송아는 지금 아주 큰 대가를 치르고 있어.
음악을 존재로 대우하기는 커녕,
음악을 아무것도 아닌걸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현실에 참여하고 있고, 나아가 그런 현실이 얼마나 전방위적으로 퍼져있는지를 알아가는 중이지.
처음에 경후재단의 직원 다운씨도 송아가 채임버만드는 일에 앞장설지는 몰랐다고 해. 송아도 이게 당당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처음 채임버 기획을 부탁받을때까지는 송아는 최소한의 선의는 믿었다고 봐. 이수경 교수가 "너를 잘 가르쳐보고 싶었다."는 선의를 믿었던 것처럼.
송아는, 경영대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다시 음대를 들어갔던 경험에 비추어,
대학원 조교로서 주어진 일들을 하고 채임버와같은 것들로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거라 믿은거지.
체제순응적이지만 그 속에서 꿈을 꾸는 송아의 성향이
지금 당장은 대학원에서 부조리한 일을 겪어도 임계치에 달할때까지는 참아내도록 하고 있는 거 같아.
그런데 5만원짜리 티켓권을 강매하라고 하고, 송정희 교수 파티씬에서 아름다운 연주를 보면서도 쉽게 박수칠 수 없고, 실력있는 연주자인 현호를 채임버에서 배제해야 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송아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다는 것의 의미와 그 직업으로 삼기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음악을 무례하게 취급하는지를 절감하는 중이야.
게다가 '잘하는 애들'이 아닌 송아는, 그 많은 일들을 해도 채임버에 들어갈 수 없었어.
왜냐? 채임버는 애초에 "마음맞는 사람들이 연주의 기쁨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교수가 권력만들기 위한 요소였으니까. 송정희처럼 노련하지 못했던 이수경은 송정희의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채임버를 만들며 더 권력지향적인 노련함을 가진 인물이 되어가는 와중에 송아가 함께 했지만, 잘하지 못한 송아는 그 채임버의 명성을 높일 도구가 아니니까, 배제된 것이지. 송아는 해나를 통해 채임버가 뭔지 모르냐는 팩폭을 들었찌만, 사실 해나도 그 채임보이 본질을 경후재단에서 과무위키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잖아. 송아도 조금 늦게 제대로 고통스럽게 그 진실을 마주하는 중인거야.
7.송아의 잘못된 전제
송아는 두가지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있어.
첫째, 실력이 좋을수록 프로의 세계에서 중심에 있다.
둘째, 프로의 세계에 중심에 있을수록 음악을 사랑할만한 자격이 있다.
먼저 첫번째는 아예 잘못된 전제는 아닐테지만, 프로의 세게는 생각보다 실력 외의 많은 것들이 작용하고 있어.
실력좋은 연주자인 현호도 정경이 전남친이면 채임버에서 배제당하고, 실력과 무관하게 경후그룹딸이면 교수임요은 따논당상인 것처럼 취급되기도 해.
송정희 교수처럼, 실력을 더이상 향상시키지 않아도 제자들 인맥관리를 잘하면, 계속해서 중심의 자리를 놓지 않을 수도 있어.
5화에서 해나는 송정희채임버에 들어가려고 다들 애를쓴다고 거기에 들어가야 여기저기서 끌어준다고 말해.
어떤 자리를 얻고 지위를 얻는 것, 음악으로 직업을 이어가는 일은, 준영이처럼 아주 뛰어나게 잘하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는거야.
이사장은 현호에게 교수자리를 제안하면서 말해. "실력하고 상관도 없는 레벨. 누가 현호군을 믿고 지지해주는가 그게 더 중요할 수도 있어."
두번째, 프로의 세계에 중심에 있을수록 음악을 사랑할만한 자격이 있다.
이 전제는 송아가 아주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야. 송아본인은 음악을 잘하지 못하니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사랑할만한 자격도 부족하다고 여기는 말을 해.
준영이는 그 비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송아가 알기를 바라.
