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현이가 소설의 장치로서 극적으로 희생당하기만 하는 불행포르노라기엔 사회구조적 문제들도 제시가 되어있잖아
보호받아야 될 미성년자 학생이 보호자의 부재, 연좌제의 피해로 인해 혼자 고립되고 외로운 삶을 죽지못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교사한테 그루밍당해서 성적으로 착취까지 당하는 비정상적인 관계인데 너무 외롭고 결핍 많은 애라 그런 노골적인 호의와 관심에도 의존하고 더 갈구하게 되고 그걸 결국 사랑이라고 믿어버릴만큼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지 그런 피해자성이 충분히 나와있고 그만큼 김준후가 악랄하고 비겁한 가해자로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되어 있잖아
김준후 시점에서 진행되는데도 미화는커녕 역겹게 자기합리화하는 꼴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걸 금기 소재를 페티시화해서 자극적으로 소비하도록 조장하는 한남문학 수준으로 치부하는 건 좀 억울한 처사라고 생각함
저런 일이 이미 현실에 실재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더 불편한 진실이지 왜 그런 소재를 썼다는 것만으로 과도한 비난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됨
그걸 단순히 불륜으로만 정의내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냥 다현이는 그런 처지라서 김준후가 작정하고 착취한 케이스라 피해자일 뿐이지
솔직히 나이를 떠나서 취약한 면이 있는 사회적 약자라면 같은 45살끼리도 에바라고 생각하고 다현이가 40대 성인이었어도 저렇게 온전치 못한 상황이었으면 여전히 김준후가 악역인 건 변하지 않는다고 봄
그러니까 김준후가 악마로 그려졌다면 사실상 다현이의 나이랑 성별은 이 소설에서 크게 중요하지가 않아
그래서 성별 반전도 사실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는데 다들 여기 낚여서 괘씸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많고 이 부분에만 유독 충격을 받길래 더 신기하기도 했음
솔직히 나는 다현이한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지만 차라리 여자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한테 살해당한 게 아니라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상대방한테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기보다는 그런 식으로라도 각인되고 싶었을 심정이 안타깝고 그 상대가 고작 김준후라는 개쓰레기인 게 내가 다 원통하지만 자의가 아니라 타인에게 살해당했다면 다현이가 더 불쌍하고 억울할 것 같음
어쨌든 그런 선택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김준후도 결국엔 좆되는 엔딩이라 어쨌든 정의구현이 된다는 점은 왜 안 짚고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반전은 김준후의 알리바이 공백이 드러나면서 다현이의 사인이 재차 드러나는 부분이고 이거야말로 소설에 가장 부합하는 하이라이트인데 장르적으로도 잘 쓴 트릭이라고 생각함
다현이를 죽인 범인이랑 시체유기를 한 범인이 일단 다르고 중간에 유력한 용의자가 늘어나는 부분이나 새로운 살인사건이 추가되고 사건이 더 확장되는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잘 끌고 갔고 악인에 대한 심리도 잘 살려서 장르에 충실한 수작인데 너무 과장되고 편향된 평가로 굳어버려서 과하게 욕먹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구구절절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