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홀로코스트 문학인데, 오늘 처음 읽어보고 너무 끔직했음,,ㅜㅜ
하이라이트한 몇 개 문장 옮겨놓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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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열차 문이 닫혔다. 우리는 완벽하게 함정에 걸려들었다. 문에 못을 박아버려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밀폐된 가축 수송용 열차가 우리에게는 세상 전부였다.
P.74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나? 의식이 멀쩡한가? 남자, 여자, 어린아이들이 불태워지는데도 어째서 세상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일 리 없다. 아마도 악몽이리라.
P.118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그리고 화장장에서 매일 죽어간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도 나를 두렵게 하진 못했다. 그러나 교수대에 매달릴 이 소년은 내 마음을 세차게 흔들어놓았다.
P.146
“현혹되지 마라. 히틀러는 시계가 12시를 치기 전에 유대인을 모두 박멸하겠다고 천명했어.”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히틀러 말을 믿어요? 히틀러가 예언자가 되기를 바라나요?”
그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힘없이 말했다.
“나는 누구보다도 히틀러를 믿어. 그 사람만이 지금까지 유대인에게 한 약속을 지켰으니까.”
P.149
그날은 무척 추웠다.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부나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또 마지막 밤을 맞았다. 집에서 보낸 마지막 밤, 게토에서 보낸 마지막 밤, 가축 수송용 열차에서 보낸 마지막 밤, 그리고 이제 부나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얼마나 더 오래 ‘마지막 밤’에서 또 다른 ‘마지막 밤’으로 전전해야 하는 걸까.
P.170
눈이 끝도 없이 내렸다. 우리는 앉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뒤집어쓴 담요 위로 눈이 수북이 쌓였다. 빵 한 조각이 배급되었다. 우리는 빵에 달려들었다. 눈으로 갈증을 달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그를 따라 했다. 허리를 숙이는 것이 금지되었기에 우리는 스푼을 꺼내 앞사람의 등에 쌓인 눈을 떠먹었다. 빵 한 입에 눈 한 스푼. 감시하던 친위대들이 그 꼴을 보고 무척 흥겨워했다.
P.176
열차가 멈추었을 때 어떤 노동자가 가방에서 빵 하나를 꺼내 열차 안으로 던졌다. 모두 벌 떼같이 몰려들었다. 굶주린 수십명이 빵 부스러기를 두고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 노동자는 흥미로운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P.186
문득 이대로 아버지를 찾지 못했으면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러면 나 자신을 돌보고 나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데 모든 힘을 쏟아 부을 수 있을텐데. 바로 죄책감이 엄습했다. 숨을 쉬고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P.195
아버지의 무덤에서 기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를 추념하는 촛불 하나 밝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은 내 이름이었다. 아버지는 내 이름을 불렀으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울지 않았다. 눈물이 나오지 않아 괴로웠다. 내 눈물은 이미 말라버리고 없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한 가닥 흐릿한 양심, 그 안 쪽을 더듬으면 아마 이런 감정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마침내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