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판타지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책.
작가 로저 젤라즈니가 sf와 판타지 양쪽에 걸쳐 쌓아온 힘을 한번에 풀어놓은 것 같은 이야기랄까.
배경은 먼 미래, 지구인들은 고향 행성을 떠나 우주의 어딘가로 이주해 정착했고 그 곳에 새로운 지구를 세웠어.
문명을 건설하고 인구를 늘려나가지, 그러면서 자신들의 기원은 잊혀져.
하나의 신화만 남게되지.
그렇지만, 지구에서 가져와 신세계에 풀어놓은 그 신화는 생생하게 살아있어.
되살아 났다고 해야 할까?
바로 최초의 이주민 '1세대'가 자신들의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야.
인류의 삶의 궤적을 따라 계승되고, 변형되고 떄로는 잊혀져야 마땅한 신화가 절대로 역사의 뒷편으로 물러날 수 없는 이유야.
그 신화야 말로 신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천상-지상의 체계를 공고히 할 무기거든.
그리고, 이 완벽하게 설계된 세계에 한 명의 반란자가 나타나.
인간의 영웅 샘과 신들의 배반자 야마.
이 자체만으로는 펄프픽션에 가까워보이지만 이 책의 초반에 나오는 기도하는 기계와 인류 역사의 2천 년쯤 전에 있었다는 성수 자동 판매기의 기묘한 유사성을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함.
이 책의 바탕이 되는 신화는 힌두 신화! 주인공 샘은 부처를 자처하지만 예수에 가까워 보이기도 해.
다양한 종교적 경험이 작가의 바탕에 있었던게 아닐까?
+)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로저 젤라즈니의 책은 <앰버 연대기> (전5권)와 <저주받은자 딜비쉬>, <변화의 땅(딜비쉬 2부)>
근데 이건 너무 판타지라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어! 난 여전히 로저 젤라즈니는 판타지 특화(?)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작가의 유명한 작품은 대부분 sf더라고 ㅠㅠ
(....비약을 좀 해보자면 앰버 연대기의 주인공 코윈은 아더, 딜비쉬는 란슬롯에 가까워. 음.... 코윈이 아더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딜비쉬는 란슬롯과 정말 닮았어. 일종의 편력 기사거든ㅋㅋㅋ) 어쩄든 둘 다 엄청 재밌다.
++) 다양한 신화가 쏟아져 나오는 또 다른 책은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 시대가 변하면서 신앙의 대상에서 밀려나 심심풀이 이야깃거리로 전락했다, 이제는 아예 잊혀질 위기에 처한 신들의 마지막 발악이야. 이것도 재밌어
+++)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도 추천. 다 아는 토르와 로키 이야기지만 '이야기' 자체를 잘 쓰는 작가가 쓰는 북유럽 신화는 또 다르다.
++++) 다양한 신화 자체에 관심 있다면, 어느 도서관에나 조지프 캠벨의 다양한 책들이 준비되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