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를 썼는데 다들 어떻게 읽었니?
블로그처럼 일기식으로 적은거긴 하지만 덕들의 생각도 궁금해서 후기 올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원형은 재즈바 운영에서 시작된다. 단편소설의 아이디어는 그 시절 경험을 토대로 뼈대를 만들고 장편은 그 단편에 살을 입히는 과정인듯 하다 그러다보니 무리하게 이끄는 지점들이 미묘하게 작용하고 그 부작용의 결과물인듯한 작품이 이 소설이다
수필은 쉽게 읽히는 문체, 근면한 생활에서 오는 활력, 서양식 생활 패턴에서 오는 어긋난 동서양의 부조화 등에서 오는 경쾌함이 가볍지만 유쾌한 구석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런 장점이 버무려져 꽤나 쉬크하고 근사해 보인다
하지만 소설에선 그런 포인트가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과 쾌락 등에 의해 상쇄되고 그의 상상력은 그저 그런 아저씨의 성적 환타지가 되버리고 만다 그걸 뛰어넘어 대체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밝혀줬으면 한데 그 지점이 모호해진다
첫사랑과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은 허상과도 같고 도서관이라는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공중누각같이 유령이 지배하는 세계가 된다 그래서 대체 어쩌란 말인가
여전히 좋은 비유와 직유는 글쓰기의 좋은 표본이지만 세계는 은유와 직유로만 이루어져 있는 세계가 아니다 조금은 직설적으로 하고픈 주제가 뭔지 명징하게 드러내주면 좋을텐데 노년의 하루키는 여전히 중년 아재의 품안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아쉬웠다
어쩌면 현실의 카페 여주인공과의 현실의 연애가 주인공의 구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주인공은 또다시 소년의 꿈으로 쪼그라드는게 아닌가 싶어 실망했달까 비루한 사고의 편린일 수도 있는 결국은 비겁한 일본인의 뒷모습 같아서 나름 일본 지식인의 보이스로 성장해주길 팬으로서 응원했는데 결국 이게 그의 한계인가 싶어 씁쓸하다
7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페이지 터너임에는 확실해서 안타깝다 조금은 더 인생을 반추하고 거기에서 뽑아낸 그만의 정수가 뿜어져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하다 2024년 첫 책인데 말이다