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서 겨우 숨쉬는 엄마를 보살피며 아빨 기다리는 소녀와 자폐 딸을 버리지도 기꺼이 감당하기도 버거워 하는 은미 이야기 2부
감염되었어도 서로를 기억하는 여자 동성 부부 3부
좀비가 세상을 덮치고 감염된 세상을 벗어날 이주선을 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야. 먼 눈으로 보면 이야기마다 화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난 기억도 모두 잃고 심지어 기본적인 일상 활동도 하지 못하는 중증환자를 돌보는 이야기로 읽혔어. 존재만으로도 사랑하지만 때로 미워하고, 그런 마음을 먹은 자신을 또 미워하고. 그럼에도 눈물닦고 일어나 다시 사랑하고 돌보는 증증환자의 보호자로서의 삶 말이야.
이 감상은 너무나 개인적이라서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겐 해당하지 않을거야. 이야기가 장편도 아니고 좀비세상 속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로 엮인다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1부 2부 인물이 인연이 있긴하지만). 무엇보다 화자를 따라가면 진짜 꿈속인것처럼 몽롱하고 깔끔하게 전개되지도 않아서 당황스러워.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인가 싶은.
그럼에도 내겐 좋았던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되는 상황을 이야기한 것.
좀비가 표현하지 않아도 나를 기억한다고 느끼는 것.
그 좀비를 애정으로 기꺼이 보살피는 것.
그 좀비를 버릴까 버리고 싶다라는 마음을 돌아보고 다시 씩씩하게 일어서려는 것.
그러니까 난 이야기속 좀비를 중증환자로 치환했고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란 건 혼자만 견뎌내야할 보호자의 마음으로 읽은거지.
나의 엄마가 파킨슨과 중증치매로 수년간 집에 누워 있다가 결국 병원으로 모신 상황에 이입되서일거야. 작가가 뇌출혈로 쓰러진 엄마를 오랜동안 간병한 것을 알고 있어서일거야.
차마 사람들에게 좋았다고 권하기도, 아니 별로인 책이야라고 평할수도 없는 이야기였어. 혹시 작은 호기심이라도 일었다면 어디서 이 책을 만나거든 살짝 펼쳐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