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에 읽었고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이번에 다시 읽었으니 재독이 맞겠지
어릴 때 읽었던 거랑은 감상이 또 다르네
그때 나는 이 소설을 난해하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더 숨막히고 아프고 먹먹해서 읽다가 책장을 덮고 몇 번 쉬었어
그저 견뎠을 뿐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다는 인혜의 심정에 가장 이입이 돼서 슬펐어
맏딸로서 폭력을 빗겨갈 수 있었던 것도 그 상황에서의 성실이 다소 비겁함이었다는 것도
나는 당사자로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어
나는 평생 우리 엄마가 식물같다고 생각했었거든
엄마한테 야단 한 번 맞아본 적 없는 건 내가 착하고 똘똘한 딸이어서만은 아니었어
우리 엄마는 언제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기복이 없었고
나는 어릴 적부터 그런 엄마가 늘 야속했고 동시에 불안했어
내 불안감의 많은 부분은 폭력에서도 기인했으나 엄마의 무생물같음에서도 기인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
언제고 말라 비틀어져 버릴 것 같은, 혹은 언제고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초연함이 나를 불안하게 했었는데
이제는 알지 그게 엄마가 수많은 폭력을 견디는 방식이었다는 걸
삶의 무게를 견디는 방식이었다는 걸
그 생각이 들어서 책의 말미에선 눈물이 날 것 같더라
엄마가 한강 작가님 책 읽고 싶어하셨는데 채식주의자는 못 읽게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
안 그래도 경미하지만 우울증 있으신데 마음이 힘드실 것 같아서
근데 내가 엄마한테 읽어라 마라 말하는 게 맞을까? 싶기도 하고
삶에 여러 종류의 폭력이 있겠지만
특히나 여성이라면 이 소설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반드시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
자극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많은 덬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