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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동화 <고양이 마틴의 애완용 생쥐> (셀털 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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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9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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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그러다 보니 명절 때 내려가면 할아버지가 나를 서점에 데려가셔서 원하는 책은 뭐든 골라 보라고 하셨어

어느 서점인지 아직도 기억나ㅋㅋㅋㅋ 영풍문고 광주터미널점... 유스퀘어문화관이 없어지면서 영풍문고도 축소되었다고 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

할아버지가 점점 나이드시면서 언젠가부터 더는 서점에 함꼐 가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가 사주신 책들은 십 년 넘게 지난 지금도 내 책장에 꽂혀 있어

<고양이 마틴의 애완용 생쥐>는 그 책 중 하나야

 

WohKTF

찾아보니 2006년 끝무렵에 발간된 책이네

그럼 책을 산 건 2007년 쯤이려나?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ㅋㅋㅋ

고양이 좋아해서 표지 보고 골랐던 것 같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고양이 마틴이 생쥐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이야기야

농장 고양이인 마틴은 누나나 형과는 달리 생쥐 잡아먹는 것을 거부하는 특이한 고양이인데

농장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는 토끼를 보고 '애완동물'이라는 개념을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생쥐 한 마리를 (고양이의 본능으로) 잡았다가 '그래! 얘를 애완동물로 키워야겠어!'라고 생각해

그런데 잡은 생쥐가 하필 임신한 암컷ㅋㅋㅋㅋㅋㅋ 애완생쥐 드루실라에게 음식 날라주고 집 꾸며주고.. 온갖 수발을 들게 되지

그렇게 낳은 새끼들을 독립시키고 나서는 드루실라를 위해 남자친구까지 구해다 줘

그러는 과정에서 자기 아빠를 만나기도 하고~

 

생쥐 잡아먹기를 거부하는 마틴을 조롱했던 누나나 형, 아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엄마와는 달리

아빠는 고양이 중에서는 처음으로 마틴을 이해해 줘

"생쥐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새끼고양이는 듣도 보도 못 했다. 정말 고양이가 웃을 일이지! 하지만 마틴, 너에게는 기개가 있다. 용기가 아주 가상해. 감히 애완용 생쥐를 키울 생각을 하고, 누가 뭐라고 하건 그걸 실천하니 말이야. 네가 자랑스럽구나, 얘야."

조금 딴소리긴 한데 마틴이 이 고양이가 아빠인 줄 몰랐을 때는 반말을 하거든?

근데 고양이가 아임유어파더 시전한 이후에는 존댓말을 해ㅋㅋㅋㅋㅋㅋ 한국식으로 번역한 거겠지...?

 

아무튼 여전히 열심히 생쥐를 돌보는 마틴... 자기도 새끼고양이면서...

그러다가 오해가 생기면서 드루실라는 마틴을 비난하며 떠나 버려

마틴은 가까스로 드루실라가 앞서 낳았던 새끼들 중 하나를 찾아내서 드루실라가 어디로 갔는지 묻지만

드루실라와 대화하고 돌아온 새끼 생쥐는 드루실라가 마틴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해

상심한 마틴에게 아빠는 이렇게 말하지

 

"하지만 이제는 생쥐를 애완용으로 키운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버릴 때가 된 것 같구나. 드루실라가 한 말 들었지? 그러기에는 자유가 너무 소중하다고. … 생쥐 같은 야생동물을 가둬서 키우는 건 잘못하는 일이다. 알겠니?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네가 얼마나 행운인지 생각해 봐라."

 

그러면서 아빠는 네가 만약 아파트 같은 곳에 갇혀 살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고 해

마틴은 그땐 아빠한테 장난하지 말라고 하고 넘어가지만... 농장 방문자 중 하나가 마틴을 애완동물로 키우겠다고 사 가면서 '자유롭지 않은' 애완동물로서의 삶을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드루실라가 왜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아 했는지도 이해해

 

간신히 탈출해 농장으로 돌아온 마틴은 결말부에서 드루실라와 재회하는데

또다시 임신한 드루실라를 위해 잘 익은 딸기를 따 온 마틴을 맞이하며 드루실라는 너 같은 고양이는 다신 없을 거라고 외쳐

 

 

책장 정리하다가 문득 추억에 잠겨서 그 자리에서 후루룩 읽어버렸네

동화답게 문장도 간결하고 동물들도 엄청 많이 나와ㅋㅋㅋ 주요 인물..이 아니라 주요 동물인 고양이와 생쥐를 제외하고도 토끼 암소 돼지 여우 등등...

어릴 땐 동물이 의인화되어 나오는 책도 꽤 자주 읽었는데(워터쉽 다운이라든가 고양이 학교라든가..) 커서 읽으니까 또 느낌이 새롭더라

발화자가 동물이기는 해도 결국 사람 사회의 닮은꼴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서는 애완동물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

드루실라에 이입해서 생각해보면, 언제라도 날 해칠 수 있는 대상의 애완동물로 산다는 건 그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느냐와 관계없이 두려운 일일 수밖에 없을 텐데

고양이-생쥐처럼 명확한 포식-피식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람-동물 사이에선 대체로 그런 도식이 적용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 근데 이 책에서도 한 발 뺄 구석을 만들어놓긴 했어ㅎㅎ 위에 발췌한 부분에선 생략했는데, 아빠가 말할 때 토끼처럼 애초부터 애완동물로 길들여진 애들은 괜찮지만~ 하는 식으로 말하거든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모든 고양이는 마음 깊은 곳에 야생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하고...

 

아무튼 간만에 읽어도 참 재밌는 책이었어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서점에서도 다 절판으로 뜨네. 이 책 오래오래 가지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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