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가 준영이랑 사귀기 전엔 할 말 잘 하는 외유내강 캐릭터였다가 준영이랑 사귀면서부터 열등감도 커지고 항상 주눅들어있고 답답하게 변했다는 얘기가 많은 거 같아. 물론 나도 그렇게 느끼고.
그래서 첨엔 나도 송아 캐릭터가 변질된 게 너무 아쉬웠는데, 현생 보내는 와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송아가 주눅들기 시작한 게 준영이랑 사귀면서라기보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자기 업무능력이 인정받던 경후문화재단이랑 달리, 연주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음대에서 송아는 그냥 4수한 꼴찌 언니일 뿐이니까.
결국 잘 하지도 못하는 바이올린을 포기하지 못하고 얽매이는 송아의 바이올린 사랑이 송아를 가장 괴롭히는 요인이고, 마침 그 시기에 준영이가 맞물린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
바이올린만 포기하면 되는데 왜 그걸 포기 못해서 붙들고 있냐고.
잘 하는 건 따로 있는데 그거 하면서 악기는 취미로 하면 되지 않냐고.
송아의 바이올린 사랑이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봤어.
근데 난 그 얘기엔 공감 못하겠더라.
송아 나이가 스물아홉이잖아? 아마 경영대 같이 다닌 다른 동기들은 이미 대부분 취업해서 자리잡아가고 있겠지? 스루포 친구들 모임만 봐도 친구들 정장 입고 있는 거 보면 직장인들인 거 같더라. 근데 송아는 여전히 학생이잖아. 주변 친구들 다 취업해갈 때 꿈 하나만 바라보면서 스물 아홉까지 악기를 공부한 사람이, 아무리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다고 해도 지금 와서 포기하고 진로를 바꾸겠다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입장이어도 과연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얼마나 두렵겠어? 악기 그만 두면 뭐 하지? 경영대 졸업한지 오래 됐고 그 뒤로 악기만 해서 다른 스펙도 없는데? 나 스물아홉인데 지금부터 다른 길 준비하면 어린 취준생들 따라잡을 수 있나? 날 받아줄 데가 있을까? 등등등. 나라면 내 한계를 깨닫지 못해서라기보다, 그냥 그 두려운 마음 때문에 애써 '그래도 내가 쫌만 더 노력하면 악기 실력이 늘거야'라는 헛된 희망을 품을 거 같아.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매몰비용이 클수록 선택을 어려워하잖아. 경제학의 기초적인 개념 중 하나가 '이미 써버린 매몰비용은 고려하면 안 된다'이지만, 이론은 그렇다고 쳐도 사람이 실제로 매몰비용을 신경 안 쓰긴 어렵잖아. 투자한 게 아까우니까. 송아가 바이올린을 포기할 때의 매몰비용을 계산해보면, '경영대에서 보낸 시간 + 4수한 시간 + 음대에서 보낸 시간 = 9년'이야. 시간만 썼겠어?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갔겠지. 그런 상황에서 바이올린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을까? 자기 한계를 내심 자각하고 있다고 해도 애써 외면하고 싶겠지.
그래서 난 송아의 다른 모습들은 몰라도 적어도 바이올린을 포기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는 생각 안 해. 바이올린 하려고 들인 시간이랑 돈 생각하면 그 정도 망설이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거 아닐까?
제 3자의 입장에서야 남의 진로에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기 쉽지. 하지만 그게 내 일이 돼도 과연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송아가 바이올린을 내려놓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기보단 짠해.
얼마나 내적 갈등이 크겠어.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이도저도 못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롭겠어.
내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나는 송아의 바이올린 사랑이 답답하다기보단 짠하더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ㅎㅎ
얘기하다보니 엄청 길어졌다... 혹시 끝까지 읽어준 덬들 있다면 미리 고마워!
그래서 첨엔 나도 송아 캐릭터가 변질된 게 너무 아쉬웠는데, 현생 보내는 와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송아가 주눅들기 시작한 게 준영이랑 사귀면서라기보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자기 업무능력이 인정받던 경후문화재단이랑 달리, 연주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음대에서 송아는 그냥 4수한 꼴찌 언니일 뿐이니까.
결국 잘 하지도 못하는 바이올린을 포기하지 못하고 얽매이는 송아의 바이올린 사랑이 송아를 가장 괴롭히는 요인이고, 마침 그 시기에 준영이가 맞물린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
바이올린만 포기하면 되는데 왜 그걸 포기 못해서 붙들고 있냐고.
잘 하는 건 따로 있는데 그거 하면서 악기는 취미로 하면 되지 않냐고.
송아의 바이올린 사랑이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봤어.
근데 난 그 얘기엔 공감 못하겠더라.
송아 나이가 스물아홉이잖아? 아마 경영대 같이 다닌 다른 동기들은 이미 대부분 취업해서 자리잡아가고 있겠지? 스루포 친구들 모임만 봐도 친구들 정장 입고 있는 거 보면 직장인들인 거 같더라. 근데 송아는 여전히 학생이잖아. 주변 친구들 다 취업해갈 때 꿈 하나만 바라보면서 스물 아홉까지 악기를 공부한 사람이, 아무리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다고 해도 지금 와서 포기하고 진로를 바꾸겠다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입장이어도 과연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얼마나 두렵겠어? 악기 그만 두면 뭐 하지? 경영대 졸업한지 오래 됐고 그 뒤로 악기만 해서 다른 스펙도 없는데? 나 스물아홉인데 지금부터 다른 길 준비하면 어린 취준생들 따라잡을 수 있나? 날 받아줄 데가 있을까? 등등등. 나라면 내 한계를 깨닫지 못해서라기보다, 그냥 그 두려운 마음 때문에 애써 '그래도 내가 쫌만 더 노력하면 악기 실력이 늘거야'라는 헛된 희망을 품을 거 같아.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매몰비용이 클수록 선택을 어려워하잖아. 경제학의 기초적인 개념 중 하나가 '이미 써버린 매몰비용은 고려하면 안 된다'이지만, 이론은 그렇다고 쳐도 사람이 실제로 매몰비용을 신경 안 쓰긴 어렵잖아. 투자한 게 아까우니까. 송아가 바이올린을 포기할 때의 매몰비용을 계산해보면, '경영대에서 보낸 시간 + 4수한 시간 + 음대에서 보낸 시간 = 9년'이야. 시간만 썼겠어?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갔겠지. 그런 상황에서 바이올린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을까? 자기 한계를 내심 자각하고 있다고 해도 애써 외면하고 싶겠지.
그래서 난 송아의 다른 모습들은 몰라도 적어도 바이올린을 포기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는 생각 안 해. 바이올린 하려고 들인 시간이랑 돈 생각하면 그 정도 망설이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거 아닐까?
제 3자의 입장에서야 남의 진로에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기 쉽지. 하지만 그게 내 일이 돼도 과연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송아가 바이올린을 내려놓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기보단 짠해.
얼마나 내적 갈등이 크겠어.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이도저도 못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롭겠어.
내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나는 송아의 바이올린 사랑이 답답하다기보단 짠하더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ㅎㅎ
얘기하다보니 엄청 길어졌다... 혹시 끝까지 읽어준 덬들 있다면 미리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