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룸
송아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연다
가지런한 흰 건반 위에 검은 건반이 가지런히 있다
햇살을 받은 건반들이 반짝거린다
송아가 잔잔하게 미소 띈 얼굴로 건반에 가만히 손을 올린다
(문여는 소리)
준영이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송아가 일어나서 다가간다
"송아씨, 있었네요"
"무슨 일인데요?
"할 말이 있어서요"
"나.. 정경이 반주해줘야 할 거 같아요 정경이가 서령대교수 정말 되고 싶어해요 정말 간절히 원해요,
그래서 독주회가 중요해요.. 정경이랑 나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친구로써 도와주고 싶어요 송아씨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준영을 물끄러미 보던 송아의 입가에 허무한 미소가 스친다
"...이런 얘기일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나한테 할 말이 뭘까 혼자 기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기다렸는데..."
정경씨 반주해줘야 겠다고.. 그 말 하려고 나 기다리라고 한 거예요?
"난 송아씨 오해할까봐 직접 말하.."
"오해요? 무슨 오해요??"
"...이런 오해요..
나는 송아씨한테 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송아씨가 자꾸 나 밀어내니까,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하려고 온 거예요"
"네! 알겠어요! 그래서 지금 들어줬잖아요 그럼 이제 다 된거죠?"
송아가 피아노 앞으로 간다
"좋아해요"
짐을 챙기던 송아가 그대로 멈칫한다
송아는 천천히 몸을 바로한다
어느새, 준영이 송아의 바로 앞에 와 있다
송아가 끌리듯 준영을 마주본다
"좋아한다구요"
"좋아해"
"좋아해요, 이 말 하려고 왔어요"
준영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며 송아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져간다
송아는 감전된듯 움직이지 못한다
준영이 송아의 양팔을 잡으며 가만히 입술을 포갠다
뒤로 밀려서 건반을 손으로 짚은 송아가 놀라서 입술을 뗀다
송아를 바라보는 준영의 눈빛이 떨린다
준영은 송아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다시 입을 맞춘다
스르르 눈을 감던 송아가 뒤로 살짝 밀리며 피아노에 몸을 기댄다
그러나 송아는 이번엔 손을 올려 준영의 팔을 잡는다
그런 송아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위로 오후의 햇살이 황금빛으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