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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욕심이 없다는 건 기대가 없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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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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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이가 지금까지 무엇도 욕심내지 않았다는 설정을 처음 봤을 땐
이렇게 금욕적인 남주라니 나중에 송아를 욕심내는 거 보고 싶다!!
그냥 그정도의 생각이었는데
8회까지 보고 나니까 그 설정 너무 마음이 아파...

준영이가 정말 아무 욕심이 없었을까
욕심이 없다는 건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의 다른 말이래
지금까지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았다는 건
욕심낼 게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아무 기대를 걸지 않았다는 뜻인 것 같아.


여행을 가서 성당에 들릴 때마다 수없이 흔들리고 있는 초를 보면서 생각했어
저렇게 많은 소원들은 무엇을 위해서 일까
스스로를 위한 소원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람이 더 많겠지
자신과 주변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기대, 그 소망
그 기대의 에너지가 결국 이 세계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며 굴리고 있는 게 아닐까
갑자기 그 에너지들이 엄청나게 다가와서 아찔했던 적이 있어.

송아라면,
1달러 짜리 초를 3개나 5개 쯤 살 것같아
그리고 하나 하나 모두 소중하고 간절하게 불을 붙이겠지
두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조용히 소원을 속으로 말해볼 것 같아
생일날 케잌 앞에서 처럼.
그런 기대, 더 잘하고 싶은 욕심, 행복해지고픈 바람. 

하지만 준영이라면,
이전의 준영이라면.

성당 한 가운데 서서 돔 천장을 바라보는 텅빈 얼굴이 떠올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얼굴.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건 다음이 없단 뜻이야
내일이 오늘과 같거나 같지 않거나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는 의미


월클 피아니스트가 될 정도로 예민한 감성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을 때까진
대체 얼마나 많은 거절과 절망이 있었던 걸까
기대하고 배신당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하는 연속의 시간 후에
모두가 뭔가를 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두에게 그들의 욕망을 들어주지만 스스로는 돌보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지도 달라진 관계를 소망하지도 않는
고요한 박준영이 되었던가봐.

준영이 부모를 생각할수록 때로 분노할 정도로 용서할 수 없는 건
준영이에게서 돈과 어린 시절을 가져간 걸로 모자라서
기대하는 법까지 체념하게 했다는 거야.
이건 아동 학대야.
꿈과 미래를 빼앗는 건 정말 최악이야.

생각할수록 9회 예고의 그 말이 더 무겁게 다가와
타인의 기대를 이뤄주면서 스스로는 아무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것. 이게 무슨 알라딘의 지니야 뭐야.

준영이는 아마 지금
뭔가를 원하는 건 둘째치고 기대를 거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아
어쩌면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줄 사람이 있을 거라는 기대부터.
힘든 모습 보여도 그걸 받아줄 거라는 기대.


생각보다 갈길이 멀수도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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