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책 페이지터너임
개인적으로는 순례자들, 우빛속이 좋았음.
관내분실은 사실 소재도 주제도 전개방식도 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딸의 한 마디에서 눈물이 팍 터지더라. 어제 새벽에 봤는데 지금 다시 떠올려도 눈가가 촉촉해짐.
감정의 물성도 좋았어. 대표 인터뷰 부분은 불호였지만, 후배 유진이나 연인 보현의 말, 화자 정하가 연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각의 묘사가 공감이가고 아름다워서 좋았다. 현대에 가장 가깝고 공감이 갈말한 소재라 밑줄은 제일 많이 그은 것 같아.
스펙트럼은 아름답고 기이한 이야기라 좋았어. 루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공생 가설은 황당하지만 재미있었어. 작가님은 다른 존재들의 생각이라고 했지만 난 아기들이 울 때 때때로, 스스로 세상과의 소통 욕구를 분출한다고 생각해서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걸지도?ㅋㅋ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발랄해서 좋았음. 다이빙하는 재경도 웃겼고 그에 대한 딸의 반응도 웃겨서 좋았다.
세계관에 비해 종종 인물의 행동이나 심리가 비일관적이거나 납득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잠시 갸웃하게 되는 부분은 있긴했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님.
미래를 그리고 있음에도 현재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작품 전반적으로 정상성의 궤도를 벗어난 사랑이 느껴졌어. 자기애에서 시작되어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 또는 미완성의 이해를 지나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탈자아적 자기애로 귀결되는 사랑 같았음. 서술자의 회상이나 전해들은 이야기의 방식으로 서술 되어서 더 탈자아의 느낌이 짙었던 거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한국SF소설 읽었는데 쉽게 잘 읽혀서 다행이었다. 아직 안 읽어본 벗들 있으면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