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 스티븐킹, 쇼생크탈출 원작 후기 (강ㅅㅍ)
386 4
2024.09.14 16:04
386 4

쇼생크 탈출 영화를 먼저 보고 재밌어서 원작 소설을 찾아 읽었어.

제목은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 분량은 부담없이 111페이지.

영화는 원작에서 일부 디테일한 설정을 바꾸기 했지만 거의 그대로 살리려고 한 것 같아.

 

마지막 세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날 뻔 했어(울었음).

왜 제목이 영화처럼 쇼생크감옥에서의 탈출이 아니고 구원(Redemption)인지 궁금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

앤디는 스스로를 구원하기도 했지만 레드까지도 구원했더라고.

 

수십년을 쇼생크에서의 정해진 루틴에 너무도 익숙해져 심지어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살다가("an institutional man"이 된다고 여러번 나옴),

막상 감옥에서 나오고도 일터의 매니저에게 화장실 가도 되냐고 (감옥에서 늘 그랬듯이) 물어보는 모습에 자괴감에 빠지고

감옥에서와는 다른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괴로워하는 레드...

 

이전에 가석방 된 감방 친구가 밖에 나간지 일주일만에 적응을 못해서 자살했다는 얘기도 앞에 나왔듯이,

레드도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을것 같은데, 레드는 27년간 벽에 터널을 묵묵히 팠던 앤디를 상기하면서

일 끝나고 남는 시간마다 앤디가 찾아보라고 알려준 바위를 찾아 나서게 돼.

 

레드는 앤디를 보며 희망이 어떤 것인지, 사람이 살면서 희망을 갖는다는게 무엇인지, 희망을 갖는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달았어.

마침내 앤디가 말한 바위를 찾고 그 밑에 놓인 앤디(아니 이제는 피터 스티븐스)의 편지와 현금을 발견했을 때 나도 레드랑 같이 울었던 것 같아...ㅠㅠ

 

레드는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앤디가 살고 있을 멕시코의 한 바닷가 마을로 가고야 말거야.

그 끝이 불확실하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긴 여행을 시작하려는 한 사람의 기분과 감정, 얼마나 설레고 두려울까.

 

영화에서와 달리 앤디를 만나는 장면까지 나오진 않지만(그래서 더 좋더라),

책에서의 레드는 결국 앤디를 만났을 거라 믿어.

 

왜냐면 레드는 이제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으로 거듭났거든.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쩌면 앤디의 감옥탈출기가 아니라, 앤디를 통한 레드의 구원 일기가 아닐까.

 

나도 나이들면서 좀 더 비관적이고, 현실적이고, 갖고 있던 걸 잃을까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자 내 속에 어떤 것이 꿈틀거리는게 느껴졌어. 어떤 희망이나 용기 같은 거..?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앤디 감옥와서 진짜 말도 못할 끔찍한 일을 많이 겪음ㅜㅜ) 묵묵하고 치밀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 앤디가 정말 대단하고 나도 본받고 싶어.

 

나는 앤디가 맨 처음부터 '나 억울해 탈옥할거임' 하면서 계획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앤디는 능력껏,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러나 이전에 누구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감옥 생활에 적응해 나갔고, 적응은 했지만 끝내 순응하지 않았어. 

수십년을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기상-노동일과-취짐을 반복하면서도 결코 institutionalized 되지 않고, 맞서 싸울 건 싸우고, 똑바로 할말은 다 하던 앤디는, 그저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아낸 것 같아. 나도 내 주관과 중심을 굳게 잡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스티븐 킹은 소설의 왕이세요ㅜㅠㅠ 라고 흐느끼며 이 감정이 옅어지기 전에 후다닥 후기 남긴당.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돌비 코리아] 지금 돌비 애트모스 음원 들어보고 경품 응모하자! 💜 1 11.20 30,88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706,17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538,45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765,970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168,011
공지 알림/결과 📚도서방 챌린지 & 북클럽 & 오늘의 기록 & 올해의 책📚 60 22.01.14 73,470
모든 공지 확인하기()
725 후기 (스포)아.....홍학의자리 중간에 알아차려버려서 넘 아쉽다... 3 11.20 301
724 후기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1 11.20 218
723 후기 13.67 다 읽었다! 후기 ㅅㅍ 1 11.19 252
722 후기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3 11.17 233
721 후기 d design travel 제주: 요즘 말로 "감도 있는" 여행가이드 11.17 109
720 후기 우사미 마코토 <어리석은 자의 독> *스포주의 11.17 120
719 후기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정말 좋다 4 11.16 795
718 후기 수확자 시리즈 세권 다 읽었다ㅋㅋ 노스포후기 11 11.12 494
717 후기 천사벗이 나눔해준 잡동산이가 왔다!! 4 11.12 597
716 후기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읽었다 ㅎㅎ 1 11.11 240
715 후기 트러스트 후기(스포) 1 11.11 218
714 후기 10월에 읽은 책들 짤막한 후기 (스포없음) 3 11.10 476
713 후기 작별하지 않는다 완독했다 3 11.10 549
712 후기 13.67 읽은 후기(강스포) 4 11.10 439
711 후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이걸 들고 메트로폴리탄에 가야 13 11.10 882
710 후기 프로젝트 헤일메리 다 읽었다! ㅅㅍㅈㅇ 7 11.09 475
709 후기 ㅅㅍ 홍학의 자리 완독 후기 2 11.04 628
708 후기 모순: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한국버전? 11.04 284
707 후기 <소년이 온다> 와 이걸 어떻게 쓰셨지 1 11.02 566
706 후기 기쁨의 집 후기 6 10.30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