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명한지 알겠다는게 가장 먼저 든 감상이었어.
안그래도 미묘하고 숨기고픈 인간의 내면을 건드는데에 특화된 작가가 각 단편마다 이걸 건드린다고?!싶을 정도로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소재까지도 다루니까 감정적으로 버겁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걸 재미로 느끼기도 했어.
웬만하면 소설은 무조건 시작하자마자 끝을내는편인데 이 책은 각 단편마다 담긴 감정의 무게때문에 나눠서 읽었어..
'쇼코의 미소'에선 할아버지가 손녀를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그 장면의 묘사와 감정이 인상깊었고
신짜오 에피에선 이 소재를 이런식으로 풀어내는게 새로웠고
순애언니 에피에선 '아무도 우리를 죽일 수 없어'에서 울컥했고
'한지와 영주'는 그런식으로 하루아침에 이유도 모른채 등을 돌렸던 내친구들이 떠올라서 씁쓸해 졌다가도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내탓만은 아닐거라는 묘한 위로를 받았고
미진선배 에피에선 반전아닌반전이 드러날때 조금 헷갈려서 앞뒤페이지를 뒤적거렸지만 그래도 감정선은 좋았고
무엇보다도 후기를 쓰게만든 '미카엘라'와 '비밀'...
우선 미카엘라는 '내 딸도 그날 배에 있었어요'장면에서 화자랑 같이 한대 맞은기분이었고, 이 책에서 언급된 여러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순간들 중에 내가 직접 겪은 유일한 일이기도하고 당시에 나도 고등학생이었어서 그 일의 충격이 더 컸던 사람 중 하나이기에 다 읽고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기분이었어.
'비밀'은 마지막에 설마...하던게 결국...... 어떤 편지도 배달되지 않는 그곳으로 >직접 전할< 편지라는 표현이 너무 좋으면서도 찡했어. 미카엘라에 이어서 봐서 더 목이 메이는 느낌ㅠ
최은영 작가 작품 중에 (밝은밤/내게무해한사람/쇼코의미소) 읽었고 이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읽을 차례인데 아직까진 3권의 책 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