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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햄릿 읽은 후기!(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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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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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쓰다보니 엄청 기네 스압 미안합니다


먼저, 읽게 된 계기는 지인 중에 셰익스피어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취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어서 펼쳐봤어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 중에 굳이 햄릿을 고른 이유는, 어릴 때 어린이 버전으로 읽어봤지만 이해를 1도 못 해서... 그리고 to be or not to be 문장이 대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보기로 했어


햄릿은 흔히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평가되는데, 내가 본 햄릿은 전혀 우유부단하지 않았어 오히려 존재론적 질문들에 고뇌하는 고결한 사람처럼 보였어


일단 햄릿이 처한 상황부터 보면, 아버지의 수상쩍은 급사와 죽은 아버지를 이어 왕이 된 숙부, 그리고 선왕이 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숙부와 재혼을 한 어머니가 있어.


게다가 당시 덴마크는 기독교를 믿는 나란데

아버지는 큰 전쟁에서 승리하느라 손에 피를 많이 묻힌 상황에서 고해성사도 못하고 죽어버리고

숙부는 자신의 형제인 선왕을 독살함으로써 성경 내 첫 번째 범죄이자 형제 살인 카인과 아벨을 연상시키고 있고

어머니는 성경에서 금기로 칭해지는 간통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지

그래서 햄릿은 엄청난 우울증에 시달리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어


그러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고 아버지를 독살한 숙부에게 복수하기로 결정하는데, 사실 이 복수라는 게 결국 살인이라는 거잖아? 솔직히 쉽지 않지. 그래서 햄릿은 미친 척 기회를 노리다가도, 살인을 통한 복수와 외면, 둘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엄청나게 고뇌해


그리고 여기에서 to be or not to be가 나오더라고.


사느냐 죽느냐도 좋지만, be니까 좀 더 개념을 넓게 잡아서 존재하느냐 안 하느냐. 있느냐 없느냐.


산다는 것은 정신이 살아있는 것,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 햄릿은 죄를 저지른 숙부를 죽여 복수를 완성할 수 있겠지. 하지만 만약에 숙부가 선왕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유령이 거짓말을 한 거라면? 그럼 햄릿은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는 건데? 그리고 만약 복수에 실패한다면? 복수에 성공한대도 그 이후에는?


죽는다는 것은 외면하고 인내하는 것. 사실 숙부는 선왕을 죽이고 햄릿의 어머니를 차지하는 데에만 관심을 뒀지, 왕좌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그래서 햄릿을 아들이라고 부르며, 다음 왕좌를 넘겨주려고까지 했어. 햄릿에게도 복수를 그만두고, 숙부와 어머니와 하하호호 지내는 방법이 있지. 그치만 그 후엔? 불행한 생명을 이어가서 햄릿에겐 뭐가 남지?


그렇게 끊임없이 고뇌하던 햄릿은 어머니와 대화를 하기로 해. 하지만 이 대화는 혹시 미친 햄릿이 어머니를 해칠까, 오필리어와 레어티스의 아버지 폴로니어스가 커튼 뒤에 숨어 몰래 듣고 있었지. 그리고 햄릿과 어머니의 언쟁이 심해지자, 폴로니어스는 "사람 살려!!!"라고 외치는 실수를 했고, 햄릿은 커튼 뒤에 숨어있는 게 숙부라고 생각해 칼로 찔러 죽여버려.


여기서 햄릿은 언뜻 보기엔 매우 성급해 보이지만, 실제로도 성급한 거 맞아. 왜냐하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복수와 자신의 정신을 죽여가야만 하는 외면 사이에서 햄릿은 여전히 선택하지 못하고 고뇌하고 있었거든. 깊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수와 멀어지게 되니, 햄릿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른다는 식으로 숙부를 죽이고자 했어. 하지만 자신이 죽인 건 숙부가 아니었고, 무고한 폴로니어스의 죽음은 또다른 슬픔과 복수를 낳게 되고...


이러한 실수를 통해 햄릿은 더더욱 실수를 해선 안 되는 입장이 되어버렸어. 그렇게 영국으로 가는 중, 햄릿은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브래스를 만나. 포틴브래스의 군대는 큰 명분이 없음에도 폴란드 땅을 정복하기 위해 원정 중이었고, 끝없이 고뇌하던 햄릿은 행동하는 그들을 보며 복수를 다시금 마음 먹게 되지.


드디어 마지막 장면.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은 레어티스는 햄릿에게 복수하고자 하고, 숙부는 햄릿을 독살하려고 해. 어머니는 숙부가 햄릿을 독살하기 위해 준비한 독배를 들고 죽었으며, 레어티스와 햄릿은 결투 중에 칼 끝에 묻은 독으로 인해 죽어. 그리고 숙부는 중독에 의해 시한부가 된 햄릿이 독배를 마시게 해 죽게 되지.


물론, 행동하는 포틴브래스와의 만남에서 햄릿은 큰 명분만 찾고 행동하지 않는 것보단 저렇게 행동하는 모습이 더욱 낫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나는 햄릿이 쉽사리 복수하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선악이 공존하는 복수 때문이라고 생각해. 말이 복수지, 결국은 사람을 죽이는 거라서... 하지만 외면한 채로 살아갈 수도 없었던 햄릿의 존재론적 사유가 작품을 읽는 내내 너무나 흥미로웠어 이래서 셰익스피어구나 싶더라


그리고 어찌 죽은 사람들이 죄다 고해성사도 못하고 죽었는데, 먼저 죽은 선왕처럼 다들 나란히 엘시노어 성에서 귀신이 되어 정모하면 될 듯?(농담)


오랜만에 취향인 책 찾아서 기분 좋다ㅎㅎ 어떻게 끝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다들 햄릿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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