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 식당
"뭔 생각해?"
"아, 잠깐 음악듣느라"
"나 이 곡 좋아하거든 베토벤 월광 소나타"
"엇 이건 내 최애곡"
"응 나도 좋아해"
"뭐가요? 뭐가 좋아요?"
"아 지금 나오는 곡이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바이올린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이 곡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정경이도 그렇지?"
"음... 좋아한다고 하기엔 좀 이 곡 배경때문에.."
"왜? 배경이 어떤데?"
"슈만이 죽고 클라라가 혼자 애들을 키웠잖아 근데 막내아들이 많이 아프다가 결국 죽었거든, 그 소식을 듣고 브람스는 클라라한테 짧은 멜로디를 써서 편지를 보냈어 그게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의 2악장이야"
"브람스식의 위로고 위안이었구나, 말보단 음악으로"
"근데 직접 찾아가서 위로해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브람스가 그런 행동파였으면 진작에 클라라랑 이어졌게?"
"하긴.."
"브람스는 말보단 음악이 편했나보지, 준영이처럼"
"나? 나 왜?"
"근데 이 음악이 진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현호 말대로 진짜 슬프고 힘들 땐 말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되는것 같은데"
"그래도,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다고요
왜냐면.. 우린 음악을 하기로 선택했으니까요"
동윤과 현호 정경은 각자 생각에 잠겨 있고 준영은 여운에 휩싸여서 송아를 쳐다본다
송아는 차분하고 담백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린다
#송아의 방
(송아 나레이션)
음악은 정말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언제 음악에 위로 받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떠오르는건 오로지 내 짝사랑에 상처받았던 순간들 뿐이었다
2013년도 서령대음대정시모집에서 불합격 소식을 노트북으로 보는 송아
1년 후 불합격 소식에 책상 앞에 앉아서 눈물을 글썽이는 송아
이듬해 불합격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는 송아의 모습이 흐른다
의자에 송아의 바이올린 케이스가 놓여있다 방안을 은은하게 밝히던 스탠드 불빛이 꺼진다
송아는 침대에 누운채 바이올린을 물끄러미 본다
#리허설룸
준영이 리허설룸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집중이 안되는지 준영은 피아노 건반 뚜껑을 내리는데 음이 튕기는 소리에 흠칫한다
피아노 위에 바이올린과 활이 놓여있다 준영이 일어난다
송아가 들어와서 준영에게 고개를 숙인다
"악기를 두고 가서요"
"줄이 끊어졌어요 악기 만지지 않았는데"
"네, 알아요"
"저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그날요, 시향공연보고 인터미션에 갔던 날.. 저 일부러 밖에 못나오게 하신거 맞죠?
그날 동윤이 공방에 온 손님 누구 였어요?
"송아씨.."
"대답 안하셔도 괜찮아요, 그냥 저 스스로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 그래요 준영씨 앞에서 저 혼자 바보짓했네요"
"미안해요"
"그 날 일은 준영씨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죠
다만, 다음에는 그러지 마세요 준영씨한테 눈 가려달라고 한적 없어요
상처받는거보다 혼자 바보되는게 더 싫어요
그러니까 담에 그런 일 생기면 그냥 놔두세요"
"금방 정리하고 나갈게요"
송아가 준영을 등지고 서서 케이스에 바이올린을 넣는다
(베토벤 월광 소나타🎹)
"월광.. 안치시면 안돼요?
그거 제가 좋아하는 곡이라서 지금 안 듣고 싶어요 그것 좀 제발..."
(Happy Birthday to You🎵)
곡이 바뀌자 송아의 눈이 천천히 커진다
송아가 준영을 돌아본다
(송아 나레이션)
나는 음악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내가 언제 위로 받았었는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 날, 나는 알 수 있었다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낸 이 사람 때문에..
"우리 친구 할래요?"
준영이 일어나서 송아에게 다가온다
"아니 해야해요 친구 왜냐면.."
준영이 송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안아준다
"이건 친구로서니까"
송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언젠가 내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준영이 송아의 등을 토닥인다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라는걸
송아의 손이 준영의 등으로 머뭇거리며 올라간다
그래서 나는 상처받고 또 상처받으면서도 계속 사랑할 것임을..
그 날 알았다
준영의 등을 잡은 송아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간다
송아는 준영의 품에서 눈을 감는다
속눈썹에 맺힌 눈물 방울이 반짝거린다
창문 밖에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