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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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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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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은 내면을 성찰하는 공부도 혼자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젋은이들이 고요한 곳에 깊이 거처하여 물욕에 접하지 않을 때에는 그 마음이 밝고 기운이 맑으므로 도리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끌벅적하고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왕왕 까마득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잘못되거나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 세상 경험이 없어서는 안된다."

 

모든 세대가 청춘을 부러워하는 건 이 유동성 때문이다. 유동하는 마음, 움직이는 신체, 그게 청춘이다. 집에 죽치고 앉아 눈동자와 손가락만 까딱하고 있다면 그건 좀비와 다를 게 없다. 

 

가족은 천륜이다. 서로를 서포트해주는 최후의 보루이지, 자기 인생을 펼치는 무대가 아니다. 고로 각자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연암도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우울증을 앓을 때도 그랬지만 백수가 되기로 결정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유람에 나섰다. -- 나는 과거를 일찍 그만두어 마음이 한가하고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서 산수유람을 많이 했었다.

 

백수가 되기로 작정한 순간부터 연암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노잣돈이 있으면 유람을 가고, 없으면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그 내공이 쌓여 마침내 열하로의 대장정을 멋지게 수행할 수 있었다.

 

백수들이 꼭 참조할 사항이다. '주유천하'를 하려면 일단 걷기부터 시작하라. 자신의 두발을 믿고 달당하게 나아가라. 다리를 움직이면 머리가 맑아진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머리가 탁해진다.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그대는 나날이 나아가십시오. 나 또한 나날이 나아가겠습니다 (연암 박지원)

 

백수의 소명은 고립으로부터의 탈줄이다. 고립은 우울을 낳고 우울은 중독으로, 중독은 충동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백수가 해야할 일은 이 고립의 사슬에서 벗어나 공감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다.

────────────── 

21년에 읽었던 책인데 노트 정리하다가 하이라이트 해놓은 것을 발견.

그때는 좋은 문장이라 줄쳐놓은 걸텐데, 지금 보니까 이제는 공감 안가는 게 더 많음.

저자 특유의 글쓰는 방식과 전개 방식이 있는데, 그땐 재밌고 새로웠는데 지금은 뭔가 구려보임…

그래도 몇몇 문장은 여전히 재밌게 읽혀서 발췌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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