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커피드세요, 뭐 좋아하실지 몰라서 그냥 다 아이스커피로 샀어요"
"감사합니다"
송아는 새로사온 커피를 나눠주고 자기는 흘린 커피를 챙긴다
"송아씨.. 커피가"
"아 들고오다가 좀 쏟아져서요"
"이거 드세요"
"아 엇 아니에요"
준영이 송아의 커피를 가져가서 마신다
"아니 너 커피 안마시지 않아? 심장 빨리 뛴다고"
"커피 안드세요? 그럼 둥글레차 있는데..."
"아니에요, 요새 마셔 가끔"
"그래? 얘가 예전엔 초콜렛도 안먹었어요 카페인 피한다고"
"상관없어"
송아가 정경의 표정을 살핀다
"예민해-"
송아는 어색한듯 시선을 내린다
#리허설룸
(리허설룸 불을 끄는 현호)
"자 이제 시작해!"
"뭐야 내가 한석봉이냐"
"잘쳐야 한석봉이지, 박준영선생님 신청곡 받으십니까?"
"받아보겠습니다"
"오호 송아씨 듣고 싶은 곡 신청하세요"
"저요? 아.."
"괜찮아요 우리 팀되신 기념으로요 이런 기회 또 언제 올지 모릅니다 신청하세요"
준영이 창 밖으로 들어오는 달빛과 조명 불빛 속에서 송아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슈만.. 트로이메라이요"
송아는 예전에 연주하던 준영의 모습을 떠올린다
"저번에 여기서 그 곡 치시는걸 우연히 들어서요"
"슈만 어린이의 정경에 있는 그 곡이요?
엇, 아 맞다 정경아 너 이름이 그 곡에서 따온거라고 했나? 어머니가 이곡을 좋아하셨나"
"아니거든, 내 이름은 우리 엄마이름에서 따온거거든"
"아, 그래 미안 암튼 준영이가 예전부터 슈만을 제일 좋아했거든요
근데 트로이메라이치는건 저도 못 들어본거 같은데..
자- 아무튼 박준영선생님 슈만 어린이의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부탁합니다"
"아, 저 다른 곡도 괜찮아요"
"칠게요"
"잘들어 다신 안칠거니까"
송아가 정경을 본다
정경은 미동도 하지않고 준영만 보고 있다
송아와 정경, 현호는 음악의 여운의 휩싸인듯 움직이지 못한다
준영이 건반에서 손을 뗀다
정경은 준영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준영이 피아노 건반 뚜껑을 닫고 나직이 한숨을 내쉰다
#밤거리
두 사람이 밤거리를 나란히 걷는다
"저,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는 뭐 좀 먹고 가려구요"
"아까 식사 안하셨어요?"
"그게.. 연주 전이나 직후에는 뭘 잘 못 먹겠어서요"
"아-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 참, 오늘 연주 어떠셨어요?"
"네?"
"연주요, 마음에 드셨어요?"
"좋았어요"
"다행이네요"
"준영씨는요?"
"저도 만족해요 다들 좋아하시니까"
"다른 사람 말고, 준영씨 마음엔 드셨어요?"
"저는.. 저번 연주가 조금 더 좋았거든요"
"저번 연주요?"
"리허설룸에서 치신 트로이메라이요, 오늘도 좋았지만 이상하게 그날 연주가 계속 생각나요 떠올리면 여길 건드려요 뭔가가..."
"아, 저 그럼 가볼게요"
"아..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송아가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다가 준영의 앨범을 발견하고 생각에 잠긴다
#식당안
(준영의 회상)
"저도 만족해요 다들 좋아하시니까"
"다른 사람 말고 준영씨 마음엔 드셨어요?"
송아가 들어와서 준영의 옆에 앨범을 내려놓는다
"송아씨?"
"저 여기 앉아도 돼요?"
"그, 그럼요 얼마든지"
준영이 의자를 빼준다
송아가 미소 띈 얼굴로 옆에 앉는다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두 사람은 웃기만 한다
가로등 불빛이 골목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가게 유리문으로 보인다
맥주잔이 반쯤 비어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있다
은은한 조명으로 휩싸인 밥집에서 두 사람은 두런두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