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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 6각 관계를 내세웠습니다. 로맨스 구조가 복잡하면 이야기가 정돈되기 어려운데 발란스 조절이 힘들진 않았는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 송아와 준영, 양쪽의 삼각으로 구성하긴 했지만 ‘6각 로맨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사실 놀라고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3+3=6이라는 산수를 못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송아와 준영이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보니 여섯 명을 다 똑같은 분량으로 다룰 수는 없지만 출연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캐릭터들도 그들이 등장하는 씬을 쓸 때, 화면에 보여지지 않은 시간과 감정을 녹여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이 똑같이 생각하는 거지만 화면에 등장하지 않을 때도 각 캐릭터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각자만의 삶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니까요.
- 로맨스물에서 여성 캐릭터는 의존적이거나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송아는 바이올린으로 주눅들어 있는 아픔이 있는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긍정적이라 오히려 준영이를 듬직하게 받쳐줘 더 매력적입니다. 송아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나요?
▲ 7회에서 송아가 준영에게 했던 말, "준영씨에 대한 내 감정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다른 것들도 있어요. 지금 나한테는 대학원 입시가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내 감정에 휘둘려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은 송아라는 사람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대사 중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대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송아는 사랑만큼이나 우정과 꿈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송아라는 캐릭터는 흔히 보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의 자격을 많이 갖추지 못한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왜 얘가/왜 이런 애가 주인공이야?”라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강력하고 드라마틱한 전사나 트라우마같은 극성이 있는 캐릭터가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내 주변에 진짜 있을 것 같고 때로는 나같은 그런 주인공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작법에서는 주인공은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액션을 해야한다고 하는데요, 송아는 액션이 아닌 리액션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극을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해보인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원래 저와 감독님이 그리고 싶어했던 송아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까지 보신다면 왜 송아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어야만 했는지 분명히 아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놉시스에 썼던 송아의 인물소개에서 마지막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그 부분이 바로 송아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어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마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공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물소개에서 준영, 현호, 정경은 송아에 비해 훨씬 묵직하고 부피감 있는 드라마틱한 과거 서사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송아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송아가 다른 이들에 비해서 소위 ‘서사가 약한’ 이유는 송아는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인물인데 반해 다른 인물들은 아직 각자의 지나간 시간, 지나간 마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거기 매여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 정경이 서사도 굉장히 인상적이고 정경의 돌발행동을 이해하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발언과 행동이 다소 과해서 아쉽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 정경(박지현 분)이는 십오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라지 못한 사람입니다. 어머니의 사망 후 재능마저 사라져 평범해져버린 정경은 그 사라진 재능에 대한 콤플렉스를 크게 갖고 있습니다. 재벌집이지만 죽은 엄마의 그림자가 아직도 이 집을 짓누르고 있기에 집안에서도 어린 정경의 마음을 살펴준 사람이 없기도 하고요.
이후 학교에서 현호(김성철 분)와 준영을 만나며 정경의 세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정경의 작은 세계는 이 두 사람으로 만들어졌고 이 두 사람이 그 세계의 전부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정경은 그 작은 세계 안에서 자신의 예민함과 상처를 감추며 자기 멋대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뉴욕에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드러냈던 순간 충동적으로 했던 행동 때문에 자신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정경은 크게 당황하고, 그 세계를 다시 봉합하고 싶은 절박한 마음이 들지만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말이나 행동이 더 세게 나오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마스터클래스 신 이후 송아와 정경이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습니다.
▲ 송아와 정경은 마지막 회까지 관계가 이어지는데요, 복잡한 관계로 만나긴 했지만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공통점을 지닌 이 두 사람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지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