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송아가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친구들이 "송아야 언제와? 송아 야근해?" 등의 문자를 보낸다
민성의 말을 떠올리던 송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바이올린 케이스를 어깨에 매고 사무실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 쪽에 준영이 서 있다
"식사 가려고요?"
"다들 제 생일이라고 시간내서 와줬는데 어떻게 안가요"
"바래다 줄게요 밖에 비와요"
빌딩 중앙 현관으로 나온 준영이 송아가 나올 수 있게 문을 잡아준다
준영이 우산을 펼쳐서 송아에게 씌워준다
두 사람은 빗 속으로 걸어나온다
한 우산 속에서 준영과 나란히 걷던 송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걸음을 멈춘다
"못 가겠어요"
준영이 송아 쪽으로 우산을 더 기울여든다
"저.. 안가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본인생각만 해요 남들 생각하지 말고"
"네.. 저 그럼 버스타는데 까지만"
"송아야! 채송아!"
은지와 케이크 상자를 든 동윤이 각각 우산을 쓰고 온다
"송아야 송아 엇, 준영아"
"어- 동윤아"
"어머 박준영씨! 어머어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윤동윤 눈도 좋아 어떻게 이 빗 속에서 송아를 한 번에 알아봤어?"
"딱 보니 송아던데 뭐"
"근데 송아랑 아는 사이세요?"
"아 그게.."
"친구예요"
"대애박! 너 이런 분하고 친구하는거야?"
"아니야- 그런거"
"야 나도 박준영이랑 친구거든, 우리 먼저 갈게 늦어서
아, 송아 우산없어? 이리와 같이 써"
"같이가요! 준영씨도 같이가요! 오늘 송아생일인거 아시죠?"
"아니야 준영씨는"
"네 갈게요 같이"
한 우산 아래에 선 준영이 흔들림 없이 송아를 바라본다
#인터미션 식당
친구들이 29 숫자초에 불을 켠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고마워"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송아를 준영이 쳐다보고 있다
송아가 눈을 뜨고 미소 지으며 촛불을 끈다
케이크 너머로 송아와 준영의 눈이 마주친다
송아가 준영에게 입술만 움직여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준영이 작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맥주잔을 기울인다
#회의실
"아까 했던 얘기 있잖아요 돈이나 도움을 주고 뭐 생색내는거 싫다구요
근데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마음인거 같아요
우리 선물 고를때요 상대방이 좋아할걸 기대하면서 고르잖아요
누굴 도와줄때도 마찬가지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이왕이면 도와준 보람이 있기를 바라는 거니까"
"이사장님은 저한테 장학금 주실 때 아무 것도 바라지 않으셨는데.."
"제가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이사장님은 준영씨가 피아노를 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그걸 보시고 싶으셨을거예요"
"행복..."
"송아씨"
"네?"
"우리 밥 오늘 먹을래요?"
#이날 밤
송아와 준영이 식당에 마주앉아서 파스타를 먹고 있다
두 사람은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밝게 웃는다
#청계천
송아와 준영이 청계천에 나란히 앉아있다
"그러고보니 오늘 우리 두 번이나 만났네요"
"그러네요, 아까 학교에 간건 볼 일이 좀 일찍 끝나서 송아씨가 계속 거기 있을테니까 나도 행사장소나 한 번 봐야겠다 싶었던건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송아씨를 만나야겠다 송아씨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질거야"
"그래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네에"
"그래서 덕분에 알겠어요 제 생각이 틀렸었네요, 낮에 학교에 갔던게 사실은 웃고 싶었던 거였네요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자꾸 웃게되니까
송아씨가 보고 싶었던거였네요 나"
준영을 보는 송아의 두눈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입가엔 미소가 번져간다
준영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린다
은은한 조명이 밝혀진 청계천의 흐르는 물처럼 두사람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흐른다
#다음 날 아침
나뭇잎 사이로 청명한 아침햇살이 쏟아진다
송아가 경후빌딩 정문에 서 있다
세미정장의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벼운 이야기를 하거나 통화를 하면서 오간다
송아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멈춘 순간, 설레는 미소가 얼굴 가득 번져간다
인파 속에 준영의 모습이 보인다 송아는 준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준영도 송아를 보고 밝게 웃어준다
준영과 눈이 마주치자 송아는 수줍게 웃으며 그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린다
준영이 송아의 앞에 와서 선다
마주보는 두사람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져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