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
1,323 1
2018.10.28 16:23
1,323 1

글을 참 와닿게 쓰는 작가 - 공감대를 샘솟게 하는 작가란 생각이 드는 최은영의 짧은 소설집인데, 나덬은 특히 '지나가는 밤'이 인상 깊어서 얘기하고 싶었다.

생활력 강한 홀어머니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살아왔던 두 자매가 그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성장하며 겪게 되는 관계의 변화, 심리 상태를 담담하게 쓴 소설.

나덬은 손위 누이인 입장인 데도 두 자매 중에서 언니 쪽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더라. 또 그런 만큼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독자들이 읽으면서 감정 이입하는 대상에 따라서나 또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느껴지는 감상도 모두 다르리라 생각해.

하지만 몇몇 문장들은 그러한 개인적 동감의 여지를 떠나, 그냥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서 말야.

특히 나덬 맘에 와 닿은 부분 조금 인용해 본다.



"...어쩐지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인데도 입이 막힌 것처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동생에겐 칭찬을 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어린 시절에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현실적으로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기다림은 언제나 가슴이 뻐근할 만큼 고통스러운 즐거움이었다...(중략)...그때의 기다림을 아프게 기억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온 마음으로 기뻐하며 그것을 기다린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템포] “밤새지 마세요, 아가씨” 댓글 이벤트 273 09.23 25,39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720,46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390,06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288,08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600,501
공지 알림/결과 📚도서방 챌린지 & 북클럽 & 오늘의 기록 & 올해의 책📚 59 22.01.14 68,154
모든 공지 확인하기()
650 후기 스티븐킹, 쇼생크탈출 원작 후기 (강ㅅㅍ) 4 09.14 256
649 후기 사와무라 이치의 예언의 섬 (약 ㅅㅍ) 1 09.13 154
648 후기 홍학의 자리 방금 다읽음ㅅㅍㅅㅍ 1 09.13 343
647 후기 해포 총대 최고야 (ෆ˙ᵕ˙ෆ) 3 09.12 567
646 후기 원서챌린지 해리포터와 불의잔🏆 굿즈 나눔 후기 1 09.11 314
645 후기 (스압)잉크팜 플러스 후기 및 기초 세팅 과정 11 09.10 1,059
644 후기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아직 한 챕터만 읽었는데 좋다 1 09.02 340
643 후기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고른 우리나라 소설들 후기 2 09.01 786
642 후기 세상이 멸망하고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 후기 (스포없음) 3 08.31 545
641 후기 개취주의 정세랑작가 책들 후기 (feat.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12 08.31 763
640 후기 이중 하나는 거짓말 완독 08.30 404
639 후기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읽었는데 이거 진짜 미쳣다 3 08.30 927
638 후기 오렌지와 빵칼 너무 재밌다 (스포없음) 7 08.27 734
637 후기 파친코 완독 후기 (강ㅅㅍ 있음) 2 08.26 1,534
636 후기 칵테일 러브 좀비를 다 읽은 후기(스포있음) 4 08.26 634
635 후기 홍학의 자리 다 읽었어 ……..스포스포스포스포 1 08.25 608
634 후기 조예은 작가님 [트로피컬 나이트] 이 책 너무 좋다... 3 08.21 771
633 후기 리틀 라이프 완독했다..(ㅅㅍ?) 4 08.21 611
632 후기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 다 읽었는데(ㅅㅍ) 5 08.21 454
631 후기 예언의 섬 후기 (강ㅅㅍ) 08.19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