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대 캠퍼스
"그럼 반주 연습 잘해요"
"네, 근데 경후에서 연습하면 학교로 다시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나도 반주선생님이랑 연습하고 끝나면 저녁시간 될거예요"
"그럼 이따가 끝나고 통화해요"
"그래요"
두 사람은 미소지으며 서로에게 손을 흔든다
준영이 웃음기있는 얼굴로 먼저 돌아선다
준영이 뒤로 돌아보며 손을 흔들자 계속 서있던 송아도 미소 띈 얼굴로 손을 흔든다
준영이 발길을 돌리는걸 보고 송아도 음대 건물로 향한다
아쉬운 마음이 큰지 송아가 현관문을 열기 전 준영을 한 번 더 본다
멀어지는 준영의 뒷모습이 보인다
송아는 담담한 얼굴로 건물로 들어간다
#버스정류장
"어? 오늘 다운씨가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다른 분이 오늘 리허설룸 쓰려고 먼저 예약하셨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나봐
학교 떠났어? 그럼 내가 학교로 갈게"
"어? 아, 아니야 학교는 좀-"
"그럼 어디서할려구 우리집은 싫다며 30분이면 가 학교에서 봐"
준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끊어진 핸드폰을 보다가 문자를 친다
#송아의 연습실
"어- 엄마 나 지금 끝났어 아 힘들어 알았어 금방 갈게- 송아씨, 그럼 화이팅!"
"안녕히 가세요"
"저기다 가자!"
송아는 열린 문틈으로 여학생들이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본다
송아가 궁금한 얼굴로 복도를 내다보는데 여학생들이 여느 연습실 앞에 붙어서서 구경한다
송아도 연습실 앞으로 와서 학생들 틈에서 안을 본다
준영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정경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정경의 자신감 넘치는 바이올린 연주와 준영의 흠잡을데 없는 피아노 반주가 두 사람의 외모와 어우러져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은듯 모두를 압도한다
송아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어리며 눈가가 시큰해진다
'정경씨랑 사이에 그러니까.. 그 시간들 사이에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어요?'
몰입한 얼굴로 피아노를 치는 준영과 그 피아노 반주를 휘감을듯 때론 강렬하게 때론 부드럽게 바이올린 활을 긋는 정경의 모습에서 송아는 시선을 떼지 못한다
송아는 마음 한 켠에 커다란 구멍이 난 듯 멍한 얼굴로 서 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눈만 깜빡거리는 송아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진다
바이올린 현을 열정적으로 긋는 정경의 연주와 건반 위를 휘몰아치는 준영의 연주가 마치 음악 속에서 하나로 뒤섞이는듯 근사하게 어울리고 있다
그 압도적인 연주가 끝나자 구경하던 여학생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준영과 정경은 여운에 휩싸인 눈빛으로 서로 쳐다본다
송아는 그 모든 것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