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비롯한 가상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그 안에 생명력 넘치는 인물들이 가득 차서
그 세계의 시간이 흐르는걸 함께 경험하는 것만으로 압도되는 소설은
그동안 눈마새, 피마새 밖에 없었거든.
적어도 나한테는 삼체가 위의 두 이야기보다 웅장하게 느껴졌어.
앞으로 이만큼의 충격과 감동을 주는 서사를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야.
딱 5일 정도에 3부를 완독했는데, 평생에 걸쳐 천천히 읽을걸 하고 후회하는 중..
듄이나, 우리 인생의 이야기나, 눈마새나, 이 소설이나
세상의 큰 톱니바퀴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그 속의 개인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스스로 결정하는건가요?
그 결정의 근거는 무엇이고 그게 진정한 자유의지인가요?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개인의 삶이 미리 정해진건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단위시간를 꿋꿋이 살아내는 의지는 어디서 올까요?
를 논의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거든.
동굴에서, 동면기계에서, 소우주에서 톱니바퀴를 피하려던 인류는
종국에 사랑이라는 본성을 전파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게 돼있는걸까?
어쩌면 그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하도록 설정되어 있는 진화의 항로인건 아닐까?
다 덮으니까 에에올 생각도 조금 나더라.
다시 한번 3부 마지막 세 장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