송아는 오케스트라 배치표 꼴찌가 곧 음악을 사라할 자격이 아직 부족함, 성장이 필요함을 뜻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준영이는 그 배치표를 떼어버려. 준오히려 프로의 세계에 중심에 있는 자들일수록 음악을 사랑할 자격이 없는 자들이 더많다는 걸 준영이는 아주 잘 알고 있어.
송아는 1화에서 "눈물이 났다. 내안에 있는 것이 너무 작고 초라해서. 그가 쏟아내는 음악이 너무 뜨거워서." 라고 해.
그런데 송아가 안에 있는건 결코 작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무엇인데, 송아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전제를 근거로 자신안에 있는 것을 '작고' '초라하게'여기도록 만들어. 바로 이게 준영이가 답답해하는 지점이었을거라고 봐.
송아에게는 '대학원입시'를 제안받은 것이 기쁘고 신나는 일이지만, 준영이는 그게 과연 송아 안에 있는 아름다운 무엇.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꿈이라는 가치를 지켜줄 수 있을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또 시큰둥한 반응을 했다고 생각해.
그런 송아가, 대학원에서 자신이 믿었던 것들이 깨어져나가는 과정을 겪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격 /음악을 통하여 어떤 위치에 오르는 것의 사이에는 비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막연히가 아니라 처절하게 겪어나가고 있는거지. 연주자들이 음악을 존중하고 사랑하기보다는 연주자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현실때문에 오히려 그 마음이 더 훼손되어간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지켜보고 있어.
송아는, 음악을 사랑해서 그 음악자체를 직업으로 향유하고 싶었던 건데, 프로의 세게에서 살아가는 음악인들은 직업과 자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음악을 수단화해.
송아가 프로연주자로 살아가는 일이, 그 중심에 다가선다는 일이, 음악에 대한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일임을 속속들이 깨닫는다면, 송아는 과연 계속 이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8.아마추어
아마추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에서 나왔다고 해. 무언가를 극히 사랑하는 사람.
송아가 아마추어로서, 극히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프로라는 자들의 세계' 속에서 지켜질 수 있는 것일까. 그를 위해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해.
송아가 프로연주자로 살기를 포기한다면,
음악은 삶의 주요부분이 아닌 문화생활이나 교양정도로 여기는 방식으로서의 "프로아님"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고 예의있게 대우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의 "아마추어" 그 아마추어로서 살아가리라는 결단이라고 생각해.
너무 사랑해서 그 중심의 세계로 성큼 들어갔고, 모든 것을 지불할 각오로 최선을 다했던 송아는, 그 사랑하는 마음이 어떻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어. .
나는 송아가,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지켜내기를 투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 마음을 지키고 싶어서, 음악동아리에 들어갔고 또 음대에 들어갔어. 그렇지만 더 가까이에 다가설수록 오히려 그 마음이 지켜지기 어렵다는걸 고통스럽게 경험하고 있고, 그 때 송아의 선택은 또다시 마음을 지킬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될거라고 생각해.
송아의 뜨거움은, 이미 음악이 직업과 생계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정도로밖에 되지 않은 어떤 프로들에게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그리하여 사랑하는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매개가 될거라고 믿어.
당장 준영에게도 그러했듯이.
송아의 음악에 대한 순수함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들에 준영의 표정을 살펴보면 굉장히 흥미로워.
오래도록 수동적 감정인 '슬픔'혹은 '부동의'라는 방법으로, 음악의 수단화에 저항할 밖에 없었던 준영이는 저 깊숙한 곳에 트로이메라이를 들어주고 들려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을거야.그런데 송아는 그 깊숙한 감정을 두드리고, 그 흔적이 자꾸 준영이에게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듯해. 그 흔적들을 따라가는 과정자체가 송아와 준영의 사랑의 서사와 함께 가는 거 같아.
송아는 아마도 그러한 방식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마음들이 모인 사람들을 지키는 일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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